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공초
국청 죄인(鞫廳罪人) 이상건(李尙建)이 물고(物故)되었다. 이상건은 곧 백운산인(白雲山人) 이태화(李泰華)라고 일컫는 자이다. 처음에 목호룡(睦虎龍)의 초사(招辭)에 이르기를,
"하루는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에 어떤 사람이 문 밖에 내도(來到)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속리산(俗離山)의 석굴(石窟) 가운데에서 왔다.’고 하므로 나가 보았더니, 이태화(李泰華)였는데, 스스로 둔갑술(遁甲術)에 능숙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뒤에 정인중(鄭麟重)이 은화를 내지 못하여 여러 적(賦)이 색출(索出)하였으나, 어찌할 계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태화를 초치(招致)하여 요술로 은자를 얻도록 하니, 이르기를, ‘귀신(鬼神)을 부리어 은화를 얻으려면 주인(朱印)이 찍힌 종이가 아니면 불가하다.’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홍의인(洪義人)이 선공 봉사(繕工奉事)가 되어 도장이 그의 집에 있었으므로, 후지(厚紙)에다 공인(空印) 십수 장을 찍어서 주었더니, 이태화가 호조(戶曹)의 둔별장첩(屯別將帖)을 위조하여 철원(鐵原) 땅에 방매(放賣)하였습니다. 본쉬(本倅)가 그 인문(印文)을 알아보고는 그 별장(別將)을 잡아 가두고, 이태화(李泰華)를 매우 급히 찾으니, 이태화가 크게 두려워한 나머지 도주(逃走)하여 사실대로 홍의인(洪義人)에게 고하였습니다. 그래서 홍의인이 본쉬(本倅)에게 서찰을 보내어 무사(無事)하게 되었으니, 환술(幼術)로 은화를 모으는 일은 한 바탕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하였다. 국청(鞫廳)에서 이로써 발론하여 문목(問目)을 삼았더니, 은휘하고 바른대로 공초(供招)하지 않았다. 드디어 형문(刑問)하기를 청하여 한 차례 형문(刑問)하였으나, 불복(不服)하였다. 그 뒤에 국청에서 청대(請對)하여 영의정(領議政) 조태구(趙泰耉)가 아뢰기를,
"이것은 역옥(逆獄)에 간범(干犯)한 일이 아닙니다. 당초에 정인중(鄭麟重)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환술(幻術)로 은자(銀子)를 판출(辦出)하게 하려 하였으나, 환술의 효험이 없었고, 별장첩(別將帖)을 위조한 것만 발각되었을 따름입니다. 요술(妖術)로써 뭇사람을 미혹시킨 죄(罪)는 원지(遠地)에 정배(定配)함이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이를 허락하였다. 그 뒤에 대계(臺啓)로 인하여 다시 나국(拿鞫)하여 열한 차례 형문(刑問)하였으나, 한결같이 버티며 자복하지 않더니, 이에 이르러 경폐(徑斃)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8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239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정변(政變)
○戊午/鞫廳罪人尙建物故。 尙建, 卽稱白雲山人 李泰華者也。 初, 虎龍招曰: "一日微雨中, 有一人來到門外, 自言: ‘自俗離石窟中來。’ 出見, 則泰華也。 自言能爲遁甲之術。 其後麟重不能出銀, 諸賊索出, 則計無柰何。 招致泰華, 使之幻得銀貨, 稱云: ‘使鬼輸銀者, 非印朱紙, 則不可’ 云。 其時, 洪義人爲繕工奉事, 印在其家, 故以厚紙踏空印十數張以給, 則泰華僞作戶曹屯別將帖, 放賣於鐵原地。 本倅識其印文, 捉囚其別將, 搜得泰華甚急, 泰華大怯逃走, 以實告于義人, 抵書本倅, 得以無事。 幻術聚銀之事, 爲一場笑囮云云。 鞫廳, 以此發爲問目, 則諱不直招。 遂請刑, 刑問一次不服。 其後鞫廳請對, 領議政趙泰耉奏曰: "此非干犯逆獄之事。 當初麟重欲使此人, 以幻術辦出銀子, 而幻術無驗, 別將僞帖見覺而已。 以妖術惑衆之罪, 宜遠地定配。" 上許之。 後因臺啓, 更爲拿鞫, 刑問十一次, 一向抵賴, 至是徑斃。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8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239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