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경 일당의 토죄와 정호 등을 다시 부르도록 청한 이휘진의 상소
장령(掌令) 이휘진(李彙晉)이 상소했는데, 그 대략에 말하기를,
"아! 신임 사화(辛壬士禍) 때 군흉(群凶)들이 영고(寧考)917) 에게 원한을 품고 전하(殿下)에게 흉독을 부렸는데, 무함하고 핍박함에 있어 못하는 짓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기필코 선왕(先王)의 우애(友愛)를 손상시키고 삼종(三宗)918) 의 혈맥(血脈)을 단절시키려 하여 안팎으로 배치(排置)하고 수미(首尾)가 서로 호응하였습니다. 지난번에 김일경(金一鏡)·목호룡(睦虎龍)이 두 역적이 믿고 의지할 데가 없고 성원(聲援)하는 데가 없었다면 그들이 아무리 흉악하고 교활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감히 앞장서서 흉독을 부릴 계책을 세우지는 못하였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직접 변고(變故)를 겪으셨으므로 사건의 시종을 환히 알고 계실 터인데도 김일경과 목호룡이 복주(伏誅)된 것으로 거괴(巨魁)가 이미 섬멸되었다고 여겨 그 나머지 죄악이 동등한 자들까지 모두 협박에 의해 따랐다는 죄과(罪科)에 돌리고 법에 의거, 철저히 규명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조정의 기상이 쇠약해지고 국가의 형세가 진작(振作)되지 못한 것이 여기에 연유되지 않는다고 기필할 수 없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영의정(領議政) 정호(鄭澔)는 나이는 비록 많지마는 정신과 식견은 아직도 왕성하니, 그를 의정부(議政府)에 나오게 하여 치도(治道)를 논하게 함으로써 품은 뜻을 정사에 반영하게 한다면 틀림없이 대천(大川)이나 교악(喬岳)같은 큰 효험이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봄 강물에 일엽 편주로 호연(浩然)히 멀리 떠나가 산야(山野)에 은거(隱居)하면서 조정으로 나아올 기약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더욱 간곡한 정성을 다하여 기필코 멀리 물러가 있으려는 마음을 되돌리도록 하소서, 찬선(贊善) 김간(金幹)은 일생 동안 실천하여 온 공부가 정숙(精熟)하고 이조 참판(吏曹參判) 이재(李縡)는 학문을 통하여 도(道)를 깨달아 사학(詞學)이 우수한데, 혹 시골로 돌아가 살기를 결심하고 혹은 벼슬을 버리고 물러가기를 빨리하여 은혜로운 전지(傳旨)가 내렸으나 한번도 달려오지 않고 있으니,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만일 전하께서 지성으로 간곡히 부른다면 어찌 감격하여 마음을 바꿀 이치가 없겠습니까?"
하고, 또 논핵하기를,
"양구 현감(楊口縣監) 양우전(梁禹甸)은 불효(不孝)하고 부자(不慈)하여 정실(正室)의 아내를 소박해 버렸으며 관직(官職)에 있으면서 욕심이 많고 비루하였으니, 사판(仕版)에서 삭제시키소서. 영월 부사(寧越府使) 김시경(金始慶)은 아내의 상(喪)을 당하여 백성의 돈을 함부로 징수하였으며 금년 봄 구황(救荒)의 정사에 전혀 마음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유산(流散)되어 산골 마을들이 거의 텅 비어버렸으며, 평해 군수(平海郡守) 유동무(柳東茂)는 행정(行政)을 아전들의 손에 맡기고 뇌물이 기녀(妓女)의 입을 통하여 들어오므로 바닷가 마을의 백성들이 혹독한 침탈을 당하고 있으니, 이들을 모두 파직(罷職)시키소서."
하였는데, 비답(批答)하기를,
"영상(領相)과 두 신하의 일에 대해서는 그대의 말이 절실하다. 마땅히 유념하겠다. 세 고을 수령의 일도 모두 아뢴 대로 시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524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왕실(王室) / 인사(人事)
○掌令李彙晋上疏, 略曰:
噫! 辛壬群凶, 蓄憾於寧考, 逞毒於殿下, 誣逼敲撼, 無所不至, 必欲傷先王之友愛, 殄三宗之血脈, 表裏排布, 首尾和應。 向使鏡、虎兩賊, 無所憑恃, 無所聲援, 則渠雖凶狡, 必不敢爲挺身摩壘之計。 殿下親經變故, 洞覽終始, 而以鏡、虎之伏法, 謂巨魁之已殲, 其餘罪同而惡均者, 幷歸之於脅從之科, 不欲爲究竟之法。 朝象之委靡, 國勢之不張, 未必不由於此。
又曰:
"領議政鄭澔, 年齡雖高, 神識尙旺, 使其臥閤論道, 展布所蘊, 必當有大川、喬岳之效, 而春江一棹, 浩然長往, 高臥丘園, 造朝無期。 願殿下, 益篤懇惻之誠, 期回遐遯之心。 贊善金榦, 一生踐履, 工夫精熟, 吏曹參判李縡, 因文悟道, 詞學優備, 或堅於東崗之守, 或勇於急流之退, 恩旨之下, 一不趨赴, 甚可惜也。 倘殿下, 至誠敦召, 亦豈無感激幡然之理哉?
又論:
楊口縣監梁禹甸, 不孝不慈, 踈棄正室, 居官貪鄙, 請削版。 寧越府使金始慶, 遭其妻喪, 濫徵民錢,今春荒政, 全不致意, 民皆流散, 峽里殆空。 平海郡守柳東茂, 政委吏手, 賂由妓口, 海戶村氓, 酷被侵漁, 幷請罷職。
批曰: "領相與兩臣事, 爾言切實, 當留意, 而三邑守令事, 幷依施。"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5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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