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실록53권, 영조 17년 4월 4일 무술 2번째기사
1741년 청 건륭(乾隆) 6년
홍문관에 명하여 명나라 조정의 남긴 책을 모아다 간직하도록 하다
홍문관에 명하여 명나라 조정의 남긴 책을 모아다 간직하도록 하였다. 이때 검토관 이성중(李成中)이 옛날 홍문관에 소장된 책을 열람하다가, 북경본[燕本]인 《역대통감찬요(歷代通鑑纂要)》를 찾아 올렸는데, 임금이 연신(筵臣)에게 내보이며 말하기를,
"책의 상단에 찍힌 광운지보(廣運之寶)는 어느 시대의 어보(御寶)인가?"
하자, 기사관 황경원(黃景源)이 아뢰기를,
"명나라의 어보입니다. 신이 일찍이 명나라 조정의 고 병부 상서 전응양(田應暘)의 제서 모본(制書摹本)을 보았는데, 역시 이 어보가 찍혀 있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옛날 선왕(先王)이 명나라 조정의 마패(馬牌)를 상서원(尙瑞院)에서 소장하도록 명하셨는데, 지금 이 책은 명나라 조정의 옥새(玉璽) 흔적이 보존된 것으로 전자(篆字)의 획(書)이 아직도 분명하며, 보주(寶朱)가 새로운 듯하니, 매우 이상스럽다. 홍문관의 관원으로 하여금 그 남은 책을 모아 보배처럼 수중히 간직하여 나의 하천(下泉)054) 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53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10면
- 【분류】출판-서책(書冊) / 외교-명(明)
- [註 054]하천(下泉) : 《시경(詩經)》 국풍(國風) 조풍(曹風) 하천장(下泉章)을 가리킨 것으로, 극도로 쇠미해진 주(周)나라를 생각하지만 적당한 인재가 없어 주나라가 부흥되지 않음을 읊은 내용인데, 여기에서는 명나라가 부흥되지 못함을 비유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