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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24권, 영조 5년 10월 5일 병오 5번째기사 1729년 청 옹정(雍正) 7년

《감란록》 서문에 심유현에 관한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아뢰다

소대(召對)를 행하였다. 진강이 끝나자, 시독관 유엄(柳儼)이 아뢰기를,

"서문(序文) 내용에 ‘역적 심유현(沈維賢)이 흉악한 말을 만들어 제적(諸賊)들의 흉계를 이루게 했다.’고 한 것은 아마도 미진하게 된 듯싶습니다. 역적 심유현이 어떻게 제 뜻으로 흉악한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습니까? 김일경(金一鏡)박필몽(朴弼夢)의 무리를 근본으로 삼아 차자로 조술(祖述)하였으며, 이유익(李有翼)의 무리가 심유현을 위협하고 유인해 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대저 《감란록(勘亂錄)》은 꼬리만 있고 머리는 없었으니, 이세진(李世璡)이 한 말이 의견이 없지 않은 것이다. 다만 교문(敎文)으로 《감란록》의 수제(首題)를 삼는다면 마침내 천백년(千百年)의 정안(正案)이 되지 못하여 일기(日記)와 같은 것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어제 서문을 지으면서 ‘혹은 차자(箚子)를 올리거나 혹은 상소를 하거나 한 것은 의조(疑阻)하는 소치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하였음은 내가 그들의 본심(本心)이 반역하려고 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글자를 놓게 된 것이니, 오직 이것이 변란의 근본이 되었음을 보인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들은 진실로 마땅히 선천(先天)에 붙여야 하나, 김일경박필몽의 일이 생겼는데도 공격하여 배척하지 못한 것은 마침내 견제(牽制)되는 데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박필몽이 당초에 16인을 들어 논계(論啓)한 뒤에 다시 목호룡(睦虎龍)을 분장(粉粧)해 내어 신축년710)임인년711) 의 일을 이루게 된 것이니, 실지는 목효롱이 고발한 것이 아니라 곧 박필몽이 고발한 것이다. 목호룡이 고발한 사람들은 곧 박필몽이 고발한 16인 중의 사람이었다. 만일에 안팎에서 서로 호응하지 않았었다면, 목호룡이 고발하기 전에 어떻게 목호룡이 마땅히 고발하게 될 사람임을 알고서 그런 논계(論啓)를 하게 되었겠는가? 이 맥락을 만일 그 첫머리까지 미루어 올라가 말한다면, 예설(禮說) 때부터 이미 유래한 바가 있어 오래 된 것이다. 역적 목호룡이 흉서(凶書)를 만들어 앞에서 주창하고 서덕수(徐德修)김성절(金盛節)은 뒤에서 이루어 가며 내응(內應)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김일경박필몽의 무리가 번번이 귀를 기울이고서 듣고 있었던 것이다. 김일경이 기화(奇貨)를 얻은 듯이 여겨 교문(敎文)을 짓기는 했으나, 다시는 어떻게 해 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심유현을 유인하여 흉악한 말을 만들어 내게 한 것이다. 만일에 심유현의 흉악한 말이 없었다면 어찌 괘서(掛書)가 나오게 되었겠는가?"

하매, 유엄이 아뢰기를,

"심유현을 내응(內應)으로 삼고서 지극히 흉악한 사람이 주장한 것이니, 심유현을 주장한 사람으로 삼음은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것인 듯합니다. 신축년과 임인년 무렵에 자신이 청류(淸流)라고 이르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기세가 외롭고 힘이 약하여 단지 근심하고 분개하는 마음만 가지고서 오히려 의리(義理)는 확정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역변(逆變)이 생기게 됨에 미쳐서야 그만 비로소 툭 터지게 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서문에 그런 어구(語句)를 놓은 것은 뭉뚱그려서 하려고 한 것인데, 지금 진달하는 것을 들어보건대, 글자를 놓음이 매우 고단(孤單)하게 되었다."

하고, 이어 원초(原草) 내용을 점개(點改)하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24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168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변란(變亂) / 사법(司法)

○行召對。 講訖, 侍讀官柳儼曰: "序文中逆造凶言, 遂諸賊之凶計。’ 云者, 恐或未盡矣。 逆何能以己意, 造出凶言乎? 輩爲根本, 次次祖述, 而有翼輩, 誘脅維賢矣。" 上曰: "大抵《勘亂錄》, 有尾而無頭, 李世璡之言, 不無意見矣。 但以敎文爲《勘亂錄》首題, 則終不得爲千百載正案, 不過似日記矣。 昨日作序文, 而或箚或疏, 出於疑阻之致云者, 予知其本心, 非出於逆, 故其所以下字如此, 惟示其此爲變亂之根本。 旣往之事, 固宜付之先天, 而之事出, 而不能攻斥者, 終有所牽掣而然也。 弼夢, 初以十六人發啓之後, 又爲粧出虎龍, 以成辛壬之事, 實非虎龍告之也, 乃弼夢告之也。 虎龍所告之人, 卽是弼夢所告十六人中人。 若非表裏相應, 則虎龍未告之前, 何以知虎龍所當告之人, 而爲此啓乎? 其來脈, 若推其初頭而言之, 則自禮說, 已有所由來久矣。 逆凶書, 倡之於前, 洽成之於後, 而謂之內應者, 輩, 每每傾耳者也。 一鏡如得奇貨, 作爲敎文, 更無可爲之道, 故誘引維賢, 做出凶言。 若無維賢之凶言, 掛書豈出乎?" 曰: "以維賢爲內應, 而至凶之人, 主張爲之, 以維賢爲主者, 似不得實狀矣。 辛壬間, 自謂淸流者有之, 而勢孤力綿, 只懷憂憤之心, 而猶不能的確義理, 及至昨年逆變出後, 始乃渙然矣。" 上曰: "序文下語, 欲爲包含矣。 今聞所達, 下字, 甚孤單矣。" 仍命原草中點改。


  • 【태백산사고본】 19책 24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168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변란(變亂)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