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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종실록4권, 경종 1년 9월 27일 을묘 2번째기사 1721년 청 강희(康熙) 60년

왕세제 책봉을 경하하는 교서

중외(中外)에 반교(頒敎)하기를,

"임금은 이르노라. 금중(禁中)412) 에서 대책(大策)을 정하니 경사(卿士)도 따르고 서민(庶民)도 따르며, 저이(儲貳)의 이름이 정해지니 국본(國本)이 정해지고 만품(萬品)413) 도 안정되었다. 이에 마음을 펴보이는 고문(誥文)을 가지고 연경(延頸)414) 의 바람에 답하노라. 생각해 보건대 옛날 선왕(先王)415) 께서 하늘의 경명(景命)416) 을 받으니, 조공 종덕(祖功宗德)417) 의 높고 빛남은 삼대(三代)418) 의 융성할 때보다 뛰어났고, 문소(文昭)·무목(武穆)419) 의 계승은 백세(百世)의 경사(慶事)에 널리 퍼졌다.

나의 고독한 시대에 이르니 항상 깊은 진념(軫念)에 잠기게 되었다. 주창(主鬯)420) 의 자리가 오래 비었으니 누구와 종묘(宗廟)의 일을 받들 것이며, 감국(監國)421) 의 소임(所任)을 물려줄 곳이 없으니 수많은 백성의 마음을 매둘 곳이 없었다. 이 개번(介藩)422) 의 현명함을 돌아보니, 다행하게도 횡경(橫庚)423) 의 길경(吉慶)에 부합하였다. 총명하고 효우(孝友)하여 영예(令譽)가 일찍부터 드러났으며, 검약하고 온공하여 아조(雅操)를 더욱 신칙했도다. 자달(紫闥)424) 에 주선(周旋)하면서 몇해나 상약(嘗藥)425) 을 함께 걱정했으며, 청위(靑闈)426) 에서 가까이 지내면서 어릴 때 삭엽(削葉)427) 으로 희롱도 했다. 친(親)으로 말한다면 영고(寧考)428) 의 사랑을 받은 바요, 명령으로서는 자성(慈聖)께서 밝게 선포한 바이다. 이는 나의 뜻에도 잘 맞는 일이요, 또한 중모(衆謀)가 끝까지 협찬한 바이다.

중리(重离)429) 가 드러낸 빛은 신명(神明)의 묵우(默佑)한 휴경(休慶)을 힘입었고, 보록(寶籙)430) 에 미치는 상서는 또한 사직(社稷)이 영장(靈長)431) 할 기회로다. 이미 욕의(縟儀)432) 의 행사를 치루었으니, 어찌 패택(霈澤)433)방류(旁流)434) 를 늦출 수 있겠는가? 본월(本月) 27일 새벽으로부터 그 이전의 잡범(雜犯)으로 사죄(死罪) 이하는 모두 용서하여 제죄(除罪)435) 하고, 관직에 있는 자는 각각 한 자급(資級)을 올려 주되 자궁(資窮)436) 이 된 자는 대가(代加)437) 해 주도록 하라. 아! 하늘과 사람의 마음이 귀속(歸屬)하니 많은 백성의 향대(嚮戴)가 모두 간절하고, 별이 빛나고 바다도 윤택(潤澤)하니 팔역(八域)의 구가(謳歌)가 한창 이는구나. 마땅히 동경(同慶)의 은택을 미루어 무강(無彊)한 복을 함께 누리리라. 그러기에 이에 교시(敎示)하는 바이니, 모두가 자세히 알 것이다."

하였다. 【대제학(大提學) 이관명(李觀命)이 지어 올렸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173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인사-관리(管理) / 왕실-종친(宗親)

  • [註 412]
    금중(禁中) : 대궐 안.
  • [註 413]
    만품(萬品) : 만물.
  • [註 414]
    연경(延頸) : 목을 늘이고 기다림.
  • [註 415]
    선왕(先王) : 숙종을 가리킴.
  • [註 416]
    경명(景命) : 하늘의 큰 명.
  • [註 417]
    조공 종덕(祖功宗德) : 조유공 종유덕(祖有功宗有德)의 준말로, 묘호(廟號)를 정함에 있어서 공(功)이 있는 이를 조(祖), 덕(德)이 있는 이를 종(宗)이라 함을 이른 것임.
  • [註 418]
    삼대(三代) : 하(夏)·은(殷)·주(周)의 삼대(三代).
  • [註 419]
    문소(文昭)·무목(武穆) : 종묘(宗廟)에 신주(神主)를 모시는 차례, 즉 좌소(左昭)·우목(右穆)을 이른말.
  • [註 420]
    주창(主鬯) : 울창주(鬱鬯酒)를 맡는다는 뜻으로, 세자를 말함.
  • [註 421]
    감국(監國) : 왕세자.
  • [註 422]
    개번(介藩) : 큰 덕이 있는 사람이 울이 된다는 뜻으로, 《시경(詩經)》 대아편(大雅篇) 판장(板章)에서 나온 말임.
  • [註 423]
    횡경(橫庚) : 한(漢)나라 대왕(代王)이 "점괘(占卦)에서 거북 등에 크게 가로놓인 무늬가[大橫庚庚] 있었으니, 내가 천자가 될 것이라."고 한 고사(故事)를 인용한 말임. 문제기(文帝紀)에 보임.
  • [註 424]
    자달(紫闥) : 대궐.
  • [註 425]
    상약(嘗藥) : 어버이가 먹을 약을 먼저 맛보는 것. 곧 약시중.
  • [註 426]
    청위(靑闈) : 동궁.
  • [註 427]
    삭엽(削葉) : 주(周)의 성왕(成王)이 어려서 임금이 되어 희롱으로 오동나무잎을 잘라서 규(珪)를 만들어 아우 숙우(叔虞)에게 주면서 ‘너를 이것으로써 봉한다.’ 하였다. 주공(周公)이 우연히 이를 보고 ‘왕자는 희롱이 없는 법이오.’ 하고, 숙우를 당후(唐侯)로 봉하게 하였다는 고사(故事).
  • [註 428]
    영고(寧考) : 아버지.
  • [註 429]
    중리(重离) : 임금과 신하의 밝은 덕.
  • [註 430]
    보록(寶籙) : 왕의 자리에 오를 조짐.
  • [註 431]
    영장(靈長) : 영묘하고 오래감.
  • [註 432]
    욕의(縟儀) : 성례(成禮).
  • [註 433]
    패택(霈澤) : 은택.
  • [註 434]
    방류(旁流) : 널리 미침.
  • [註 435]
    제죄(除罪) : 면죄.
  • [註 436]
    자궁(資窮) : 당하관(堂下官)의 품계(品階)가 다시 더 올라갈 자리가 없게 되었다는 뜻으로, 당하 정3품(正三品)이 됨을 말함.
  • [註 437]
    대가(代加) : 경우에 따라, 품계(品階)를 올려 줄 사람을 대신하여 그 자·서·제·질(子婿弟姪)에게 품계를 올려 주는 것.

○頒敎中外:

王若曰, 禁中決策, 卿士從而庶民從; 儲貳定名, 國本定而萬品定。 肆將敷心之誥, 用答延頸之望。 念昔先王, 受天景命。 祖功宗德之巍煥, 軼三代隆; 文昭、武穆之繼承, 衍百世慶。 逮予嬛嬛之日, 恒軫昧昧而思。 主鬯之位久虛, 疇與奉宗廟事; 監國之任靡托, 無以繫億兆心。 眷玆介藩之賢, 幸叶橫庚之吉。 聰明孝友, 令譽夙彰, 儉約溫恭, 雅操愈飭。 周旋紫闥, 幾載嘗藥之同憂, 密邇靑闈, 童年削葉之相戲。 以親則寧考之所親愛, 以命則慈聖之所明宣。 玆予意之允諧, 亦衆謀之畢協。 重离闡曜, 賴神明默佑之休; 寶籙延祥, 抑社稷靈長之會。 旣經褥儀之備擧, 詎緩霈澤之旁流? 自本月二十七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在官者各加一資, 資窮者代加。 於戲! 天與人歸, 萬姓之嚮戴咸切; 星輝海潤, 八域之歌詠方興。 宜推同慶之恩, 竝囿無疆之福。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李觀命製進。】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41책 173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인사-관리(管理)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