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문을 위조한 도둑과 관련된 중 현기를 국문하다.
시임 대신·원임 대신과 의금부 당상에게 명하여 본부에서 중 현기(玄機)를 국문하고, 현기가 끌어들인 여러 곳에 있는 자들을 발포(發捕)하도록 명하였다. 이에 앞서 포청(捕廳)에 첩문(帖文)을 위조한 도둑이 있었는데, 중 현기가 여기에 사련(辭連)되어 호남(湖南)에서 체포되어 왔다. 현기가 스스로 말하기를,
"무신년012) 에 망명(亡命)한 역적 황진기(黃鎭紀)가 평안도에서 중이 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깊은 산속에서 내가 그의 제자가 되어 연좌(緣坐)된 여러 적(賊)들과 왕래하면서 교통(交通)했습니다."
하였다. 이는 무신년의 난리에 황진기의 아비 황부(黃溥)가 장폐(杖斃)되었는데, 그때 황진기가 선전관(宣傳官)으로서 몸을 빼어 도주했기 때문이었다. 우의정 송인명(宋寅明)이 그 실상을 아뢰니, 임금이 이르기를,
"일에는 으레 그 방도로 속일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자산(子産)도 일찍이 교인(校人)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013) 이 일은 끝내 이치에 근사하지 못하니, 사수(死囚)가 시각을 연장시켜 보려는 계교가 아닌가?"
하였다. 이에 좌우 포장(左右捕將)으로 하여금 합좌(合坐)하여 철저히 신문하게 하였다. 포도 대장 박찬신(朴纘新)·김흡(金潝)이 청대(請對)하여 아뢰기를,
"죄인의 공사(供辭)에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하고, 인하여 추안(推案)을 올렸는데, 끌어들인 사람은 이사성(李思晟)의 서제(庶第)인 이사언(李思彦)과 전 맹산 현감(孟山縣監) 안명학(安鳴鶴)이었다. 또 이 참판(李參判)의 종신 석남(石男)이라 일컫는 자가 있었는데, 이 참판은 곧 이명언(李明彦)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금 위원(渭原)에 귀양가 있다. 또 안음(安陰)의 정생(鄭生)과 청주(淸州)의 이생(李生)이란 자가 있었는데, 이는 곧 무신년의 적괴(賊魁)인 정희량(鄭希亮)·이인좌(李麟佐)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또 관서(關西)와 압록강 가[江邊]의 토호(土豪)인 전(田)·신(申) 두 족속들을 광범위하게 끌어들였으며 낭송한 시구(詩句)는 또 불도(不道)에 관계된 내용이었으므로, 여러 신하들이 모두 국청(鞫廳)을 설치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허락하였다. 인하여 덕천(德川) 금강암(金剛菴)의 중 법훈(法訓)·최학(最學)·혜학(惠學)·일우(日雨)와 이사언(李思彦)·신차만(申次萬)·전만규(田萬圭)·전차규(田次圭)·이명언(李明彦)과 이명언의 종 석남(石男)과 김세채(金世采)와 김세채의 어미 소정(小貞)과 김재형(金載衡)을 체포하라고 명하였다. 법훈은 곧 현기가 말한 황진기(黃鎭紀)의 승명(僧名)인데, 이 암자(庵子)에 두 명의 법훈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 체포되었다. 이 날부터 추국청을 설치하였는데, 2월 병인일(丙寅日)에 이르러 임금이 직접 국문하였고, 3월 기축일(己丑日)에 현기가 무고(誣告)하였음을 자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43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533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사상-불교(佛敎)
○戊戌/命時原任大臣、禁府堂上, 鞫僧玄機于本府, 發捕玄機諸所援引者。 先是, 捕廳有僞作帖文之盜, 辭連僧玄機, 自湖南捕來。 玄機自言: "見戊申亡命賊黃鎭紀, 於平安道爲僧於深山, 渠爲其弟子, 往來交通於緣坐諸謫。" 蓋於戊申之亂, 鎭紀父溥杖斃, 鎭紀以宣傳官, 脫身走者也。 右議政宋寅明奏其狀, 上曰: "事固有可欺以其方者, 子産亦嘗見欺於校人。 此事終不近理, 無乃死囚欲延晷刻之計耶?" 乃令左右捕將, 合坐究問。 捕盜大將朴纉新、金潝請對言, 罪人供辭多可疑, 因進推案, 其所引者, 思晟之孽弟李思彦、孟山前縣監安鳴鶴也。 又有稱李叅判奴石男者, 李叅判卽指明彦, 方謫渭原。 又有稱安陰 鄭生、淸州 李生者, 卽指戊申賊魁希亮、麟佐也。 且廣引關西、江邊土豪田、申兩族, 而所誦詩句, 又涉不道之辭, 諸臣皆請設鞫, 上許之。 仍命捕德川 金剛菴僧法訓ㆍ最學ㆍ惠學ㆍ日雨、李思彦、申次萬、田萬圭ㆍ次圭、李明彦、明彦奴石男、金世采、世采母小貞、金載衡。 法訓卽玄機所稱黃鎭紀僧名, 而是菴有兩法訓, 故竝就捕。 自是日始設推鞫, 至二月丙寅, 上親鞫,三月己丑, 玄機以誣告自服。
- 【태백산사고본】 33책 43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533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