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에서 과장에서의 부자 상피에 대해 건의하다
사간원(司諫院)에서 전일에 진달한 것을 다시 진달하고, 또 말하기를,
"과장(科場)에서 부자(父子)가 상피(相避)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선왕조(先王朝)의 영갑(令甲)498) 이 있습니다. 정시(庭試) 등의 별과(別科)에는 부자(父子)가 함께 응시하는 것을 허락은 하지만 만일 함께 참방(參榜)되었을 경우에는 그 아들을 으레 후방(後榜)으로 퇴부시킨 것은 대체로 윤기(倫紀)를 밝히고 효순(孝順)을 장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번 온양(溫陽)의 별과(別科)에서 이유춘(李囿春) 부자(父子)를 모두 출방(出榜)하도록 허락한 것은 실로 이는 전일에 없었던 거조였습니다. 그 뒤 함경도(咸鏡道)의 무과(武科)에서 이춘정(李春禎) 등 부자(父子)를 함께 방방(放榜)한 것도 이유춘(李囿春)의 전규(前規)를 준행한 것이므로 식자(識者)들의 놀라움과 개탄이 극심하였습니다. 엊그제 들어와 진찰할 적에 이 뒤로는 부자(父子)가 동방(同榜)이 된 자가 있을 경우 아들은 후과(後科)로 퇴부시키라는 명령이 있으셨는데, 성상께서 또 아들이 장원(壯元)이 된 경우에는 이번의 예(例)에 따라 모두 방방(放榜)할 것을 허락하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아들은 장원이 되었는데도 아비가 방하(榜下)가 되는 것은 윤기(倫紀)가 도치(倒置)되는 것이므로 구애되는 것이 더욱 대단히 큽니다. 따라서 풍교(風敎)를 손상시키고 뒷날의 폐단을 열어주는 것에 어떠하겠습니까? 성명(成命)을 정지하고 다시 항식(恒式)을 정하소서. 지난번 연석(筵席)에서 대신(大臣)의 진달로 인하여 이배(移配)할 죄인 양익표(梁益標)를 방송(放送)시키라는 명이 있으셨습니다. 양익표는 사람됨됨이가 흉한(凶悍)하고 일을 저지르는 것이 광패(狂悖)스러웠으므로 처음에 토호(土豪)가 무단(武斷)한 형률(刑律)에 의거하여 감등(减等) 유배(流配)시켰는데, 구악(舊惡)을 고치지 않고 폐단을 부리는 것이 더욱 극심합니다. 심지어 민인(民人)들이 시관(試官)에게 정소(呈訴)하는 일이 있기에 이르렀으니, 악인(惡人)을 징계하고 폐해를 제거하는 도리에 있어 진실로 엄중히 금지시키고 엄격히 다스려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배(移配)하는 즈음에 그가 가는 곳마다 행패부리는 것을 우려하여 바로 석방(釋放)하였습니다. 가령 이 뒤에는 양익표(梁益標)와 같은 자가 중죄를 지고서도 이런 전례가 있는 것을 보고 고의로 폐단을 부린다면, 장차 금즙(禁戢)할 것을 생각하지 않고 모두 용서하겠습니까? 청컨대 방송시키라는 명을 환수(還收)하소서."
하였으나, 세자(世子)가 따르지 않았다. 대개 양익표(梁益標)는 본디 무뢰한(無賴漢)으로서 무과(武科)에 참방(參榜)되었다. 일찍이 술에 취하여 그 고을의 수령을 구타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좌죄(坐罪)되어 관서(關西)에 유배(流配)되었다. 이때에 이르러 도신(道臣)이 본도(本道)에 흉년이 들었다는 것을 이유로 장계(狀啓)를 올려 도내(道內)의 여러 죄수들을 타도(他道)로 옮겨 줄 것을 청하였는데, 영의정(領議政) 김창집(金昌集)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양익표(梁益標)가 죄를 짓고 귀양간 지가 이미 1년이 지났고 그가 가는 곳마다 폐단을 일으켜 백성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땅히 이배(移配)하는 것으로 인하여 방송해야 하겠습니다.’ 하여, 드디어 완전히 석방되었기 때문에 대관(臺官)이 여러 달을 간쟁하였으나 끝내 허락을 얻지 못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60권 44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67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윤리(倫理) / 사법-행형(行刑)
- [註 498]영갑(令甲) : 법령(法令).
○諫院申前達。 又言: "科場之父子相避, 旣有先王朝令甲, 而至於庭試等別科, 雖許同赴, 如或竝參, 則其子之例付後榜者, 蓋所以明倫紀長孝順也。 頃日溫科, 李囿春父子, 竝許出榜, 實是無前之擧。 厥後咸鏡道武科李春禎等父子, 同爲放榜, 亦遵囿春之規, 識者之駭歎深矣。 日昨入診時, 有今後父子同榜者, 子付後科之命, 而自上又以子爲壯元, 則依今番例, 竝許放榜爲敎云。 子爲壯元而父爲榜下, 則倫紀倒置, 尤有所大段窒礙者。 其傷風敎而啓後弊, 爲如何哉? 請寢成命, 更爲定式。 頃日筵中, 因大臣陳達, 有移配罪人梁益標放送之命。 夫益標, 爲人凶悍, 作事狂悖, 始以土豪武斷之律, 減等流配, 而舊惡不悛, 作弊愈甚, 至有民人等呈訴試官之行。 其在懲惡除害之道, 固當嚴戢痛治, 而今於移配之際, 爲慮到處作挐, 直爲永釋。 設令日後如益標者, 身負重犯, 而視此爲例, 故爲作弊, 則其將不思禁戢, 而一倂容貸乎? 請還收放送之命。" 世子不從。 蓋益標, 本無賴子, 參武榜。 嘗醉敺其邑倅, 坐此配關西。 至是, 道臣以本道年荒, 狀請移道內諸罪人於他道, 領議政金昌集言於上, 以爲: "益標罪謫旣經年, 所到作弊, 民不堪苦, 宜因移配而放之", 遂得全釋, 故臺官爭之累月, 終不得準請。
- 【태백산사고본】 68책 60권 44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67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윤리(倫理)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