선릉에서 돌아올 때 열무를 행하다
임금이 돌아오는 길에 서빙고(西氷庫) 나루를 건너 장차 친히 열무(閱武)를 행하려고 병조 판서 박문수(朴文秀)를 불러 하교하기를,
"선조(先朝) 임신년199) 에 칠덕정(七德亭)에서 열무하셨으니, 내가 그것을 계술(繼述)하고자 한다."
하였다. 강을 건너 임금이 단(壇)에 올라 박문수에게는 중군(中軍)의 일을 행하고 훈련 대장(訓鍊大將) 구성임(具聖任)·금군 별장(禁軍別將) 이우(李玗)는 영장(營將)의 일을 행하라고 명하였는데, 각각 거느리는 군사를 인솔하여 군례(軍禮)로 임금이 뵈었다. 드디어 마군(馬軍)·보군(步軍)에 명하여 두 진(陣)으로 갈라 부딪혀 공격하는 모양을 짓게 하고 한참 있다가 파하였다. 각 장신(將臣)에게 말을 하사하고 드디어 환궁(還宮)하였다. 이때 장신(將臣) 중에 장식을 한 갑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임금이 하교하기를,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창·칼을 잡는 것은 장차 사졸(士卒)과 더불어 기쁨과 괴로움을 같이하려는 것이다. 사졸은 쇠갑옷을 입고 있는데, 장수는 비단 갑옷을 입고 있으니, 어찌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뜻이겠는가? 이후로 다시 이렇게 하는 사람은 마땅히 군율(軍律)을 시행하겠다."
하였다. 대개 장식 갑옷이란 무늬 있는 비단으로 꾸며서 만든 갑옷이다.
- 【태백산사고본】 41책 56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6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군사-병법(兵法)
- [註 199]임신년 : 1692 숙종 18년.
○上還渡西氷津, 將親行閱武, 召兵曹判書朴文秀敎曰: "先朝壬申, 閱武於七德亭, 予欲繼之。" 旣渡江, 上登壇, 命朴文秀行中軍事, 訓鍊大將具聖任、禁軍別將李玗行營將事, 各率所部, 以軍禮見。 上遂命馬、步軍, 爲兩陣衝擊之狀, 移時乃罷。 各賜將臣馬, 遂還宮。 是時將臣有被飾樣甲者, 敎曰: "被堅執銳將, 與士卒同甘苦也。 而士卒被鐵甲, 將帥被緞甲, 豈與衆共之之意哉? 嗣後復然者, 當行軍律。" 蓋飾樣甲, 以紋緞飾爲甲衣者也。
- 【태백산사고본】 41책 56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6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