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에게 《동몽선습》을 올리게 하고 당습을 하지 말고 동궁 섬길 것을 당부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 여러 승지들과 옥당의 관원을 소견(召見)하였는데, 《춘추(春秋)》의 강독을 마쳤다는 것으로 장차 선온(宣醞)하려고 한 때문이었다. 왕세자(王世子)가 시좌(侍坐)하였는데, 임금이 필선(弼善) 박필간(朴弼榦)에게 명하여 동궁에게 《동몽선습(童蒙先習)》을 올리게 하고, 동궁으로 하여금 그것을 읽도록 하자, 옥음(玉音)이 청량(淸亮)하고 구두(句讀)가 분명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하례하기를,
"종묘와 사직의 복입니다."
하니, 임금이 동궁을 돌아다보며 말하기를,
"입시한 여러 신하들은 모두 나에게 복종하여 섬기는 이들이다. 그들의 자손들 또한 모두 앞으로 너와 함께 늙어갈 사람들이니, 너는 그 사실을 알도록 하라."
하고, 또 유신 이명곤(李命坤)에게 명하여 어제 경현당명(御製景賢堂銘)을 읽게 하고, 동궁으로 하여금 그것을 듣도록 하였다. 읽기를 마치자, 내시가 음식을 차려왔으므로,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여 술을 마시도록 하면서 각기 그 주량(酒量)의 얕고 깊음을 물어 간혹 특별히 다른 술잔을 내려 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당습(黨習)을 하지 말고 동궁을 잘 섬기도록 경계하고, 이어서 어제시(御製詩)를 내리면서 근신(近臣)으로 하여금 화답하여 지어 올리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53권 43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2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행행(行幸)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乙卯/上御景賢堂, 召見諸承旨、玉堂, 以《春秋》畢講, 將宣醞也。 王世子侍坐, 上命弼善朴弼榦, 進《童蒙先習》於東宮, 使讀之, 玉音淸亮, 句讀分明。 諸臣齊聲賀曰: "宗社之福也。" 上顧語東宮曰: "入侍諸臣, 皆服事予者。 其子若孫, 亦皆將與汝共老者, 汝其識之。" 又命儒臣李命坤, 讀御製景賢堂鉻, 令東宮聽之。 讀訖, 內侍宣饌, 命諸臣飮酒, 各問其酒量淺深, 或特賜別盃而勸之。 戒以勿爲黨習, 善事東宮, 仍下御製詩, 令近臣賡進。
- 【태백산사고본】 39책 53권 43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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