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란록》에 유봉휘의 상소를 머리에 싣도록 간한 이세진의 상소
사간 이세진(李世璡)을 내쳐 장기 현감(長鬐縣監)으로 삼았다. 이세진의 상소에 이르기를,
"《감란록(勘亂錄)》에 역적 김일경(金一鏡)이 지은 교문(敎文)을 머리에 실린 것은 자못 내력(來歷)이 없는 것이니, 마치 머리가 없는 뱀과 같은 것입니다. 대개 고 상신(相臣) 유봉휘(柳鳳輝)의 지나간 해의 한 상소는 그의 마음을 미루어 보면, 비록 당초에 딴 뜻이 없은 것이라고는 하지마는, 작년의 역변(逆變)이 있은 뒤에 이르러 근본에 소급(遡及)하여 논한다면 역적 김일경이 지은 교문은 진실로 박필몽(朴弼夢)과 박필현(朴弼顯)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고, 유봉휘의 상소는 또한 역적 김일경의 구실(口實)거리가 되는 것으로서, 앞뒤가 서로 계승(繼承)되고 맥락(脈絡)이 이미 통해진 것입니다. 《감란록》 내용에 반드시 이 상소로 기두(起頭)를 한 다음에야 본말(本末)이 환해질 뿐만 아니라, 또한 후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론(黨論)으로 협잡을 부린 해독이 결국에는 하늘에 사무치는 앙화를 순치(馴致)하게 된 것을 분명하게 알고서 징창(懲創)하는 바가 깊어지게 될 것이니, 《감란록》 내용에 유봉휘의 상소로 기두하도록 명하기 바랍니다."
하고, 비답하기를,
"고(故)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유봉휘의 상소는 망령되기야 망령된 것이기는 하지마는, 그의 마음에 딴 뜻이 없는 것임을 이미 환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일찍이 극률(極律)에 처하지도 않았고 끝에는 또한 관작(官爵)을 복구하게 된 것이다. 이미 딴 뜻이 없는 것임을 알고도 그의 상소를 입록(入錄)하는 것은, 고금 천하에 어찌 그러한 거조(擧措)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고, 또 분부하기를,
"이세진이 올봄에 상소한 말은 지극히 괴상한 것이기에 이미 벌을 받았으니 마땅히 스스로 가다듬어야 할 것인데, 이번의 상소의 말은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닌 것이었고, 더러는 고상(故相)이라고 했다가 더러는 단지 이름만 지적하였으니, 말이 순서와 골자(骨子)가 없는 것이다. 바야흐로 백관(百官)들을 신칙하여 탕평(蕩平)을 힘쓰고 있는 날을 당하여 통엄(痛嚴)하게 징계하지 않을 수 없으니, 장기 현감을 제수하여 내일로 사조(辭朝)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24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16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변란(變亂)
《勘亂錄》, 以逆鏡敎文爲首者, 殊無來歷, 有若無頭蛇, 蓋故相臣柳鳳輝之向年一疏, 原其心, 則雖云初無他意。 而及至昨年逆變之後, 溯本而論之, 逆鏡之敎文, 實爲夢、顯之前矛, 鳳輝之疏, 又爲賊鏡藉口之資斧, 前後相繼, 脈絡旣通, 則《勘亂錄》中, 必以此疏起頭, 然後不但本末之該備, 亦使後世觀者, 明知黨論挾雜之害, 馴致末流滔天之禍, 而其所懲創者深矣。 請命《勘亂錄》中, 以鳳輝疏起頭焉。
批曰: "故柳判府事之疏, 妄則妄矣, 其心無他, 業已洞知, 故曾不置極律, 末乃又復官矣, 旣知無他, 入錄其疏, 古今天下, 安有如許擧措乎? 予未曉也。" 又敎曰: "李世璡今春疏語, 極可怪, 旣被罰, 則宜自勵, 而今此疏語, 不彼不此。 或稱故相, 或只指名, 語無倫脊。 方當飭群工務蕩平之日, 不可不痛懲, 長鬐縣監除授, 明日辭朝。"
- 【태백산사고본】 19책 24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16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