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을 모은 양에 따라 각도 수령의 상벌을 정하다. 이병상의 일을 논하다
임금이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備局堂上)을 인견하였다. 우의정 송인명(宋寅明)이 말하기를,
"신이 작년에 진달하여 각도 수령으로 하여금 곡물(穀物)을 모으도록 했는데, 그 숫자가 장차 10여만 석에 이르고 있습니다. 금년에 그 효과를 거두게 되었는데 전혀 상벌(賞罰)이 없으면 권선 징악(勸善懲惡)을 할 수 없으니, 청컨대 각도의 수위를 차지한 자[居首者]와 하위를 차지한 자[居末者]를 상벌하여야 합니다. 은진 현감(恩津縣監) 이도선(李道善)은 스스로 쌀을 비축한 것이 1천 1백여 석에 이른다고 하니, 마땅히 별도로 논상(論賞)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각도의 수위를 차지한 자는 승서(陞敍)하고, 하위를 차지한 자는 월봉 3등(越俸三等)321) 을 하고 하위 가운데 10석이 차지 못한 자는 월봉 5등을 하며, 전혀 비축하지 못한 자는 월봉 7등을 하도록 하라. 그리고 이도선은 준직(準職)을 제수하도록 하라."
하였다. 송인명이 말하기를,
"이병상은 그 언외(言外)의 뜻을 억측하여 극변의 땅에 투비(投畀)하였으니, 너무 과중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천하에 어찌 오늘날과 같은 당(黨)이 있겠는가? 여러 신하들이 만약 칼로 베듯이 끊어 버린다면 어찌 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병상이 이른바 사람이 어찌 개벽하겠는가 하는 설은 비단 야속(野俗)할 뿐만이 아니다. 그의 뜻은 내가 비록 밥을 먹지 않더라도 오히려 눈을 뜨고 다시 앉아 있겠다는 것이다. 을사년322) 에 소(疏)를 이미 진달했다는 설은 더욱 놀랍다. 을사년 봄은 바로 그 무리들이 말을 함부로 할 때인데, 이병상이 옳다면 내가 장차 신하를 무함하는 죄과(罪科)로 돌아가게 되니, 여러 신하들이 어찌 의리 없는 임금을 섬기겠는가? 이번에 멀리 찬축한 것은 대개 그 사람을 아껴서 깊이 참은 것인데 어찌 지나치다고 하겠는가?"
하고, 송인명이 말하기를,
"이병상이 오늘 들어오지 않음이 어찌 실제 병이 아닌지 알겠습니까? 그 그림자를 보고서 죄줄 필요는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을사년의 소를 내가 만약 가져다 보면 죽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보지 않은 것이니, 경들은 시험삼아 보도록 하라."
하였다. 송인명이 말하기를,
"중신(重臣)과 대관(臺官)에 관한 죄의 유무(有無)와 말의 허실을 단지 이례(吏隷)와 겸복(傔僕) 무리의 말에 의거하여 조사하는 것은 사체를 손상함이 있으니, 태복시와 주원(廚院)의 낭관(郞官)을 왕부(王府)에서 잡아다가 조사해 아뢰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매우 옳다. 두 낭관을 해부로 하여금 잡아다 조사하고, 이례(吏隷)는 추조(秋曹)323) 에서 취초(取招)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45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57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재정(財政) / 사법-행형(行刑) / 정론-간쟁(諫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관리(管理)
- [註 321]
○上引見大臣備堂。 右議政宋寅明曰: "臣於昨年陳白, 令各道守令收聚穀物矣, 其數將至於十餘萬石。 今年可收其效, 而全無賞罰, 非所以勸懲, 請以各道居首居末者賞罰, 而恩津縣監李道善自備米至於一千一百餘石云, 當別加論賞矣。" 上曰: "各道居首者陞敍, 居末者越俸三等, 居末中未滿十石者越五等, 全未備者越七等, 李道善準職除授。" 寅明曰: "李秉常探其言外之旨, 投之極邊之地, 終涉過中。" 上曰: "天下豈有如今日之黨乎? 諸臣若能割棄, 豈不快矣, 而秉常所謂人豈開闢之說, 非特野俗, 其意以予雖不食, 尙能開眼而復坐矣。 乙巳疏已陳之說尤可駭, 乙巳春卽渠輩縱言之時, 秉常是則予將歸誣臣之科, 諸臣豈可事無義之君乎? 今此遠竄, 蓋惜其人而深忍之耳, 何謂過乎?" 寅明曰: "秉常之今日不入, 安知非實病乎? 不必見其影而罪之也。" 上曰: "乙巳疏, 予若取見, 則不得不誅之, 故不見矣。 卿等試見之也。" 寅明曰: "重臣與臺官罪之有無、言之虛實, 只憑吏隷傔僕輩行査, 有傷事體。 太僕、廚院郞官, 自王府拿致査問宜矣。" 上曰: "卿言甚是, 兩郞官令該府拿覈。 吏隷自秋曹取招。"
- 【태백산사고본】 34책 45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57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재정(財政) / 사법-행형(行刑) / 정론-간쟁(諫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