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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권, 영조 즉위년 9월 22일 임술 1번째기사 1724년 청 옹정(雍正) 2년

백성을 구제할 대책을 강구할 것에 관해 재상으로부터 목민관에게까지 하교함

임금이 하교(下敎)하기를,

"나는 성효(誠孝)가 천박(淺薄)하여 5년 안에 천붕(天崩)053) 의 애통함을 두 번이나 당했는데, 가슴을 치며 울부짖어도 미치지 못하여 마음이 찢어지는 것과 같았다. 지금 재능도 없고 덕도 없으면서 외람되게 이 자리를 이어받고 나니 밤낮없이 두려운 마음으로 마치 깊은 구렁에 떨어지는 것 같다. 바야흐로 나라 일이 위태롭고 백성이 도탄(塗炭)에 빠진 때를 당했으니, 장차 어떤 계책으로 이를 구제(救濟)해야 하겠는가? 아!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처럼 여기는 것이다. 요즈음 전국에 흉년이 들어서 백성에게는 아침저녁의 밑천이 없는데, 의탁할 데가 없어서 떠도는 사람에게 신포(身布)를 침범해 징수하여 혹은 인족(隣族)이나 혹은 백골(白骨)에게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한 사람이 온 문중(門中)의 역사(役事)를 겸하고 있다 하니, 슬프다, 우리 백성들이 살아서는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죽은 다음에도 신역(身役)을 면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두 왕조(王朝)에서 보살펴온 백성들이 장차 다 죽고야 말겠구나. 생각이 이에 이르니 먹을 것이 어찌 목에 넘어가겠는가? 양역청(良役廳)이라고 이름을 정한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진대, 한두 달 동안에 전연 타당한 대책이 없어 백성의 목숨이 끊기게 되었으니, 후회한들 어찌 미치겠는가마는, 관장할 사람을 마땅히 곧 강구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 그대들 중외(中外)의 신료(臣僚)는 선조(先朝)에서 백성을 사랑하던 뜻을 본받고 나의 간곡(懇曲)한 말을 생각하여 나라의 간우(艱虞)를 폐부(肺腑)의 병으로 여기고 백성의 괴로움을 한몸의 일로 여긴다면, 사사로운 뜻은 모두 제거되고 공변된 마음이 다시 밝아질 것이니, 송(宋)나라 현인(賢人)의 서명(西銘)054) 이 오늘의 약석(藥石)이 될 것이다.

아! 움막집에 사는 백성이 비록 애통한 마음을 구중궁궐에 한 번 진달하고자 하더라도 그것이 될 수가 있겠는가? 위로 재상으로부터 아래로 목민관(牧民官)에 이르기까지 만약 구활(救活)할 대책이 있으면 모름지기 그 뜻을 다하도록 하라. 말은 비록 갑과 을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내가 마땅히 참작할 것이니, 모름지기 나의 뜻을 본받아 지극히 기대하는 일을 저비리지 말도록 하라. 승지(承旨)는 이를 대신 초안(草案)하여 중외(中外)에 선포(宣布)하도록 하라."

하였다. 승정원(承政院)에서 그것을 비망기(備忘記)에 올려 중외에 널리 알리기를 계청(啓請)하였으나 따르지 아니하였는데, 세 번 계청하니, 비로소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406면
  • 【분류】
    군사(軍事) / 재정(財政)

  • [註 053]
    천붕(天崩) : 임금이 붕어(崩御)함.
  • [註 054]
    서명(西銘) : 송(宋)나라 때의 학자인 장재(張載)가 지어서 서재의 서쪽 창에 걸어 놓았다는 명(銘). 곧 인의(仁義)를 근본으로 설명한 것으로서, "천지(天地)는 부모와 같은 것이고, 천하(天下)는 한 집안과 같으며, 백성은 우리의 동포들이다." 라는 내용으로 엮어졌음.

○壬戌/上下敎曰:

孤誠孝淺薄, 五年之內, 再遭天崩之痛, 攀號莫逮, 心膽如裂。 今否才薄德, 叨承是位, 日夜戒懼, 若隕淵谷。 方當國事岌嶪, 生民倒懸之日, 將何策而拯溺耶? 嗚呼! 君以民爲天, 民以食爲天, 而近因八路失稔, 民無朝夕之資。 繼之以侵徵身布於無依顚連之人, 或至隣族, 或及白骨, 甚者一人兼一門之役, 哀我蒼生, 生無以安堵, 死未能免役, 兩朝顧恤之赤子, 其將盡劉而後已, 言念及此, 食豈下咽? 廳名良役, 意非偶然, 而一月二月, 迄無了當, 民命近止, 回噬何及? 所掌之人, 宜卽講定。 咨爾中外臣僚, 體先朝愛民之意, 念予心腹之辭, 以國事艱虞, 爲肺腑之疾, 以生民困悴, 爲一己之事, 則私意盡祛, 公心復明, 西銘, 可爲今日之藥石矣。 噫! 蔀屋小民, 雖欲一達哀痛之懷於九閽, 其可得也? 上自卿宰, 下至字牧, 若有救活之策, 須盡其意。 言雖甲乙, 予當參量。 須體予意, 勿孤至望事, 承旨代草, 宣布中外。

政院啓請, 以此備忘, 播告中外, 不從, 三啓, 始從之。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406면
  • 【분류】
    군사(軍事)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