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을 행하다. 영사 송인명이 덕적도에 진을 설치하는 문제 등을 아뢰다
임금이 조강을 행하였다. 영사(領事) 송인명이 강화 유수(江華留守) 권적(權𥛚)과 교동 수사(喬桐水使) 김유(金濰)의 장계(狀啓)에 따라 아뢰기를,
"덕적도(德積島)는 서울에서 반일정(半日程)이고 중국의 등주(登州)·내주(萊州)와 바로 상대하여 있습니다. 그 옆에 있는 소야도(蘇爺島)라는 작은 섬은 당(唐)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주사(舟師)를 거느리고 와서 정박하였던 곳인데 이제까지 진(鎭)을 설치하여 경급(警急)을 알리는 일이 없으니, 서울의 방어가 박약한 것을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고(故) 판서(判書) 이인엽(李寅燁)이 비로소 청하여 진을 설치한 데에는 참으로 의견이 있는데 계묘년161) 에 까닭없이 철폐하였으니, 한스럽습니다."
하고, 이어 덕적도의 지도를 바치니, 임금이 보고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지사(知事) 조현명(趙顯命)이 말하기를,
"섬 안에 사는 백성이 이미 많고 땅도 기름지며 서울의 목구멍과 같으니, 진을 설치하여 방어하는 것이 매우 편리하겠습니다."
하고, 송인명이 두 수신(守臣)을 시켜 형지(形止)를 다시 살피고 논열(論列)하여 아뢰게 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송인명이 말하기를,
"왕세자는 내년이면 개강(開講)할 수 있을 것이니, 도학(道學)이 있고 행실이 바른 선비를 뽑아 궁관(宮官)으로 두고 보도(輔導)를 책임지워야 하겠습니다."
하고, 이어 조진빈(趙震彬)·신경(申暻)·송명흠(宋明欽)·이양원(李養源)·송능상(宋能相) 5인을 천거하니, 임금이 차례로 의망하라고 명하고, 또 조현명에게 명하여 시독관 오수채(吳遂采) 등과 함께 《소학(小學)》에서 초절(抄節)하여 동궁(東宮)에게 진강(進講)할 것을 대비하라고 명하였다. 당초에 임금이 동궁에게 계강(繼講)할 글을 신하들에게 문의하였는데 조현명이 《소학》이 매우 요긴하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열 살에 비로소 《소학》을 읽어서 자못 힘을 얻었다. 풍원(豐原)162) 의 뜻이 나와 같다."
하였다. 지평 유작(柳綽)이 전계(前啓)를 다시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또 아뢰기를,
"근래 포상(褒賞)하는 은전이 너무 지나칩니다. 박필정(朴弼正)·이제담(李齊聃)은 약간의 군기(軍器)를 수개(修改)하였는데, 어찌 문득 덕 있는 자를 명하는 거복(車服)과 비의(緋衣)를 입고 옥관자(玉貫子)를 붙이는 벼슬을 줄 수 있겠습니까? 병사가 포상을 장청(狀請)하는 것도 뒷 폐단에 관계되니, 청컨대 북청 부사(北靑府使) 박필정과 전 판관(判官) 이제담에게 가자(加資)하라는 명을 거두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송인명이 이어서 아뢰기를,
"덕 있는 자를 명하는 반열(班列)에는 한때의 노역(勞役)으로 승수(陞授)할 수 없으니, 일체 금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선치(善治)·선진(善賑) 외에는 남상(濫賞)을 허용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49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631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과학-지학(地學) / 군사-군정(軍政)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정론(政論)
○上行朝講。 領事宋寅明以江華留守權𥛚、喬桐水使金濰狀啓奏曰: "德積島距京都爲半日程, 而與中國 登、萊正相對, 其傍小島名曰蘇爺島, 卽唐將蘇定方領舟師來泊處, 而至今無設鎭報警之事。 京都捍蔽單薄, 思之澟然。 故判書李寅燁始請設鎭, 誠有意見, 而癸卯無端撤罷可恨。" 因進德積地圖, 上覽之, 問諸臣。 知事趙顯命言: "島中居民旣多, 土地且沃, 爲京師咽喉, 設鎭備禦甚便。" 寅明請令兩守臣, 更審形止, 論列以聞, 上許之。 寅明言: "王世子明年則可以開講, 宜選道學端方之士, 置之宮官, 責其輔導。" 因薦趙震彬、申暻、宋明欽、李養源、宋能相五人, 上命次第擬望。 又命顯命, 與侍讀官吳遂采等抄節《小學》, 以備東宮進講。 初上以東宮繼講書, 問議諸臣, 而顯命以《小學》爲切要, 上曰: "予於十歲始讀《小學》, 而頗得力。 豐原之意, 與予同矣。" 持平柳綽申前啓, 不允。 又啓: "近來褒賞之典太濫, 朴弼正、李齊聃修改若干軍器, 則何可遽加以命德之器、緋玉之秩乎? 兵使之狀請褒賞, 亦關後弊, 請寢北靑府使朴弼正、前判官李齊聃加資之命。" 從之。 寅明仍言: "命德之列, 不可以一時勞役陞授, 請一切防之。" 上曰: "善治善賑外, 勿許濫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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