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성 부부인의 상을 당하여 중전을 위무하고자 서덕수를 신설하라 명하다
임금이 극수재(克綏齋)에 나아가 우의정 송인명(宋寅明)·이조 판서 조현명(趙顯命)·약방 제조 조상경(趙尙絅)·부제조 조석명(趙錫命)을 인견하고, 서덕수(徐德修)를 신설(伸雪)하도록 명하였다. 이때 잠성 부부인(岑城府夫人)의 상(喪)을 당하여 임금이 송인명 등에게 이르기를,
"서덕수는 사람됨이 어리석어서 속임을 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감란록(勘亂錄)》에 대해 말한 것도 대개 그 뜻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성절(金盛節)이나 조흡(趙洽)과는 차이가 있다. 내전(內殿)께서 평소 남 모르는 아픔이 마음속에 쌓이고 맺혀 있었는데, 사친(私親)의 상사를 만난 뒤로 작수(勺水)도 들지 않고 계시니, 인정상 진실로 그러한 것이다. 만일 이때 신설(伸雪)하여 풀어 주지 않는다면 잠성 부부인의 마음을 위로해 줄 길이 없는데,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자, 송인명이 아뢰기를,
"임인년116) 의 옥사를 신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지금 하교를 받들건대, 일이 이와 같은 데 지나지 않으면 진실로 처분이 지당하니, 신들이 어찌 감히 이의(異議)가 있겠습니까?"
하고, 조현명이 아뢰기를,
"지금 하교(下敎)를 듣건대, 종사(宗社)에 관계되는 죄는 아닌 듯한데 어찌 신설(伸雪)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드디어 하교하기를,
"《감란록》 서문 가운데 이른바 서덕수·김성절·조흡이 대개 그때 초사가 모두 무상(無狀)했던 것은 음흉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에게 걸리어 있었기 때문인데, 서덕수를 다시 역적으로 처치했던 것은 마음속으로 통탄스럽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와 같았으나, 그의 초사가 무상했던 것은 이미 그런 일이 없었지만 형장(刑杖)을 견디지 못해 속여서 공초한 것임을 알 수 있으니, 그를 깊이 미워하는 것 때문에 과중한 율(律)에 두어서 곤심(壼心)을 상하게 하는 것은 의리에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때에 유시하지 않는다면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리겠는가? 을사년117) 의 처분에 의하여 거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47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60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인물(人物)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戊子/上御克綏齋, 引見右議政宋寅明、吏曹判書趙顯命、藥房提調趙尙絅、副提調趙錫命, 命伸雪徐德修。 時岑城府夫人新喪, 上謂寅明等曰: "德修爲人, 不過蒙騃見欺耳。 《勘亂錄》云云者, 意蓋有在。 然比金盛節、趙洽有異焉。 內殿常時隱痛, 蘊結于心, 自遭私喪, 勺水不進, 人情固然矣。 此時若不伸釋, 無以慰岑城之心, 卿等以爲如何?" 寅明曰: "壬寅獄事, 臣未詳知。 今承下敎, 事實不過如此, 處分誠爲至當, 臣等豈敢有異議?" 顯命曰: "今聞下敎, 似非關係宗社之罪, 何可不爲伸雪乎?" 上遂下敎曰: "《勘亂錄》序文中, 所謂修、節、洽者, 蓋其時招辭俱無狀, 以中陰蓄人之心故也。 德修之復置逆, 由於痛心也。 雖若此, 其招中無狀者, 旣知無是事, 不勝杖誣招, 則以其痛惡於渠, 置之于過中之律, 以傷壼心, 於義不忍。 此時不諭, 更待何時? 依乙巳處分擧行。"
- 【태백산사고본】 35책 47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60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인물(人物)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