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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60권, 숙종 43년 7월 19일 신미 2번째기사 1717년 청 강희(康熙) 56년

대신 독대시 승지와 사관이 입시하다

미시(未時)에 임금이 다시 희정당(熙政黨)으로 나가서 좌의정(左議政) 이이명(李頤命)에게 다시 입시(入侍)하라고 명하였다. 이에 이이명이 승지(承旨) 남도규(南道揆)·가주서(假注書) 이의천(李倚天)·기주관(記注官) 김홍적(金弘迪)·기사관(記事官) 권적(權𥛚)과 함께 합문(閤門) 밖으로 나아갔다. 조금 있다가 사알(司謁)이 와서 임금의 분부를 전하면서 이이명 혼자만 입시하라고 명하였다. 이이명이 창황하게 명을 받들 즈음에 남도규를 돌아보면서 말하기를,

"일이 상규(常規)와 다르니 승지(承旨)와 사관(史官)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모름지기 나와 함께 들어가는 것이 옳겠다."

하고, 이에 즉시 빨리 걸어서 들어갔다. 권적(權𥛚)이 말하기를,

"성교(聖敎)가 비록 이와 같지만 우리들이 물러가 있을 수가 없다. 죄벌(罪罰)을 받더라도 함께 들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하고, 드디어 일어나 뒤를 따랐다. 남도규가 몇 걸음 걸아가다가 권적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성교(聖敎)에 이미 대신(大臣) 혼자만 들어오게 하였는데 우리들이 먼저 품부(稟復)하지도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바로 행하는 것이 사체(事體)에 어떠할지 모르겠다."

하고, 인하여 물러나오려 하였다. 권적이 다시 쟁론(爭論)하여 마침내 희인문(熙仁門) 판장(版牆) 밖에까지 함께 나아갔다. 권적이 한(漢)나라의 신하가 궁중의 작은 문[闥]을 밀어젖히고 바로 들어갔던 고사(故事)246) 를 인용하여 바로 들어가려고 하니, 남도규가 말하기를,

"지금 비록 들어가더라도 진실로 불가한 것이 없지만 대신이 이미 입시하였고 성상의 분부도 허락을 하지 않았으니, 승지(承旨)·사관(史官)이 들어가는 것은 마땅히 승전색(承傳色)에게 청하여 품지(稟旨)를 거친 뒤에 들어가는 것이 무방할 것 같다."

하였다. 이리하여 승전색에게 청하여 승지와 사관이 지금 바야흐로 바로 들어가려 한다는 내용으로 은밀히 품(稟)하게 하였으나 임금이 답하지 않았다. 남도규 등이 또 승전색을 시켜 승지와 사관이 결국 바로 들어가겠다는 뜻을 급히 주달하게 하고 걸음을 옮겨 나아가려 할 즈음에 임금이 비로소 입시하라고 허락하였으므로, 마침내 차례대로 나아가 부복(俯伏)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승지는 누구인가?"

하니, 이이명이 아뢰기를,

"남도규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대신이 독대(獨對)한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승지와 사관이 극력 쟁론하면서 함께 입시(入侍)한 것은 매우 옳은 일이다."

하였다. 이때 이이명(李頤命)은 이미 물러나와 자기의 자리에 부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 임금 앞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드디어 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임금이 이어 여러 신하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명하고 나서 시임(時任)·원임(原任) 대신만 부르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6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660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역사-편사(編史)

  • [註 246]
    권적이 한(漢)나라의 신하가 궁중의 작은 문[闥]을 밀어젖히고 바로 들어갔던 고사(故事) : 한(漢)나라 때 고조(高祖)가 병을 핑계하여 누워 있으면서 신하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는 정무(政務)를 돌보지 않자 공신(功臣) 번괘(樊噲)가 궁중의 문[闥]을 밀어젖히고 바로 들어가니, 대신(大臣)이 뒤를 따라 들어갔다는 고사(故事)를 인용한 것임.

○未時, 上復御熙政堂, 命左議政李頤命, 更爲入侍。 於是, 頤命與承旨南道揆、假注書李倚天、記注官金弘迪、記事官權𥛚, 詣閤門外。 少頃, 司謁來傳上敎, 命頤命獨爲入侍。 頤命蒼黃趨承之際, 顧謂道揆曰: "事異常規, 承旨、史官, 不可不入。 須卽同我而來可也。" 因卽趨入。 𥛚曰: "聖敎雖如此, 吾輩不可退在。 雖被罪罰, 與之同入宜矣。" 遂起隨之。 道揆行數步, 顧謂𥛚曰: "聖敎旣令大臣獨入, 吾等之不先稟復, 徑情直行, 未知事體如何。" 因欲退出。 𥛚復爭之, 遂同詣熙仁門板墻外。 𥛚臣排闥古事, 欲徑入, 道揆曰: "今雖徑入, 固無不可, 而大臣旣已入侍, 上敎不許承、史入來, 宜請承傳色經稟而入, 無妨也。" 於是, 請承傳色, 以承旨、史官, 今方徑入之意, 微稟, 上不答。 道揆等, 又使承傳色急達, 承旨、史官, 終然徑入之意, 將移步移進之際, 上始許入侍, 遂以次進伏。 上曰: "承旨其誰?" 頤命曰: "南道揆矣。" 上曰: "大臣獨對, 古亦有之, 而承旨、史官之力爭同入, 則極是矣。" 時, 頤命已退伏其座。 是日前席說話, 遂不傳。 上仍命諸臣出外, 招時任、原任大臣。


  • 【태백산사고본】 68책 6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660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