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제가 조신들의 숙배를 받지 않으려 하다
영의정(領議政) 조태구(趙泰耉)·우의정(右議政) 최석항(崔錫恒)이 청대(請對)하여 진수당(進修堂)에 입시(入侍)하였는데, 호조 판서(戶曹判書) 김연(金演)·이조 판서(吏曹判書) 이조(李肇)·예조 판서(禮曹判書) 이태좌(李台佐)도 같이 입시(入侍)하였다. 조태구가 말하기를,
"주청사(奏請使)의 선래(先來)가 나왔는데, 듣건대 봉전(封典)이 갖추어졌다 하니, 진실로 종사(宗社)의 큰 경사입니다. 어제 회환(回還)하는 사신(使臣)을 배소(配所)에 압송(押送)하는 일로 도사(都事)를 파견하였는데, 사행(使行)이 막 강을 건너자마자 즉시 나래(拿來)하면 피인(彼人)들의 청문(聽聞)을 놀라게 할 것이니, 도사(都事)로 하여금 만상(灣上)까지 가지 말고 중로(中路)에서 머물러 기다리다가 압송해 가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허락하였다. 조태구가 말하기를,
"삼가 듣건대 왕세제(王世弟)께서 국옥(鞫獄)의 초사(招辭) 때문에 불안(不安)한 단서가 있어 심지어 진소(陳疏)하려 하신다 합니다. 또 조신(朝臣)의 숙배 단자(肅拜單子)를 봉입(捧入)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니, 이는 곧 지극히 편안하기 어려워 그런 것입니다. 옛날에도 양옥(梁獄)114) 을 끝까지 캐지 아니한 일이 있었으니, 이번 옥사도 초사(招辭) 가운데 아래 조항은 원래 대단한 것이 아니니, 이 한 조항은 추문(推問)하지 않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고, 최석항은 말하기를,
"처음 그 말을 들으니, 지극히 놀랍고 통탄스러웠으므로, 소설(昭雪)하는 도리에 있어서 한 번 추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추문(推問)한 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들으니, 춘궁(春宮)께서 이 때문에 불안해 하셔서 진소(陳疏)하려는 뜻을 가지시기에 이르러 숙배 단자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셨다 하니, 놀라 두려워하는 속마음을 어찌 다 진달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청대(請對)한 것은 오로지 이 때문입니다. 그러니 성상께서 반드시 와내(臥內)로 부르시고 여러 가지로 개유(開諭)하셔서 위안하는 도리를 다하셔야 할 것이니, 이것이 진실로 신 등이 구구하게 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음사(陰邪)한 무리들이 감히 말할 수 없는 처지(處地)를 빙자하여 이런 요사(妖邪)스러운 말을 한 것이니, 이후로 말이 동궁에 관계된 것은 문안(文案)에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허락하였다. 김연(金演) 등도 동궁을 위안해야 한다는 뜻으로 누누이 힘써 진달하였다. 조태구와 최석항이 아뢰기를,
"백망(白望)이 의금부(義禁府)에 갇혔을 때 김일경(金一鏡)이 자못 준엄하게 다스렸으므로, 이 때문에 혐의(嫌疑)를 품고는 부도(不道)한 말을 지어내어 제함(擠陷)할 계책을 삼은 것인데, 이와 같다면 국청(鞫廳)을 설치할 것이 없겠습니다. 대개 목호룡이 백망을 고발하자, 백망 또한 목호룡을 고발하여 마치 서로 보복(報復)하는 것처럼 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 습성이 진실로 놀랍고 통탄스러우며, 그 말 또한 지극히 흉악하고 패리(悖理)하니, 신하로서 이런 말을 듣고 어찌 감히 참석해 앉아 있겠습니까마는, 국체(國體)로 보아 돈소(敦召)하여 출사(出仕)하도록 권면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발락(發落)115) 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20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외교-야(野) / 사법-치안(治安)
○領議政趙泰耉、右議政崔錫恒請對, 入侍于進修堂, 戶曹判書金演、吏曹判書李肇、禮曹判書李台佐同入。 泰耉曰: "奏請使先來出來, 聞封典克完。 寔宗社之大慶也。 昨以回還使臣, 押去配所事, 發遣都事, 而使行纔渡江, 卽爲拿來, 有駭彼人聽聞。 使都事, 毋至灣上, 留待中路, 以押去宜矣。" 上許之。 泰耉曰: "伏聞王世弟, 以鞫招, 有不安之端, 至欲陳疏, 又不捧朝臣肅拜單子。 此乃極難安而然也。 古有毋究梁獄之事。 今此獄招中, 下款事元非大段, 此一款, 宜勿問。" 錫恒曰: "初聞其說, 極爲驚痛。 其在昭雪之道, 不可不一問, 故有所推問矣。 似聞春宮, 以此不安, 至有陳疏之意, 令不捧肅拜單子云。 驚惶之忱, 何可盡達? 今此請對, 專爲此也。 自上必須召致臥內, 多般開諭, 以盡慰安之道。 此實臣等區區之願也。 陰邪之輩, 敢藉不敢言之地, 有此妖說, 今後則語涉東宮者, 勿入文案宜矣。" 上許之。 金演等, 亦以慰安東宮之意, 縷縷力陳。 泰耉、錫恒奏曰: "白望囚禁府時, 一鏡治之頗峻, 故以此含嫌, 做出不道之言, 爲擠陷計。 若是則無以設鞫矣。 蓋虎龍告白望, 白望亦告虎龍, 有若互對報復然。 其習誠爲駭痛, 而其言亦極凶悖。 人臣聞此, 何敢參坐, 國體則宜敦召勉出矣。" 上無發落。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20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외교-야(野) /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