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을 친제하여 효장 세자의 혼궁에 제사하다
임금이 제문(祭文)을 친제(親製)하여 효장 세자(孝章世子)의 혼궁(魂宮)에 제사하였다. 도승지 조현명(趙顯命)이 아뢰기를,
"무당은 요술(妖術)을 부리는 부류로 비록 도성(都城) 사대부(士大夫)들 집에서 더러 친근히 믿다가 망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대궐 안이 엄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전부터 무어라고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논업(論業)의 공초(供招)를 신(臣)이 삼가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경(卿)의 말이 옳다. 비록 사대부들의 집으로 말하더라도 가장(家長)이 어찌 모두 알 수 있겠는가? 여염(閭閻)은 작은데도 오혀려 다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깊은 구중 궁궐에 있으면서 어떻게 그런 세미한 일들을 분명하게 살필 수 있겠는가? 옛적부터 그런 일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대궐 안에도 또한 신당(神堂)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엄하게 신칙하기 때문에 없어졌다. 논업이 더러는 말루하(抹樓下)라 일컫고 더러는 ‘공(功)이 있다.’고 일컬어 마치 내가 참여하여 들은 것처럼 했기에, 내가 또한 경을 대하기가 부끄럽다. 하지만 어찌 내가 그런 일이 있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19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司法)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上親製祭文, 祭於孝章世子魂宮。 都承旨趙顯命曰: "巫以妖術之類, 雖都城士夫家, 或有親信而覆滅者, 闕內不嚴, 故自前有云云之說矣。 論業之招, 臣伏而聽之, 不覺羞愧於心矣。" 上曰: "卿言是矣。 雖以士夫家言之, 家長豈能盡知乎? 閭閻則小, 而猶不能盡知, 況深居九重, 何以照察。 如許細事? 自古不無此等事, 故闕內, 亦有神堂。 而今則嚴飭故無之矣。 論業或稱抹樓下, 或稱有功, 若予有預聞者然, 予亦羞對卿矣。 予豈有如此事乎?"
- 【태백산사고본】 20책 2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19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司法)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