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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59권, 숙종 43년 5월 20일 계유 2번째기사 1717년 청 강희(康熙) 56년

유생 김도기 등이 이상채의 상소에 대해 변명하는 상소문

충청·전라 두 도의 유생(儒生) 김도기(金道基) 등이 상소하여 이상채(李相采) 등이 근거 없이 헐뜯은 말을 변명하였는데, 그 상소에 대략 이르기를,

"인조(仁祖)께서 잠저(潛邸)에 계실 때부터 선정신(先正臣) 김장생(金長生)의 도덕을 익히 들어서 평소에 존중하셨으므로, 개기(改紀)하여 곧 수교(手敎)를 내려 징소(徵召)하셨는데, 저들이 어찌 이것을 몰라서 훈귀(勳貴)에 인연하였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아아! 저들이 계해년178) 의 훈귀를 어떠한 훈귀로 여기는 것입니까? 조여우(趙汝愚)주자(朱子)를 천거하였는데, 한탁주(韓侂胄)의 당류(黨類)는 도학(道學)과 권신(權臣)이 결탁하여 당을 위하여 죽을 힘을 다한다고 논하였고, 공문중(孔文仲)이천(伊川)179) 이 귀신(貴臣)을 두루 알현하였다고 무함하였으니, 어쩌면 간사한 소인의 말은 천고(千古)에 한 입에서 나온 듯합니까? 장남헌(張南軒)180) 은 음덕(蔭德)으로 보직(補職)되었고, 유병산(劉屛山)181) 도 아버지의 음덕으로 보직되었는데, 음사(蔭仕)를 천시할 만하다고 여겼다면, 주자가 어찌 병산에게 배우고 남헌에게 벗하려 하였겠습니까? 더구나 김장생이 천거에 의한 벼슬을 받으려 하지 않고 음관(蔭官)으로 자처한 것은 바로 조광조(趙光祖)가 효행(孝行)으로 벼슬을 받으려 하지 않고 부거(赴擧)한 것과 같으니, 더욱 그 독실한 심학(心學)을 알 수 있는데, 도리어 이것을 허물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자장(子張)은 벗인데도 증자(曾子)가 최복(衰服)으로 조문(弔問)하였는데, 더구나 이이(李珥)에게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되는 김장생이겠습니까? 이것은 스스로 선거(選擧)를 막는 자가 예(禮)를 읽지 않은 소치입니다. 또 남의 말을 듣고나서 스스로 그 잘못을 깨달았으니, 이들이 오히려 이것을 청의(淸議)로 여기겠습니까? 낭서(郞署)로 의망(擬望)한 데에 이르러서는 엄한 분부를 내리게까지 하였다는 것은 대개 그때 이산해(李山海)의 무리가 성총(聖聰)을 현혹시켜 성혼(成渾)이 성조(聖祖)께 신임받은 일을 가지고도 오히려 뜻밖에 당적(黨籍)에 걸리게 하였는데, 더구나 지취가 소원(疏遠)하고 벼슬이 낮은 김장생이겠습니까? 말단인 문예(文藝)는 본래 도학의 경중(輕重)을 삼을 것이 못되어, 안자(顔子)·민자(閔子)의 덕행(德行)은 자유(子游)·자하(子夏)의 문학을 겸할 필요가 없었으며, 정자(程子) 또한 스스로 자후(子厚)182) 만한 필력(筆力)이 없다 하였고, 화정(和靖)183) 윤씨(尹氏)는 모든 조정(朝廷)에 들이는 문자(文字)를 문인(門人) 여본중(呂本仲) 등으로 하여금 대신 짓게 하였으니, 선정(先正)이 문사(文辭)에 대하여 간략하고 질박하기를 힘쓰고 문채(文采)를 일삼지 않은 것이 어찌 그 병통이 될 만하겠습니까? 《상례비요(喪禮備要)》신의경(申義慶)에게서 비롯하였으나, 선정의 손에서 상세히 증명되고 가감되었으니, 이 때문에 본디 지은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미 그 사실에 어긋납니다. 더구나 《가례집람(家禮輯覽)》은 선정이 스스로 편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한 것이겠습니까? 대저 천인(天人)·성명(性命)의 본원은 인륜(人倫)에서 도피할 수 없고, 성의(誠意)·정심(正心)·격물(格物)·치지(致知)의 학문도 인륜을 다하는 데에서 찾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이들이 군신(君臣)·모자(母子)의 윤리에 죄를 얻은 자로서 무슨 도덕과 학문을 안다고 감히 이에 대하여 말하는 것입니까? 송익필(宋翼弼)이이(李珥)·성혼(成渾) 두 유현(儒賢)이 더불어 도의(道義)로 교유하였는데, 선정이 송익필에게 배운 것이 도리어 무슨 허물이겠습니까? 정개청(鄭介淸)정여립(鄭汝立)에게 당부(黨附)한 자이고, 정철(鄭澈)은 정여립을 안치(按治)한 자인데, 이들은 정개청을 가리켜 현사(賢士)라 하고, 정철을 욕하여 거간(巨奸)이라 하며 변함없이 전습(傳襲)하여 대대로 그 악을 이루니, 어찌 송익필이 능히 그 아비의 허물을 덮은 것보다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아아!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 유래가 멉니다. 정여립·정인홍(鄭仁弘)의 당류가 왕세충(王世充)·두건덕(竇建德)의 원수184) 를 갚으려고 충청(忠淸)하고 강직한 정철을 곧바로 함정에 몰아넣었는데, 그 기세에 눌려서 온 세상에서 휩쓸려 따랐습니다. 성문준(成文濬)은 바로 성혼의 아들인데도 정철을 허물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으니, 다른 사람은 오히려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선정만이 의연히 스스로 도리를 지켜 바른 것은 돕고 간사한 것을 누르고 은밀히 국맥(國脈)을 부지하여 성조(聖祖)의 중흥(中興)을 융성하게 하였으니, 그가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미워한 공효(功效)가 여기에서 나타났습니다. 윤선거(尹宣擧)성문준의 생질인데, 자기의 허물을 씻기에 바빠서 선정의 아들인 문경공(文敬公) 김집(金集)의 문하에 귀의(歸依)하였으나, 그는 선정에 대하여 본디 속에 가득히 불평을 가진 자이므로, 마침내 윤휴(尹鑴) 등과 표리가 되어 친하게 사귀었고, 그 아들인 윤증(尹拯)윤휴의 아들인 윤의제(尹義濟)의 벗의 사위이고 윤추(尹推)는 이유(李𣞗)의 사위이니, 이 한 가지 단서를 보아도 그 소굴에서 부탁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년에 종사(從祀)에 관한 수의(收議)하였을 때 윤증은 바라지 않은 뜻을 약간 보였으나, 남구만(南九萬)은 앞장서 논의하여 힘껏 막았습니다. 남구만윤증의 마음으로 허여한 벗인데, 언의(言議)가 사나와서 번번이 명의(名義)와 서로 배치(背馳)되니, 그 말이 어찌 사문(斯文)의 경중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이상채는 이것을 가리켜 다른 말이라 하는 것입니까? 아아! 종사하는 전례(典禮)는 사체(事體)가 중대하니, 우리 동방의 일을 두루 헤아려 보건대, 본조(本朝)보다 성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른 것이 있으면 간사한 것이 있고 옳은 것이 있으면 그른 것이 있으니, 김굉필(金宏弼)·정여창(鄭汝昌)이 바르고 옳다면 임사홍(任士洪)·유자광(柳子光)이 간사하고 그르며, 조광조(趙光祖)가 바르고 옳다면 남곤(南袞)·심정(沈貞)이 간사하고 그르며, 이언적(李彦迪)·이황(李滉)이 바르고 옳다면 이기(李芑)·이양(李樑)·윤원형(尹元衡)·정순붕(鄭順朋)이 간사하고 그르며, 이이·성혼이 바르고 옳다면 정여립·정인홍이 간사하고 그른 것입니다. 사정(邪正)·시비(是非)는 서로 대립되니, 김굉필·정여창이송(二宋)185) 에게 전한 것이 바른 것이고, 임사홍·유자광윤휴·윤선도(尹善道)에게 전한 것이 간사한 것입니다. 이상채·양명하(梁命夏) 등은 태어날 때부터 음흉하고 편벽되어 심술이 몹시 막혔습니다. 그 고조·증조·할아비·아비 때부터 첫 번째 이이와 적이 되어 정여립을 빚어내고, 두 번째는 성혼과 적이 되어 정인홍을 빚어내고, 세 번째는 송시열·송준길과 적이 되고 윤휴·허적(許積)을 빚어냈습니다. 국가에서 은혜를 너그럽게 하여 미처 죄다 주멸(誅滅)하지 않았더니, 감히 흉악한 무리를 불러 모아 스스로 선비들이라 일컬어 거만하게 뽐내며 명륜당(明倫堂)에서 논열(論列)하니, 이 일이 어찌 국가의 크게 수치수러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이윤신(李潤身)조선(趙銑) 등이 후원이 되었으므로, 믿는 것이 있어서 대낮에 함부로 혀를 놀리는 것일 뿐입니다. 아아! 군자는 옳은 듯하면서 그른 것을 미워하거니와, 《춘추(春秋)》에는 ‘난신(亂臣)·적자(賊子)를 칠 때에는 먼저 그 당여(黨與)를 다스린다.’ 하였습니다. 이상채·양명하의 정상은 알기 쉬우나 이윤신·조선은 알기 어려운데, 알기 쉬운 자는 그 해독이 적으나 알기 어려운 자는 그 해독이 큽니다. 바라건대 성명(聖明)께서는 시비의 근원을 깊이 구명(究明)하고, 더욱 엄중하게 사정(邪正)을 구분하셔서 사문과 세도(世道)를 위하여 뜻을 더하소서."

하였는데, 임금이 답하기를,

"선정을 위하여 무함을 변명한 것이 지극한 정성에서 나왔으므로 매우 가상하게 여긴다. 소(疏) 끝에 아뢴 것은 더욱이 좋으니 유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59권 39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651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유학(儒學) / 사법-탄핵(彈劾)

  • [註 178]
    계해년 : 1623년 인조 원년.
  • [註 179]
    이천(伊川) : 정이(程頤)의 호.
  • [註 180]
    장남헌(張南軒) : 남헌은 호. 이름은 식(栻).
  • [註 181]
    유병산(劉屛山) : 병산은 호. 이름은 자휘(子翬).
  • [註 182]
    자후(子厚) : 장재(張載)의 자.
  • [註 183]
    화정(和靖) : 윤돈(尹焞)의 호.
  • [註 184]
    왕세충(王世充)·두건덕(竇建德)의 원수 : 당 태종(唐太宗)이 즉위하기 전에 왕세충(王世充)·두건덕(竇建德)을 쳐서 멸하였는데, 뒤에 그의 형제들이 태종을 죽이려 하므로 태종이 그의 아버지인 고조(高祖)에게 말하기를, "그의 형제들이 나를 죽이려는 것은 세충과 건덕을 위하여 원수를 갚는 것이라."하였음.
  • [註 185]
    이송(二宋) : 송준길(宋浚吉)·송시열(宋時烈)을 말함.

忠淸全羅兩道儒生金道基等, 上疏辨晣李相采等誣毁之說。 其疏略曰:

仁廟自在潛邸, 熟聞先正臣金長生道德, 尊尙有素, 改紀之初, 卽下手敎徵之。 彼輩豈不知此, 而乃謂之夤緣勳貴? 噫! 彼輩以癸亥勳貴, 爲何等勳貴耶? 趙汝愚薦引朱子, 而侂冑之黨, 論道學權臣, 結爲死黨, 孔文仲伊川以遍謁貴臣。 是何奸邪小人之言, 上下千古, 如出一口也? 張南軒以蔭補職, 劉屛山亦以父蔭補職。 如以蔭仕爲可賤, 則朱子豈肯師屛山而友南軒哉? 而況長生, 不欲膺薦剡, 自處以蔭官, 則正猶趙光祖之不欲以孝行受職而赴擧者也。 愈可見其篤實之心學, 而乃反以此爲疵耶? 子張, 友也, 而曾子衰服而弔。 況長生之於李珥, 爲師弟子耶? 此自枳選者不讀禮之致。 亦已聞人言而自覺其誤, 則此輩猶以此爲淸議耶? 至於郞署之擬, 致勤嚴敎云者, 蓋其時山海輩, 熒惑聖聰, 致以成渾之受知聖祖者, 猶且橫罹黨籍, 則而況長生之跡踈而官卑者耶? 文藝之末, 本不足爲道學之輕重, 而之德行, 不必兼之文學。 程子亦自謂無子厚筆力, 和靖 尹氏, 凡於入朝文字, 令其門人呂本仲輩代撰。 先正之於文辭, 務爲簡質, 不事藻繪者, 何足爲其病哉? 《備要》則創始於申義慶, 而詳證損益於先正之手, 以此而謂之自有所著之人者, 已非其實, 而況《輯覽》則先正之所自脩, 終始主張者耶? 若夫天人、性命之原, 莫逃於人倫, 誠正、格致之學, 亦不過求其盡乎人倫而已, 此輩以得罪於君臣、母子之倫者, 焉知夫道與學, 而乃敢爲此云云乎? 宋翼弼兩賢, 與爲道義交矣, 先正之師翼弼, 顧何過歟? 介淸, 黨附汝立者也, 鄭澈, 按治汝立者也。 此輩指介淸爲賢士, 辱鄭澈爲巨奸, 傳襲不變, 世濟其惡, 豈不有愧乎翼弼之能蓋其父愆者哉? 嗚呼! 此輩之爲此論, 所由來遠矣。 汝立仁弘之黨, 欲報世充建德之讎, 以鄭澈之忠淸剛直, 驅而納之穽擭, 氣勢所壓, 擧世靡然。 成文濬, 乃以成渾之子, 亦不免咎鄭澈, 則他尙何說? 先正獨毅然以身任道, 扶正抑邪, 陰扶國脈, 光啓聖祖之中興, 則其善善惡惡之效, 於是乎著矣。 尹宣擧, 文濬之甥也。 雖急於灑濯已累, 依先正之子文敬公 集之門下, 而其於先正, 固自有滿腹不平者, 終與輩, 表裏交驩, 其子, 卽義濟之友壻也, 李𣞗之女壻也。 觀此一端, 可見其窟穴之所托矣。 頃年從祀之收議也, 微示不欲之意, 而南九萬倡議力沮之。 九萬, 之心友也。 言議狠悖, 每與名義相背, 其言何足爲斯文輕重, 而相采等, 乃指此爲異辭耶? 嗚呼! 從祀之典, 事體大矣。 歷數我東, 未有盛於本朝者。 然而有正則有邪, 有是則有非。 金宏弼鄭汝昌爲正爲是, 則(士弘)〔士洪〕 子光爲邪爲非, 趙光祖爲正爲是, 則南袞沈貞爲邪爲非, 李彦迪李滉爲正爲是, 則元衡順朋爲邪爲非, 李珥成渾爲正爲是, 則汝立仁弘爲邪爲非。 邪正是非, 互相對待, 傳之于二, 此乃正也, (士弘)〔士洪〕 子光, 傳之於善道, 此乃邪也。 相采命夏輩, 胚胎陰僻, 心術痼塞。 自其高曾、父祖、一與李珥爲敵, 而釀出汝立, 再與成渾爲敵, 而釀出仁弘, 三與宋時烈宋浚吉爲敵, 而釀出。 國家寬恩未遽盡誅, 則乃敢招呼凶醜, 自稱多士, 揚眉仰首, 論列明倫堂上, 事豈非國家之大可羞恥者耶? 此特以潤身輩爲之後(勁)〔助〕 , 故有所持而跳踉, 舕(舑)〔舑〕 於白日之下耳。 嗚呼! 君子惡似是而非者, 《春秋》討亂臣、賊子, 先治其黨與。 相采命夏之情狀易知, 而潤身, 難知也。 易知者其害小, 難知者其害大。 惟聖明, 深究是非之原, 益嚴邪正之別, 爲斯文爲世道加意焉。

上答曰: "爲先正辨誣, 出於至誠, 深用嘉尙, 而疏末所陳尤好, 可不留心焉?"


  • 【태백산사고본】 67책 59권 39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651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유학(儒學)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