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에 나아가다. 문의에 따라 역대의 법문을 논하다. 《속대전》이 찬수되다
임금이 소대(召對)에 나아갔다.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備局堂上)도 함께 입시(入侍)하였다. 임금이 문의(文義)에 따라 역대(歷代)의 법문(法文)을 논하여 말하기를,
"창업(創業)하거나 중흥(中興)한 임금은 번번이 관대(寬大)한 것을 숭상하였으므로 나라의 복이 이어졌으나, 후세의 빨리 망한 나라는 늘 가혹한 법에 말미암았으니, 지금 이 글을 찬수(纂修)하는 자는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하였다. 이때 바야흐로 《속대전(續大典)》을 찬수하므로 임금의 하교가 여기에 미친 것이었다. 임금이 또 하교하기를,
"한(漢)나라 문제(文帝)가 이미 육형(肉刑)을 없앴으므로, 구준(丘濬)이 이른바 사람들이 그 몸을 보전하고 그 형체를 잘리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의 덕인데 한 문제 때에 이미 육형을 없앴으나, 사마천(司馬遷)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에 오히려 그 형벌을 받았다. 한 문제는 이미 없앴는데 한 무제는 다시 썼으니, 어찌 후세의 귀감(龜鑑)이 아니겠는가? 아! 우리 나라는 인후(仁厚)가 서로 이어져서 이러한 형벌이 없기는 하다마는, 압슬(壓膝)·낙형(烙刑) 따위는 육형에 견줄 만한 것이 아니나 그래도 슬프고 상심되는 것이니, 모두 없애라고 명하였다. 그러므로 양찬규(梁纘揆)를 국치(鞫治)할 때에 마음 아픈 일 때문에 다시 낙형하고 싶어도 오히려 윤허하지 않은 것은 뜻이 대개 깊은 것이었다. 위에 있는 자가 한때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아래에 있는 자가 혹 이에 따라 임금에게 권한다면, 문제가 이미 없앤 것을 무제가 다시 쓰는 일이 될는지 어찌 알겠는가? 이미 없앤 형벌을 혹 다시 쓴다면 이것도 모자라서 장차 육형도 다시 있게 될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하교를 금오(金吾)를 시켜 정식(定式)하게 하여 후세의 귀감으로 삼으라."
하였다. 임금이 또 신하들에게 묻기를,
"근래에도 경법(黥法)068) 이 있는가? 일찍이 장문(狀文)을 보니 자자(刺字)한다는 말이 있었다."
하니, 우의정(右議政) 유척기(兪拓基)가 말하기를,
"우리 나라에서는 오로지 《명률(明律)》을 쓰는데 《명률》에 자자한다는 글이 있으므로 경외(京外)에서 조율(照律)에만 그 글을 인용할 뿐이고, 실로 자자하는 일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미 그 법이 없는데 글에만 쓰는 것은 뜻이 아주 없고, 후세에서 또한 글에 따라 실용하는 폐단이 없을는지 어찌 알겠는가? 이 뒤로는 장문일지라도 이런 문자를 영구히 없애라는 뜻을 엄히 신칙(申飭)하라."
하였다. 임금이 전가 사변(全家徙邊)069) 의 율(律)은 너무 무겁다 하여 신하들에게 물었는데, 유척기가 말하기를,
"이 율이 예전에는 없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혹 변방의 빈 땅을 채우려는 뜻으로 시행하였으나, 이제는 또한 듣지 못했습니다."
하니, 임금이 상세히 살펴서 다시 품의(稟議)하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51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659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변란(變亂) / 사법-치안(治安)
○上御召對, 大臣備堂同入。 上因文義, 論歷代法文曰: "創業中興之君, 每尙寬大, 故國祚綿遠, 後世促亡之國, 常由苛法。 今之纂修此書者, 宜以此爲念。" 時方修《續大典》, 故上敎及之。 上又敎曰: "漢 文旣去肉刑, 丘濬所謂人得以全其身、不絶其類者, 文帝之德, 而漢 文之朝, 旣除肉刑, 然司馬遷在漢 武之時, 猶被其刑。 漢 文旣去之, 漢 武復用之, 豈非後世龜鑑乎? 噫! 我國仁厚相承, 雖無此等之刑, 但厭膝烙刑之屬, 非可比於肉刑, 而其猶惻傷, 幷命去之。 故頃於纉揆之鞫治也, 因其痛心, 更欲烙刑, 而猶不許之者, 意蓋深矣。 在上者欲一時快意, 在下者或因此勸君, 則安知文帝之旣去者, 武帝復用乎? 旣去之刑, 其或復用, 則此猶不足, 將復有肉刑, 可不懼哉? 以此敎令金吾定式, 爲後世之鑑。" 上又問諸臣曰: "近來亦有黥法乎? 曾見狀文有刺字之說矣。" 右議政兪拓基曰: "我國專用明律, 而明律有刺字之文。 京外照律, 只引其文, 實無刺字之事矣。" 上曰: "旣無其法, 徒用於文者, 殊無意義, 而後世亦安知無因文實用之弊乎? 此後雖文狀, 永除此等文字之意, 嚴飭之。" 上以全家徙邊之律太重, 問諸臣, 拓基曰: "此律在古則無, 而我朝或以實邊塞空地之意行之。 然今亦未聞也。" 上命詳審更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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