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민진후의 건의로 이목에게 증시하다
약방(藥房)에서 들어와 진찰하였다. 임금이 수부(手部)에 있는 어제(魚際) 좌우혈(左右穴)과 족부(足部)에 있는 내정(內庭) 좌우혈(左右穴), 웅곡(熊谷) 좌우혈(左右穴)에 침을 맞았다. 마치고 나서 제조(提調) 민진후(閔鎭厚)가 말하기를,
"고(故) 평사(評事) 이목(李穆)은 젊어서 태학(太學)에서 유학(遊學)할 때 성종 대왕(成宗大王)께서 마침 병환(病患)이 있었으므로 대비(大妃)께서 여무(女巫)를 시켜 반궁(泮宮)388) 의 벽송정(碧松亭)에다 음사(淫祀)를 설행(設行)하게 했었는데, 이목이 그 여무를 몽둥이로 때려서 내쫓았습니다. 대비(大妃)께서 매우 노하시어 성종(成宗)의 병환에 차도가 있기를 기다렸다가 알리니, 성종께서 성낸 체하고는 그 당시 유생(儒生)들의 이름을 기록하여 들이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러자 유생들을 다투어 도망하여 숨었는데, 이목(李穆)만은 홀로 남아 있었습니다. 성종께서 곧이어 대사성(大司成)을 불러서 ‘사습(士習)이 올바른 데로 귀착된 것을 권장하여 내가 가상하게 여긴다.’ 하시고는 특별히 술을 내렸습니다. 윤필상(尹弼商)이 정승이 되어 용사(用事)할 적에 마침 가뭄이 극심하자 이목이 상소(上疏)하여 말하기를, ‘윤필상(尹弼商)을 팽형(烹刑)에 처하여야 하늘이 비를 내려줄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윤필상이 은밀히 임금에게 부처를 숭봉하도록 권하자 이목이 여러 유생들을 거느리고 소장(疏章)을 올려 윤필상을 간귀(奸鬼)라고 지척하고 주참(誅斬)할 것을 청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드디어 공주(公州)로 귀양갔습니다만, 그 뒤 문과(文科)에 장원(壯元)으로 급제(及第)하여 평사(評事)가 되었습니다. 그때 나이 28세였습니다. 무오 사화(戊午士禍)389) 를 당하여 윤필상이 없는 죄를 씌워 살해하였는데, 갑자 사화(甲子士禍)390) 때 화(禍)가 천양(泉壤)에까지 미쳤습니다. 같은 시대에 화를 입은 김일손(金馹孫) 등 여러 현인(賢人)들은 모두 이미 역명(易名)391) 의 은전(恩典)이 내렸는데도 이목(李穆)의 경우는 그의 후손(後孫)인 이기혁(李基赫)이 상언(上言)하여 증직(贈職)을 얻는 데 그쳤을 뿐 아직 시호(諡號)를 내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니, 임금이 증시(贈諡)할 것을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6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67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관리(管理) / 역사-전사(前史)
- [註 388]반궁(泮宮) : 성균관.
- [註 389]
무오 사화(戊午士禍) : 연산군 4년(1498)에 유자광(柳子光)을 중심으로 한 훈구파(勳舊派)가 《성종실록》에 실린 사초(史草) 조의제문(弔義帝文)으로 사림파(士林派)를 모함하여 일어난 사화(士禍). 이 사화로 조의제문을 지은 김종직(金宗直)은 부관 참시(剖棺斬屍)되고, 김일손(金馹孫)을 비롯한 많은 명신이 죽임을 당하고 쫓겨났음.- [註 390]
갑자 사화(甲子士禍) : 연산군 10년(1504)에 연산군의 생모 윤씨(尹氏)의 복위 문제로 일어난 사화. 이 사화로 성종의 후궁(後宮)들과 왕자들이 죽임을 당하고, 윤씨의 폐위 사건에 관련된 윤필상(尹弼商)·이극균(李克均) 등 10여 명이 사형당하였으며, 한명회(韓明澮)·정창손(鄭昌孫) 등이 부관 참시(剖棺斬屍)되었음.- [註 391]
역명(易名) : 시호를 내려 줌.○己酉/藥房入診。 上手部魚除左右穴、足部內庭左右穴、熊谷左右穴受鍼訖, 提調閔眞厚言: "故評事李穆, 少游太學時, 成宗大王, 適有疾, 大妃使女巫, 設淫祀於泮宮碧松亭, 穆杖其巫而逐之。 大妃盛怒, 俟成廟疾間以告, 成廟陽怒, 命錄入其時儒生。 儒生爭亡匿, 穆獨留。 成廟尋召大司成, 奬以士習歸正, 予庸嘉之, 特賜酒。 尹弼商爲相用事, 會, 天旱, 穆上疏言: ‘烹弼商, 天乃雨。’ 弼商陰勸上奉佛, 穆率諸生上疏, 斥弼商爲奸鬼, 請誅之。 遂謫公州。 後魁文科, 爲評事。 年二十八。 當戊午士禍, 弼商構殺之, 甲子又禍及泉壤。 同時被禍金馹孫諸賢, 皆已易名, 而穆則其後孫基赫上言, 止得贈職, 未蒙賜諡之典。 一體贈諡, 似不可已。" 上命贈諡。
- 【태백산사고본】 68책 6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67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관리(管理) / 역사-전사(前史)
- [註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