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균·어유귀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이세근(李世瑾)을 이조 참의(吏曹參議)로 특별히 제수하였는데, 이세근은 외직에 있었으므로 서명균(徐命均)으로 대신하게 하였다. 어영 대장(御營大將) 함원 부원군(咸原副院君) 어유귀(魚有龜)에게 훈국(訓局)을 겸관(兼管)하라고 명하였다. 어유귀가 입궐하여 청대(請對)하니, 임금이 허락하지 아니하고 소회(所懷)를 써서 올리라고 명하였다.
사신(史臣)은 말한다. "주상께서 즉위하신 이래 공묵(恭默)하여 말이 없고 조용히 고공(高拱)587) 하여서 신료(臣僚)를 인접(引接)하여 더불어 수작하지 아니하고 군하(群下)의 진품(陳稟)을 문득 모두 허락하니, 흉당(凶黨)이 업신여겨 두려워하고 꺼리는 바가 전혀 없었으므로 중외에서 근심하고 한탄하며 질병이 있는가 염려하였다. 그런데 이에 이르러 하루밤 사이에 건단(乾斷)을 크게 휘둘러 군흉(群凶)을 물리쳐 내치고 사류(士類)를 올려 쓰니, 천둥이 울리고 바람이 휘몰아치며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듯하였으므로, 군하가 비로소 주상이 숨은 덕을 도회(韜晦)588) 함을 알았다." 삼가 살펴보건대 당일의 일은 대개 말하기 어렵다. 물리쳐 내치고 올려 쓰는 것이 천둥처럼 엄하고 바람처럼 빨랐음은 진실로 사신(史臣)의 말과 같다. 단지 사위(嗣位)한 뒤에 사령(辭令)과 연중(筵中)에서의 수작(酬酢)을 상고하건대 끝내 군하(群下)의 바람을 위로하고 중외의 근심을 풀어주는 것이 있지 않았다. 아! ‘주상께 병이 있어 살피고 깨달음이 전연 없다.’고 하면서 무장(無將)의 죄를 스스로 덮는 것은 노당(老黨)589) 의 사사로움이고, ‘주상께 병이 없고 도회(韜晦)의 뜻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독단(獨斷)하는 밝음을 칭송하는 것은 소당(少黨)590) 의 사사로움이다. 똑같은 한 나라의 신민으로 한 나라의 임금을 같이 섬기면서 각각 그 사사로움을 병이 있고 없는 사이에 드러내니,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187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 [註 587]고공(高拱) : 높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있음. 전(轉)하여 관계하지 않고 방관함.
- [註 588]
○特除李世瑾爲吏曹參議, 世瑾在外, 以徐命均代之。 命御營大將咸原府院君 魚有龜, 兼管訓局。 有龜詣闕請對, 上不許, 命書進所懷。
【史臣曰: "上卽位以來, 恭默不言, 穆然高拱, 臣僚引接, 不與酬酢, 群下陳稟, 輒皆唯諾, 凶黨慢易, 全無畏憚, 中外憂歎, 慮有疾疢。 至是一夜之間, 廓揮乾斷, 屛黜群兇, 登庸士類, 雷厲風飛, 天旋地轉, 群下始知上有隱德韜晦矣。"】
謹按當日之事, 蓋難言矣。 屛黜登庸, 雷厲風飛, 誠有如史臣之言, 而夷考嗣後辭令、臨筵酬酢, 終未有以慰群下之望, 而稱中外之憂者。 噫! 謂上有疾, 全無省覺, 而自揜無將之罪者, 老黨之私也; 謂上無疾, 有意韜晦, 而必頌獨斷之明者, 少黨之私也。 同是一國之臣民, 而同事一國之君父, 各逞其私於有疾無疾之間, 國之不亡幸也。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187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 [註 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