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현이 반란을 꾀하다
태인 현감(泰仁縣監) 박필현(朴弼顯)이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꾀했는데, 전주(全州) 삼천(三川)에 이르렀다가 군사가 궤멸해 도주하였다. 박필현은 음특하고 흉패하여 역적 김일경(金一鏡)과 더불어 사생(死生)을 같이하기로 교결(交結)하였다. 그러다 김일경이 복법(伏法)되자 나라를 원망하는 마음을 깊이 품고 영남(嶺南)의 뜻을 잃은 무리들과 사귀어 결탁하고는 임금을 욕하고 꾸짖으며 몰래 모반을 도모하였다. 이때 그의 종형(從兄) 박필몽(朴弼夢)이 무장(茂長)으로 귀양가니, 함께 의논하고 군사를 일으키고자 태인 현감에 차임되기를 도모했으며, 부임한 후에는 몰래 담양 부사(潭陽府使) 심유현(沈維賢)과 함께 모의하였다. 청주의 변이 일어난 후 19일에 근왕(勤王)한다는 핑계로 경내의 병마를 징발하고 관속(官屬)을 단속하여 3일 동안 조련(操鍊)하면서 관문(官門)에다 진을 쳤다. 박필현이 융복(戎服) 차림으로 들어가 그의 어머니를 보니, 그 어머니가 말하기를,
"내 아들의 모습이 병조 판서(兵曹判書)는 될 만하니, 새 임금을 잘 섬기거라."
하였다. 군사를 동원한 후 박필몽이 오기를 기다려 대장으로 추대해 서울로 향하고자 하였는데, 박필몽은 오지 않았다. 마침 금오랑(金吾郞)이 지나가다 관문(官門) 밖 주막을 거쳐가자 군중(軍中)에서 말을 잘못 전하기를,
"붙잡으러 온 도사(都事)가 이르렀다."
하니, 서로 전해가며 선동하여 군정(軍情)이 크게 소란스러웠다. 박필현은 군사가 궤멸할 것을 염려하여 그날로 떠나 금산사(金山寺) 고개를 넘어 밤에 전주의 삼천(三川)에 이르렀다. 감사 정사효(鄭思孝) 역시 박필현과 함께 모의하고 기일을 약속해 군사가 일으키기로 했었는데, 성품이 본래 교활하고 조정에서 예비함이 있는 것을 알고는 관망(觀望)하기로 계책을 삼고는 문을 닫고 맞아들이지 않았다. 천총(千摠)이 일이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고는 징을 쳐서 군사를 후퇴시키니, 군병이 일시에 놀라 흩어졌다. 박필현은 단지 가속(家屬)·동복(童僕)만을 데리고 말을 몰아 도망해 새벽녘에 건지산(乾止山) 아래에 도착하여 밥을 지어 먹었다. 감영(監營)의 영리(營吏) 김성건(金聲健)이란 자가 박필현이 쉬고 있는 곳을 알고는 감사에게 고하니, 정사효는 좋아하지 않았다. 김성건이 죄가 자기에게 미칠까 두려워하여 세 번씩이나 들어와 고하자, 정사효가 비로소 영장(營將) 이경지(李慶祉)를 불러 상황을 이야기하니, 이경지는 병을 핑계대어 가서 박필현을 붙잡지 않고 그가 도망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6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26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泰仁縣監朴弼顯擧兵叛, 到全州 三川, 軍潰走。 弼顯陰鷙凶悖, 與逆鏡, 結爲死生之交。 及其伏法, 深懷怨國之心, 交結嶺南失志之輩, 詬天罵日, 潛圖不軌。 時, 其從兄弼夢竄茂長, 欲與同議擧兵, 圖差泰仁, 赴任之後, 密與潭陽府使沈維賢, 合謀。 淸州變出後十九日, 稱以勤王, 調發境內兵馬, 團束官屬, 三日操練, 陣于官門。 弼顯以戎服, 入見其母, 母曰: "吾兒之象, 可作兵曹判書, 善事新君也。" 動兵後, 欲待弼夢之來, 推爲大將, 因向京師, 而弼夢不至。 適過去金吾郞, 歷官門外酒幕, 軍中訛言以爲, 拿來都事至矣。 轉相煽動, 軍情大擾。 弼顯慮軍潰, 卽日離發由金山寺嶺, 夜到全州 三川。 監司鄭思孝, 亦與弼顯同謀, 約日興兵, 而性本狡黠, 知朝廷有備, 欲爲觀望之計, 閉門不納。 千摠知事不濟, 鳴金退軍, 軍兵一時驚潰。 弼顯只與家屬、僮僕, 拍馬而走, 黎明到乾止山下, 炊飯而食。 監營營吏金聲健者, 知弼顯休憩處, 告于監司, 思孝不肯。 聲健恐罪及己, 三入而告, 思孝始招營將李慶祉言狀, 慶祉托病不肯往捕弼顯, 任其逸去。
- 【태백산사고본】 13책 16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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