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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3권, 영조 1년 1월 3일 임인 2번째기사 1725년 청 옹정(雍正) 3년

붕당의 폐단에 대하여 전교하다

전교하기를,

"붕당(朋黨)의 폐단이 요즈음보다 심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사문(斯文)027) 에 소란을 일으키더니, 지금에는 한편 사람을 모조리 역당(逆黨)으로 몰고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도 역시 어진 사람과 불초(不肖)한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어찌 한편 사람이라고 모두가 같은 투(套)일 이치가 있겠는가? 각박하고 또 심각하여져서 유배(流配)되었다가 다시 찬축(竄逐)되었으니, 그 가운데 어찌 억울한 사람이 없겠는가? 한 지어미가 억울함을 품어도 5월에 서리가 내리는데, 더구나 한편의 여러 신하들을 모조리 제도(諸道)에 물리치는 것이겠는가? 이러한데도 경알(傾軋)하는 말이 어찌 없다고 하겠는가? 우리 나라는 본래 치우쳐 있고 작아서 사람을 쓰는 방법 역시 넓지 못한데, 요즈음에 이르러서는 그 사람을 임용하는 것이 모두 당목(黨目) 가운데 사람이었으니, 이와 같이 하고도 천리(天理)의 공(公)에 합하고 온 세상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 있겠는가? 지난해까지 함께 벼슬하였던 조정이 지금은 왜 전과 같지 않은가? 이렇게 하기를 그만두지 않으면 띠를 매고 조정에 있을 자가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널리 베풀고 대중을 구제하는 것은 요순(堯舜)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겼는데, 더구나 한 나라의 절반이 침체(沈滯)되는 것이겠는가? 아! 당당한 천승(千乘)의 나라가 사람을 씀이 어찌 이처럼 좁은 것인가? 피차가 서로를 공격하여 공언(公言)이 막혀지고 역당(逆黨)으로 지목하면 옥석(玉石)이 구분되지 않을 것이니, 저가 나를 공격하는 데에서 그 장차 가려서 하겠는가, 가리지 않고 하겠는가? 충직(忠直)한 사람을 뒤섞어 거론하여 헤아릴 수 없는 죄과(罪科)로 몰아넣는 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는 나의 말이다. 이는 바로 속담에서 말하는 ‘입에서 나간 것이 귀로 돌아온다’라는 것이니, 이렇게 되면 조정이 언제나 안정되며 공의(公議)가 언제 들리겠는가? 당(唐)나라 때 유안(劉晏)028) 이 제(帝)에게 말하기를, ‘천하의 글자는 모두 바르지만 유독 붕(朋)자만은 바르지 못하다.’고 하였는데, 바로 오늘을 두고 말한 것이다.

아! 임금과 신하는 부자(父子)와 같으니, 아비에게는 여러 아들이 있어 서로 시기하고 의심해 저쪽은 억제하고 이쪽만을 취한다면 그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불안하겠는가? 공경(公卿)과 서료(庶僚)들은 모두 대대로 녹(祿)을 먹은 신하들인데, 공효(功効)를 보답할 도리를 생각하지 않고 목인(睦婣)029) 의 의리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 조정 가운데서 공격을 일삼고 한 집안에서 싸움만을 서로 계속하고 있으니, 이러면 나라가 장차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해가 거듭 바뀌어서 새해가 다시금 돌아왔는데, 하늘과 사람은 한 가지이니, 어찌 옛것을 개혁하고 새것을 힘써 새 봄을 맞이한 뜻과 같이 하지 않겠는가? 저 귀양을 간 사람들은 금오(金吾)로 하여금 그 경중(輕重)을 참작해 대신(大臣)과 더불어 등대(登對)하여 소석(疏釋)하고, 전조(銓曹)에서는 탕평(蕩平)030) 하게 거두어 쓰라.

아! 지금 나의 이 말은 위로는 종사(宗社)를 위하고 아래로는 조정의 기상(氣象)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일 혹시라도 의심을 일으키거나 혹은 기회(機會)를 삼아서 상소해 경알(傾軋)하면 종신(終身)토록 금고(禁錮)031) 시켜 나라와 함께 하지 못할 뜻을 보이겠다. 너희 여러 신하들은 내가 자수(自修)함이 없다고 여겨 소홀히 하지 말고 성인(聖人)께서 잘못한 자를 바로잡는 뜻을 따라 당습(黨習)을 버리고 공평(公平)하기에 힘쓰라. 그렇게 하면 어찌 비단 나라를 위하는 것뿐이겠는가? 또한 너희들 조상의 풍도(風度)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정승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소하(蕭何)조참(曹參)을 천거한 뜻032) 을 본받고 전형(銓衡)하는 데에서는 이윤(伊尹)이 저자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여긴 뜻033) 을 배워야 한다. 내 말을 공손히 듣고 우리 방가(邦家)를 보존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452면
  • 【분류】
    정론(政論)

  • [註 027]
    사문(斯文) : 유학(儒學)을 지칭함.
  • [註 028]
    유안(劉晏) : 당(唐)나라 숙종(肅宗)·대종(代宗) 때부터 덕종(德宗) 때까지의 명신(名臣). 백성을 사랑하고 재정(財政)에 밝았음.
  • [註 029]
    목인(睦婣) : 내외척(內外戚)끼리 친목(親睦)함.
  • [註 030]
    탕평(蕩平) : 어느 쪽에든지 치우치지 아니함.
  • [註 031]
    금고(禁錮) : 과죄(過罪)로 관리(官吏)에 임용될 자격을 정지시킴.
  • [註 032]
    소하(蕭何)가 조참(曹參)을 천거한 뜻 : 한 고조(漢高祖) 때 승상(丞相)이었던 소하(蕭何)에게 혜제(惠帝)가 후임자를 묻자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조참(曹參)을 적임자라고 추천한 고사(故事)를 말함.
  • [註 033]
    이윤(伊尹)이 저자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여긴 뜻 : 이윤(伊尹)은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재상. 그는 자기의 임금이 요순(堯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마치 저자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부끄러워하였다는 고사(故事)임.

○敎曰:

朋黨之弊, 未有甚於近日。 初以斯文起鬧, 今則一邊之人, 盡驅之於逆黨。 三人行亦有賢、不肖, 豈有一邊人同一套之理? 刻而又深, 流而復竄, 其中豈無抱冤之人乎? 一婦含冤, 五月飛霜。 況一邊諸臣, 盡逬於諸道者耶? 如此而傾軋之言, 烏可已乎? 我國本偏小, 用人之道亦不廣, 而至於近日, 其所用人, 罔非黨目中人, 如此而合天理之公, 服一世之心乎? 向年共仕朝端, 今胡不如前耶? 若此不已, 束帶立朝者幾人? 博施濟衆, 病諸。 況半一國沈滯者乎? 噫! 以堂堂千乘之國, 其所用人, 何如是隘乎? 彼攻此擊, 公言枳塞, 目以逆黨, 玉石不辨, 彼所攻我, 其將擇乎? 不擇乎? 混擧忠直之人, 幷驅罔測之科, 非彼之創也, 是我之言也。 此正諺所謂出乎口, 反乎耳者也。 如此而朝著何時乎定, 公議何時乎聞? 劉晏, 言於帝曰: "天下之字皆正, 而獨朋字未正。" 正謂今日也? 噫! 君臣猶父子。 父有衆子, 共相猜疑, 抑彼取此, 則其心安乎? 不安乎? 公卿庶僚, 皆世祿之臣, 罔念報效之道, 不思睦婣之義, 一廷之中, 攻擊爲事, 一室之內, 干戈相尋, 如此而國將奚似? 今當歲籥重新, 新元復回, 天人一也。 豈無革舊勵新, 與歲俱春之意乎? 被謫之人, 令金吾, 參其輕重, 與大臣登對疏釋, 銓曹蕩平收用。 嗚呼! 今予此言, 上爲宗社, 下鎭朝象。 若或以生疑, 或以爲機, 投疏傾軋, 則禁錮終身, 以示不與同國之意。 咨爾群工, 毋以予無自修而忽之, 遵聖人使枉者直之義, 祛其黨習, 務歸公平。 奚但爲國而已? 抑亦爾等不墜乃祖之風, 豈不美哉? 鼎席體蕭何之志, 銓衡學伊尹撻市之義。 欽哉予言, 保我邦家。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452면
  • 【분류】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