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인이 사신을 보내어 왕세제를 책봉하다
청인(淸人)이 사신(使臣)을 보내어 왕세제(王世弟)를 책봉(冊封)하였다. 임금이 왕세제와 함께 모화관(慕華館)에 나아가 청사(淸使)를 맞이하였다. 돌아와 인정전(仁政殿)에 이르러 금자 궐위(金字闕位)를 남향(南向)하여 설치하고 임금이 북향(北向)하니, 청사(淸使) 아극돈(阿克敦)과 부사(副使) 불륜(佛倫)이 칙서(勅書)를 받들었다. 칙서에 이르기를,
"황제(皇帝)는 조선 국왕(朝鮮國王) 성(姓) 휘(諱)에게 유시(諭示)하노라. 짐(朕)이 생각하건대 부자(父子)가 서로 전하는 것이 나라의 상경(常經)이고 형제(兄弟)가 계승하는 것은 한때의 권도(權道)인데, 이에 왕의 주청(奏請)을 보니, 침아(沈痾)331) 가 날이 갈수록 오래 되어 사속(嗣續)이 어려우므로 장차 친제(親弟) 연잉군(延礽君) 휘(諱)를 세제(世弟)로 삼고자 하였다. 정사(情辭)가 간절하고 지극하므로 짐이 청하는 바를 힘써 윤허하고 대신(大臣)을 보내어 고명(誥命)을 받들어 가지고 가게 하며, 휘(諱)를 봉하여 조선국 왕세제(王世弟)로 삼고 채폐(綵幣) 등의 물건을 내리노라. 생각건대 왕(王)은 아우 휘(諱)를 권면(勸勉)하여 이륜(彝倫)을 돈독히 하고 영원히 충성하여 순종할 마음을 품고 본지(本支)의 아름다운 경사를 번성하게 하여 종사(宗社)의 안녕을 보전하라. 왕에게 만약 매상(煤祥)의 좋은 조짐이 있고 웅몽(熊夢)의 길한 점을 얻음이 있다면 왕은 다시 아뢸 것이며, 공경하여 짐(朕)의 명(命)을 폐기(廢棄)함이 없도록 하라. 그래서 유시하는 것이다."
하고, 고명(誥命)에 이르기를,
"천운(天運)을 봉승(奉承)한 황제는 칙서(勅書)를 내린다. 짐이 생각하건대 제왕(帝王)은 먼 지방을 편안히 하여 이에 계체(繼體)한 은혜를 넓히고, 예제(禮制)는 마땅함을 따라 공회(孔懷)332) 의 경사를 독실하게 하였다. 번유(潘維)를 돌보아주고 구복(舊服)을 계승하게 하니 본지(本支)를 보존하여 연면(延綿)하게 하였으며, 아름다운 이름을 내리고 전수(前修)를 소술(紹述)하게 하니 빛이 윤발(綸綍)에 발생하였다. 그대 성(姓) 휘(諱) 곧 조선 국왕의 아우로서, 몸은 귀개(貴介)에 있고 자질은 본래 충화(冲和)하였으며, 문물(文物)의 나라에서 생장(生長)하여 위의(威儀)의 가르침을 충분히 익혔도다. 생각건대 원곤(元昆)이 아직도 사속(嗣續)하기 어렵고 동기(同氣)는 상현(象賢)333) 하는 데 적합하므로, 이에 진청(陳請)하는 정성을 윤허하고 특별히 이장(彝章)을 우악(優渥)하게 장식하여, 이에 그대를 조선 국왕의 왕세제(王世弟)로 봉하노라. 아! 아우의 도리이면서 자식의 도리를 겸하게 되니 효우(孝友)의 정성을 더욱 돈독히 할 것이며, 형을 섬기되 반드시 임금으로 섬겨 충근(忠勤)의 예절을 다하기를 힘쓰도록 하라. 크게 고명(誥命)을 받들고 총휴(竉休)를 저버리지 말지니, 공경할지어다."
하였다. 임금이 받고 내려와 팔배례(八拜禮)를 행하였으며, 드디어 잔치를 베풀었는데, 바야흐로 양암(諒闇)334) 중에 있었으므로 다례(茶禮)만 행하고 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8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230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王室)
- [註 331]침아(沈痾) : 고질(痼疾).
- [註 332]
공회(孔懷) :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상체장(常棣章)에 ‘死表之威 兄弟孔懷’란 글귀가 있는데, 형제간에 매우 사모한다는 말임.- [註 333]
상현(象賢) : 자손이 선대의 어진 성왕(聖王)을 본받음.- [註 334]
양암(諒闇) : 상중(喪中).○辛亥/淸人遣使, 冊王世弟。 上與世弟, 出迎淸使于慕華館。 還至仁政殿, 設金字闕位南向, 上北向, 淸使阿克敦及其副佛倫捧勑。 勑曰:
皇帝諭朝鮮國王姓諱。 朕惟父子相傳, 有國之常經, 兄弟繼及, 一時之權道。 玆覽王奏請, 以沈痾日久, 嗣續維艱, 將親弟延礽君諱, 爲世弟。 情辭懇至, 朕勉允所請, 遣大臣齋捧誥命, 封諱爲朝鮮國王世弟, 賜綵幣等物。 惟王勖弟諱, 敦乃彝倫, 永懷忠順, 衍本支之休慶, 保宗社之安寧。 王如兆叶煤祥, 吉占熊夢, 王其再奏。 欽哉無替朕命! 故諭。
誥命曰:
奉天承運皇帝制曰: "朕惟, 帝王綏遠, 聿弘繼體之恩; 禮制從宜, 用篤孔懷之慶。 眷藩維而綿舊服, 保延本支; 錫嘉號而紹前修, 光生綸綍。 爾姓諱, 乃朝鮮國王之弟, 身居貴介, 質本沖和。 生長交物之邦, 嫺習威儀之敎。 惟元昆尙艱於嗣續, 而同氣克協夫象賢。 爰兪陳請之虔, 特賁彝章之渥。 玆封爾爲朝鮮國王世弟。 於戲! 弟道而兼子道, 彌敦孝友之誠; 事兄必以事君, 務盡忠勤之節。 丕承誥命, 勿替寵休, 欽哉!
上受之, 降行八拜禮, 遂享, 以方在諒闇, 行茶禮而罷。
- 【태백산사고본】 4책 8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230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王室)
- [註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