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실록62권, 숙종 44년 8월 24일 경자 4번째기사
1718년 청 강희(康熙) 57년
병조 참의 이상성의 성진령을 배척하는 상소문
병조 참의(兵曹參議) 이상성(李相成)이 성진령(成震齡)이 상소(上疏)한 내용을 뒤따라 제기해서 상서(上書)하여 스스로 변명하고, 성진령을 배척하여 흉당(凶黨)의 남은 부류라고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지난해 겨울에 강계(江界)에서 체임되어 올 때에 고양(高陽)의 전사(傳舍)323) 에 투숙(投宿)하게 되었었는데, 성진령이 찾아와서 보고 처음으로 그 전의 잊지 않고 생각하던 뜻을 폈으며, 인하여 늙어가며 가난한 정상을 이모저모 길게 말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떠났습니다. 신은 천리 길을 돌아오느라 주머니[囊]가 비었으므로, 옷감이라도 찢어주어 그가 찾아와준 뜻에 부응할 수는 없었는데, 그는 그런 줄을 몰랐을 터이니 원한을 가질 것은 당연합니다. 처음에는 친하게 지내려고 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구무(構誣)하고, 이에 단두(簞豆)를 가지고 본심을 드러내는 얼굴324) 로 갑자기 전일 양(羊) 고기를 주지 않은 앙갚음325) 을 하려 하니, 그 자취를 알 만합니다. 모두 그 마음을 미워하는데 이를 어떻게 계교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세자(世子)가 답하기를,
"대관(臺官)의 말이 정도에 지나치다 하여 어찌 깊이 혐의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0책 62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32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註 323]전사(傳舍) : 주막.
- [註 324]
단두(簞豆)를 가지고 본심을 드러내는 얼굴 : 《맹자(孟子)》 진심장구(盡心章句) 하(下)에 보면, 맹자가,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라를 양보할 수 있으나, 부귀(富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면 대그릇에 담은 밥과 제기(祭器)에 담은 국을 가지고서도 얼굴에 드러낸다." 하였는데, 이 말을 인용한 것임.- [註 325]
양(羊) 고기를 주지 않은 앙갚음 : 춘추 시대(春秋時代) 때 송(宋)나라 화원(華元)이 정(鄭)나라 공자(公子) 귀선(歸先)과 대극(大棘)에서 싸워 크게 패하였는데, 전투하기 전에 화원이 양(羊)을 잡아 군사들에게 먹이면서 그의 말을 모는 양침(羊斟)에게는 주지 않자, 양침이 감정을 품고 전투에 이르러 말하기를, "전번에 양을 잡아 군사들에게 먹인 것은 그대가 마음대로 하였지만 오늘 말 모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한다." 하면서 정나라 군사 쪽으로 불리하게 말을 몰아 크게 패하게 한 고사(故事). - [註 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