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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8권, 영조 1년 10월 15일 기묘 1번째기사 1725년 청 옹정(雍正) 3년

붕당의 타파에 관한 동 부승지 조문명이 상소

동부승지(同副承旨) 조문명(趙文命)이 상소하여 사직(辭職)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신(臣)이 일생(一生)을 지켜온 바는 오직 ‘파붕당(破朋黨)’ 이란 세 글자를 부신(符信)일 뿐입니다. 종전(從前)에 곤란과 재액(災厄)을 싫증이 나도록 받아왔습니다만, 그래도 변할 줄을 몰랐는데, 더구나 지금 국가의 흥망(興亡)의 기미가 오로지 여기에 달렸으니, 이것을 버린다면 신은 은총(恩寵)을 우러러 보답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익히 생각하여 보아도 곧 막아낼 수 없을 듯합니다. 가령 백척간두(百尺竿頭)1346) 에서 진보(進步)하려고 한다면 이는 흙을 가지고서 맹진(孟津)1347) 을 막는 것에 불과하므로 마침내는 또 이전과 같이 낭패만 당할 뿐이니, 이것이 신이 감히 용이(容易)하게 진신(進身)할 계획을 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그대가 지켜온 의지(意志)를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자기의 의견만 지킬뿐이니, 어찌 이와 같이 지나친 사양만 하는가?

하였다.

사신은 말한다. "조문명(趙文命)이 ‘파붕당(破朋黨)’ 세 글자를 부신(符信)으로 삼은 것은 외면(外面)에서 보아 지나친다면 어찌 좋은 제목(題目)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오늘의 피차(彼此)가 다투는 것은 바로 충(忠)이냐 역(逆)이냐 하는 것으로, 비단 전일(前日)에 군자(君子)·소인(小人)이 서로 변론하는 것과 같을 뿐만이 아닌 즉, 어찌 그 시비(是非)를 암담(黯黮)한 곳에 두고서 끝까지 다스려 그 근본을 끊지 않고는 다만 두리 뭉실하게만 꾸려갈 수가 있겠는가? 훈유(薰蕕)1348) ·빙탄(氷炭)1349) 도 오히려 한 그릇에 담을 수 없는데, 더구나 충신 의사(忠臣義士)가 기꺼이 저 일종(一種)의 흉역(凶逆)의 무리와 더불어 같이 한 조정에 있으면서 토죄 복수(討罪復讐)할 의리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만약 붕당(朋黨)을 타파(打破)하려고 한다면 충신(忠臣)·역적(逆賊)이 나눠진 까닭을 명백히 조사하여 시비(是非)로 하여금 해와 별처럼 소명(昭明)하게 하여야 될 것이니, 그 나머지 갈라져 나간 당(黨)은 타파되기를 기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타파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조문명(趙文命)은 이렇게 하지 않고 두 사이에 끼어 갑자기 음지(陰地)에 숨었다가 갑자기 양지(陽地)에 나타나면서 군주(君主)에게 듣기 좋도록만 하고 있다. 대체로 붕당은 옛날부터 군주들이 매우 미워하는 바이다. 이 때문에 조문명의 말은 쉽게 사총(四聰)1350) 의 밝은 것을 현혹시켜서 장차 후일의 무궁한 화근을 만들게 할 것이니, 개탄을 견딜 수 있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7책 8권 6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558면
  • 【분류】
    인사(人事) / 정론(政論) / 역사(歷史)

  • [註 1346]
    백척간두(百尺竿頭) : 아주 위험한 형편을 이름.
  • [註 1347]
    맹진(孟津) : 중국 하남성(河南省)의 맹현(孟縣) 남쪽에 있던 나루 이름.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주(紂)를 칠 때 제후(諸侯)와 회맹(會盟)한 곳.
  • [註 1348]
    훈유(薰蕕) : 향기를 풍기는 풀과 악취를 내는 풀.
  • [註 1349]
    빙탄(氷炭) : 얼음과 숯불.
  • [註 1350]
    사총(四聰) : 임금이 막힘이 없이 사방의 것을 들음.

○己卯/同副承旨趙文命, 上疏辭職, 仍曰:

臣之一生所秉執, 惟是破朋黨三字符耳。 從前飽受困阨, 而猶不知變。 況今國家興亡之幾, 專係於此, 捨此則臣無以仰答恩造, 而爛熟思量, 直恐抵當不得。 借令百尺竿頭, 欲爲進步, 此不過爲捧土而塞孟津, 畢竟又將如前狼狽而已。 此臣所以不敢爲容易進身之計也。

批曰: "爾所守志, 予已諒知。 但當守已見而已, 何如是過辭乎?"

【史臣曰: 趙文命破朋黨三字符, 自外面看過, 則豈非好題目, 而今日彼此所爭, 乃是忠逆, 而非但如前日君子、小人之互辨而已, 則豈可置其是非於黯黮之地, 而不爲窮治, 以絶其根本, 只使之囫圇做去哉? 薰蕕、氷炭, 尙不同器。 況忠臣義士, 肯與彼一種凶逆之徒, 同一朝廷, 而不思討復之義乎? 如欲打破朋黨, 則明覈忠逆之所以分, 使是非昭如日星, 則其餘支黨, 不期破而自破矣。 今文命不此之爲, 間於兩間, 乍陰乍陽, 使人主樂聞。 夫朋黨, 自古人君之所深惡也。 是以, 文命之說, 易眩四聰之明, 而將爲後日無窮之禍, 可勝歎哉!】


  • 【태백산사고본】 7책 8권 6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558면
  • 【분류】
    인사(人事) / 정론(政論) / 역사(歷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