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액 강화의 외성 축조와 주전에 대해 의논하다
임금이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였다. 좌의정 송인명(宋寅明)이 말하기를,
"금년에는 중외에서 여역(癘疫)으로 사망한 자가 서로 잇달아, 허다한 군액(軍額)을 보충할 길이 없습니다. 마땅히 제도(諸道)에 별도로 어사를 보내서 한정(閑丁)을 조사해 모아야 하겠습니다."
하였고, 영성군(靈城君) 박문수(朴文秀)가 말하기를,
"금년에는 마치 병란을 겪은 듯하여 군액의 전체가 모자라니, 진실로 민망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사가 한때 지나가는 것은 감사를 가려 보내어 구임(久任)시켜 공효(功效)를 책(責)하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하였으니, 영의정 김재로(金在魯)가 말하기를,
"감사는 직무(職務)가 번다하니, 어사가 한 가지 일을 전관하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송인명이 이어 이연덕(李延德)과 오명수(五命修)는 재기(才器)가 어사의 소임을 감당할 만하다고 천거하니, 임금이 좋다고 하였다. 송인명이 또 말하기를,
"전라 감사 권적(權𥛚)은 도내 죄인의 석방 여부를 수계(修啓)할 때에 죄명이 심히 중한 데 관계된 자를 품질(稟秩)에 두는가 하면 가장 가벼운 자를 간혹 잉질(仍秩)에 두었으니, 국가의 은사(恩赦)를 도신(道臣)이 어떻게 감히 마음대로 취사(取舍)할 수가 있겠습니까? 권적은 파직함이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때에 강화(江華)의 외성(外城)을 쌓을 것을 의논하였는데, 유수 김시혁(金始㷜)이 건의(建議)하기를,
"벽돌을 구워 외성(外城)을 쌓아 관방(關防)을 굳게 하여야 하는데 재력을 준비하기가 어렵습니다. 청컨대 선두포(般頭浦)를 본부(本府)에 이속(移屬)시켜 세(稅)을 바치는 곡물을 가지고 축성(築城)의 경비에 보충하도록 하소서."
하였고, 송인명이 그 말대로 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김재로가 말하기를,
"지사 이진기(李震箕)는 금년 90세로서 승자(陞資)는 하였으나 통청(通淸)을 못하였기 때문에 기로소[耆社]에 들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번에 김원(金瑗)은 그 역시 청직(淸職)을 지내지 못하였으나 특별히 들여 주라는 하교가 계셨다 합니다. 이번에도 이 예대로 기로소에 들도록 허락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법전(法典)에는 원래 통청 여부를 거론한 것이 없고, 또 90의 나이는 더욱 아주 드문 일이니, 이진기를 기로소에 들여보내 주도록 하라."
하였다. 임금이 또 돈을 주조하는 일을 여러 신하들에게 물으니, 김재로가 말하기를,
"사세로는 오직 더 주조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박문수는 은화(銀貨)에 대한 한 가지 일에는 어떠한 요량(料量)이 있다 합니다."
하니, 임금이 박문수에게 물었다. 박문수가 말하기를,
"지금 돈을 더 주조하려면 구리[銅]와 주석[錫]이 있어야 하는데, 〈구리와 주석은〉 모두 우리 나라 소산이 아니니 얻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은(銀)은 우리 나라 소산이니, 8, 9성(城)의 은을 주조해 내서 2냥(兩)의 은을 2냥의 돈 대신으로 쓰면 편리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여러 신하들에게 물으니, 불편하다고 말한 이가 많았으나, 박문수는 행하기를 역청(力請)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영성(靈城)의 말을 세속에서 말하는 옹산(甕算)154) 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먼저 절목(節目)을 만들어 군문(軍門)에서부터 시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1책 55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6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군사-관방(關防) / 재정(財政) / 사법-탄핵(彈劾) / 금융-화폐(貨幣)
- [註 154]옹산(甕算) : 독장수 셈.
○丙午/上引見大臣、備堂。 左議政宋寅明言: "今年中外以癘死亡者相繼, 許多軍額無以充代。 宜別送御史于諸道, 査括閑丁。" 靈城君 朴文秀曰: "今年如經兵燹, 軍額全闕, 此固可悶。 然御史一時過去, 莫如擇送監司, 久任責效。" 領議政金在魯曰: "監司職務繁氄, 不如御史之專管一事。" 寅明仍薦李延德、吳命修才堪御史, 上可之。 寅明又言: "全羅監司權𥛚, 於道內罪人放未放修啓時, 罪名之關係甚重者, 置之稟秩, 其最輕者, 或置仍秩, 國家恩赦, 道臣何敢任情取舍乎? 𥛚宜罷其職也。" 上從之。 時議築江華外城, 留守金始㷜建議: "燔甓築外城, 以固形勝, 而財力難辦。 請以船頭浦許屬本府, 取其稅納之穀, 以補築城之費。" 寅明請依其言, 從之。 在魯曰: "知事李震箕今年九十陞資, 而以未通淸不得入耆社。 向者金瑗亦未經淸職, 而有特敎許入云。 今亦依此例可許入耆社也。" 上曰: "法典元無通淸與否之擧論者, 且九十之年, 尤爲絶罕, 李震箕其令入于耆社。" 上又以鑄錢事, 問諸臣, 在魯曰: "事勢惟有加鑄而已。 朴文秀以銀貨一事, 有料量云矣。" 上問文秀。 文秀曰: "今欲加鑄錢, 則銅、錫皆非國産, 得之甚難。 銀則我國所産也, 鑄出八九成之銀, 以二兩銀, 代二兩錢而用之爲便。" 上以問諸臣, 多言其不便者, 文秀力請行之, 上曰: "靈城之言, 俗所謂甕算者。 然先爲節目, 試自軍門可也。"
- 【태백산사고본】 41책 55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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