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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6권, 영조 4년 3월 15일 을축 6번째기사 1728년 청 옹정(雍正) 6년

이인좌 등 적이 청주성을 함락시키다

적(賊)이 청주성(淸州城)을 함락시키니, 절도사(節度使) 이봉상(李鳳祥)과 토포사(討捕使) 남연년(南延年)이 죽었다. 처음에 적 권서봉(權瑞鳳) 등이 양성(陽城)에서 군사를 모아 청주의 적괴(賊魁) 이인좌(李麟佐)와 더불어 군사 합치기를 약속하고는 청주 경내로 몰래 들어와 거짓으로 행상(行喪)하여 장례를 지낸다고 하면서 상여에다 병기(兵器)를 실어다 고을 성(城) 앞 숲속에다 몰래 숨겨 놓았다. 이에 앞서 성안의 민가에서 술을 빚으니, 청주 가까운 고을 민간에 적이 이르렀다는 말이 무성했다. 병사(兵使) 이봉상을 보고 말한 자가 있었으나 이봉상이 믿지 않고 설비를 하지 않으니, 성안의 장리(將吏)로서 적에게 호응하는 자가 많았다. 이날 밤에 이르러 적이 이봉상이 깊이 잠든 틈을 타 큰 소리로 외치며 영부(營府)로 돌입하니, 영기(營妓) 월례(月禮)이봉상이 친하게 지내고 믿던 비장(裨將) 양덕부(梁德溥)가 문을 열어 끌어들였다. 이봉상이 창황하게 침상 머리의 칼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자 적이 끌어내 칼로 위협했다. 이봉상이 크게 꾸짖기를,

"너는 충무공(忠武公) 집안에 충의(忠義)가 서로 전해져 오고 있음을 듣지 못했느냐? 왜 나를 어서 죽이지 않으냐?"

하고 크게 세 번 외치니, 드디어 죽였다. 군관(軍官) 홍임(洪霖)이 변을 듣고는 돌입하여 이봉상 위에 엎드리며 말하기를,

"내가 진짜 절도사다."

하니, 적이 끌어내어 항복하라 협박했으나, 그는 끊임없이 욕을 퍼부었다. 이인좌가 탄복하면서 말하기를,

"이는 충신이다. 죽이고 싶지 않지만 나를 죽일까 염려되기 때문에 죽인다. 그러나 일이 성사된 후 너의 후손을 녹용(錄用)하겠다."

하였다. 홍임이 다시 꾸짖기를,

"나에게는 본디 아들이 없지만 있다 하더라도 어찌 너 같은 역적에게 등용되겠느냐?"

하고는 드디어 죽었다. 적이 또 진영(鎭營)에 들어와 영장(營將) 남연년(南延年)에게 항복하라 협박하기를,

"네가 만약 항복하면 장차 크게 등용하겠지만 항복하지 않는다면 참(斬)하겠다."

하니, 남연년이 꾸짖기를,

"내가 나라의 후한 은혜를 입었고 나이 70이 넘었는데, 어찌 개새끼 같은 너희를 따라 반역을 하겠느냐?"

하였다. 적이 꿇어앉지 않는 데 노하여 칼로 무릎을 쳤으나, 끝내 무릎을 꿇지 않고 말하기를,

"어서 내 머리를 베어라."

하면서 끊임없이 꾸짖다가 죽었다. 우후(虞候) 박종원(朴宗元)상당 산성(上黨山城)에 있었는데 적이 부르니, 박종원이 투항하였다. 이인좌가 자칭 대원수(大元帥)라 위서(僞署)하여 적당(賊黨) 권서봉(權瑞鳳)을 목사(牧使)로, 신천영(申天永)을 병사(兵使)로, 박종원(朴宗元)을 영장(營將)으로 삼고, 열읍(列邑)에 흉격(凶檄)을 전해 병마(兵馬)를 불러 모았다. 영부(營府)의 재물과 곡식을 흩어 호궤(犒饋)하고 그의 도당 및 병민(兵民)으로 협종(脅從)한 자에게 상을 주었다. 이봉상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의 후손으로 임금이 그 충성을 가상히 여겨 좌찬성(左贊成)을 추증했다. 시호는 충민(忠愍)이며, 청주(淸州)에 사당을 세우고 표충사(表忠祠)라 사호(賜號)했다. 남연년에게는 좌찬성을 추증했는데, 시호는 충장(忠壯)이다. 홍임(洪霖)에게는 호조 참판(戶曹參判)을 추증하였고 그 마을에 정표(旌表)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6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17면
  • 【분류】
    인사-관리(管理) / 변란-정변(政變) / 윤리-강상(綱常)

○賊陷淸州城, 節度使李鳳祥、討捕使南延年死之。 初賊瑞鳳等聚兵陽城, 與淸州賊魁麟佐, 約合兵, 潛入淸州境, 佯稱行喪營葬, 以喪車載兵器, 潛置州城前藪。 先期釀酒於城內民家, 淸州近邑民間, 盛言賊至。 人有見兵使李鳳祥言之者, 鳳祥未之信, 不設備, 城中將吏, 多與賊應。 至是夜, 賊乘鳳祥熟睡, 叫譟突入, 營府營妓月禮鳳祥親信裨將梁德溥, 開門引之。 鳳祥蒼黃覓床頭劍不得, 賊引出, 以刃脅之。 鳳祥大罵曰: "汝不聞忠武公家, 忠義相傳耶? 何不速殺我?" 大呼者三, 遂死之。 軍官洪霖聞變突入, 伏鳳祥上曰: "我乃眞節度使也。" 賊牽出脅降, 罵不絶口。 麟佐歎曰: "此忠臣也。 卽欲無殺, 恐傷我故殺之。 然事成, 當錄汝後。" 復罵曰: "我固無子, 卽有之, 豈爲汝逆賊用耶?" 遂死。 賊又入鎭營, 執營將南延年脅降曰: "汝若降, 將大用, 不降, 斬。" 延年罵曰: "吾受國厚恩, 年過七十, 豈從汝輩狗子叛耶?" 賊怒不跪, 以劍擊膝, 終不跪曰: "速斬吾頭。" 罵不絶聲而死。 虞候朴宗元上黨山城, 賊招之, 宗元投降。 麟佐自稱大元帥僞署, 賊黨權瑞鳳爲牧使, 申天永爲兵使, 朴宗元爲營將, 傳凶檄於列邑, 召聚兵馬。 散營府財穀, 犒賞徒黨及兵民脅從者。 鳳祥, 忠武公 舜臣之後孫也, 上嘉其忠, 贈左贊成。 諡忠愍, 立廟淸州, 賜號表忠延年, 贈左贊成 諡忠壯贈戶曹參判, 旌其門。


  • 【태백산사고본】 13책 16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17면
  • 【분류】
    인사-관리(管理) / 변란-정변(政變)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