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영조실록 18권, 영조 4년 7월 6일 을묘 2번째기사 1728년 청 옹정(雍正) 6년

전에 바친 상소로 인해 동의금 김상옥을 극변에 정배하다

동의금(同義禁) 김상옥(金相玉)이 상소(上疏)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탕평(蕩平)의 근본은 달고 쓴 것을 조제(調劑)하여 아울러 모두 수용(收用)하는 데에 있지 않고, 실로 임금의 마음이 위에서 표준을 세워 크게 공평하고 지극히 바른 지경에 이르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역적의 변란은 빚어 온지 이미 오래 되었고 뿌리가 또한 깊으므로 간사한 의논을 시작하자 한 마디에 또 한 마디를 더하여, 역적 목호룡(睦虎龍)과 역적 김일경(金一鏡)에 이르러 극심하였는데, 주토(誅討)가 엄하지 않아서 왕법(王法)이 펴지 못하였으므로 남은 흉당(凶黨)에 전습(傳習)되어 몰래 이도(異圖)를 품어서 중외(中外)에서 규합한 것이 거의 온 나라의 반이 되었습니다. 진실로 그 근본을 구명하면 실로 윤상(倫常)이 무너지고 인심이 나쁜 데로 빠져 들어가는 데서 연유하여 오늘날 하늘에 사무치는 변란을 가져왔으니, 먼저 해야 하고 급히 해야 할 것은 의리를 밝히고 시비를 바로잡아 난적(亂賊)이 말미암아 온 것을 밝히고 충역(忠逆)이 나뉘는 까닭을 엄하게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규모(規模)와 거조(擧措)가 정대(正大)하고 광명(光明)하면 색목(色目)을 달리하는 버릇이 절로 사라질 것이나, 우선 미봉하는 것만을 일삼아 조정의 화평한 복을 바란다면 근본을 버려두고 말단을 다스려 어지럽고 어그러지는 것만을 보게 될 것입니다. 탕평의 아름다움은 실로 이루어질 희망이 없고 화란(禍亂)의 싹이 또 어두운 가운데에 숨어 있게 될 듯합니다."

하였는데, 하교(下敎)하기를,

"이 소본(疏本)을 보니 지적한 뜻이 교밀(巧密)하고 말한 것이 음비(陰祕)하다. 의리를 밝히고 시비를 바로잡는다는 한 귀절의 말은 조정의 신하를 악역(惡逆)의 조로 모는 것이니, 이것이 무슨 마음인가? 한 번 붕당이 생긴 뒤로는 충역(忠逆)의 이름을 씌우는 것을 보통으로 여기니, 이것이 난역(亂逆)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옛일로 말하면 왕망(王莽)·조조(曹操)·사마의(司馬懿)·환온(桓溫)506) 을 말할 뿐이고 온 세상을 들어서 반역이라고 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고, 국조(國朝)로 말하면 심기원(沈器遠)·김자점(金自點)을 말할 뿐이고 온 조정을 들어 반역이라고 하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옛말에 ‘범을 그릴 때 가죽은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알아볼 때에 낯은 알아도 마음은 모른다.’ 하였거니와, 흉역(凶逆)의 속마음은 상지(上智)의 자질일지라도 미리 알 수 없는데, 한 역적이 나왔다 하여 세상의 반을 가리켜 반역이라 하는 것은 임금을 위하여 마음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곧 그 붕당을 위하여 날뛰는 것이다. 김상옥을 극변(極邊)에 멀리 귀양보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8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6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註 506]
    왕망(王莽)·조조(曹操)·사마의(司馬懿)·환온(桓溫) : 왕망은 한(漢)나라 효원 황후(孝元皇后)의 조카로서 평제(平帝)를 죽이고 한조(漢朝)를 빼앗아 신(新)나라를 세운 사람, 조조는 후한(後漢) 때의 권신(權臣)으로 손자 조비(曹丕)가 헌제(獻帝)를 폐위한 뒤 무제(武帝)라 추존한 사람, 사마의는 삼국 시대(三國時代) 위(魏)나라의 장수로 문제(文帝) 때 승상의 자리에 올라 손자 사마염(司馬炎)의 제위(帝位)를 찬탄할 기초를 닦은 사람, 환온은 동진(東晉)의 장군으로 황제(皇帝) 혁(奕)을 폐위(廢位)하고 간문제(簡文帝)를 옹립한 후 찬탈 음모를 꾸미다가 실패한 사람. 이 네 사람은 모두 왕위를 직접 찬탈하거나 찬탈 음모를 꾸민 사람임.

○同義禁金相玉上疏, 略曰:

蕩平之本, 不在於調劑甘辛, 兼收竝用, 而實係於君上之一心, 建極于上, 以臻大中至正之域。 而況今番逆變, 醞釀已久, 根柢且深, 始俑邪議, 一節加於一節, 至於賊、逆而極矣, 而誅討不嚴, 王章莫伸, 傳襲餘凶, 陰蓄異圖, 糾結中外, 殆半一國。 苟究其本, 實由於倫常斁絶, 人心陷溺, 致今日滔天之變, 則當先而當急者, 無過乎明義理正是非, 以彰亂賊之所由來, 以嚴忠逆之所由分。 規模擧措, 正大光明, 則色目同異之習, 自歸消融, 徒事乎姑息彌綸, 以蘄朝廷和靖之福, 則只見其遺本理末, 泯棼乘舛。 蕩平之美, 實無做成之望, 而竊恐禍亂之萌, 又伏於冥冥之中也。

敎曰:

觀此疏本, 指意巧密, 下語陰秘。 明義理正是非一句語, 驅廷臣於惡逆之科, 此何心腸? 一自朋黨之後, 加忠加逆, 視乎尋常, 此亂逆之所由生也。 以古事言之, 只曰, 而未聞擧一世而謂逆, 以國朝言之, 只曰器遠自點, 而未聞擧共朝而曰逆。 古語曰: "畫虎畫皮難畫骨, 知人知面不知心。" 凶肚逆腸, 雖上智之資, 未能先知, 以一賊之出, 指半世爲逆者, 非爲君父痛心也, 乃爲其黨踴躍也。 金相玉極邊遠竄。


  • 【태백산사고본】 15책 18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6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