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황규하의 조지서 설치의 일과 권상하·김창흡의 일 등에 대한 상소
지평(持平) 황규하(黃奎河)가 상소(上疏)하여 맨 먼저 양역(良役)을 경장(更張)하는 데 대한 대책을 말하고, 다음으로 북한 산성(北漢山成)은 역사(役事)가 커서 재정의 소모가 있음을 말하면서 이르기를,
"조지서(造紙署)에 창고를 설치한 것은 오로지 군량을 운반하기 위한 것이고, 수문(水門)의 익성(翼城)은 절차가 장대(張大)해서 엄연한 하나의 성(城)과 같습니다. 대저 한 도성(都城)이라도 오히려 그 규모가 넓고 큰 것을 병통으로 여기는데, 지금 세 성은 둘레가 갑절이 될 뿐만이 아니니, 설혹 위급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선 역사를 정지하게 하고 다시 묘당에 물어서 지킬 만한지를 알아본 다음에 쌓더라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리청(經理廳)에서 주관하여 수호(守護)하는 것은 이미 명목(名目)에서 벗어나 공급(共給)과 수응(酬應)을 모두 저 경외(京外)에서 취하고 있는데, 점포를 설치하고 뚝[堰]을 쌓으려면 소요스러움이 많을 것이니, 빨리 경리청을 없애고 양주목(楊州牧)을 산성(山城)에 옮겨야 합니다. 이것이 만약 불편하다면 유양(維楊)의 두세 지역을 분할하고 고양(高陽)의 한두 면(面)을 나누어서 고을을 설치하여 수령을 둔다면 전일하게 주관(主管)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군량(軍糧)의 조적(糶糴)018) 은 원근(遠近)의 민인(民人)이 도로(道路)에서 쓸데없이 허비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본래의 조곡(糶糴) 이외에도 모곡(耗穀)까지 운반해야 하므로, 받고 싶어하는 백성이 없고 원망하는 소리만 길에 가득합니다. 신은 또한 생각하건대 개색(改色)019) 만 허락하고, 그 모곡은 받지 말아서 민심을 수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여깁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성명(聖明)께서 권상하(權尙夏)를 대우하시는 것이 지극하십니다. 발탁하여 숭반(崇班)에 두시고 돈독하게 부르시어 버려 두지 않으시고 또한 일찍이 전석(前席)에서 그 아우를 면유(面諭)하여 그로 하여금 출사(出仕)하도록 권고하게 하셨습니다. 진실로 원하건대 정성스런 예를 더욱 도타이 하셔서 기필코 나오게 하여 성학(聖學)의 고문(顧問)을 의뢰하시고, 겸하여 동궁(東宮)의 보도(輔導)를 책임지게 하소서."
하고, 또 말하기를,
"김창흡(金昌翕)은 높은 지조가 유속(流俗)에서 뛰어난 사람인데, 풍헌(風憲)의 직책을 얼마 안가서 체직당했으니, 이 어찌 선비를 대우하는 도리에 부족함이 있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이간(李柬)은 스승의 문하(門下)에서 익히면서 몸을 검속하고 행실을 닦은 사람인데, 논하여 배척하는 말이 갑자기 논사(論思)하는 자리에서 내었으니, 신은 혼자서 애석하게 여깁니다."
하니, 답하기를,
"양역(良役)의 한 조목은 이미 간장(諫長)020) 의 상소에 대한 비답(批答)에서 유시하였다. 북한 산성의 역사를 겨우 마치고, 큰 계획을 이미 정하여 대신(大臣)이 주관(主管)하며 또 한창 구획(區劃)하고 있는데, 헐뜯는 의논이 이 지경에 이르고 있으니, 이와 같이 하여 그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내가 찬선(贊善)을 돈독하게 부르기를 빈번하게 했을 뿐만이 아닌데, 멀리 떠나 있는 마음을 돌릴 수 없는 것은 진실로 정성이 부족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항상 부끄러워 얼굴 붉어지는 마음이 절실하였다. 너의 말이 상세한데 생각을 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4책 56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50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역(軍役) / 군사-관방(關防) / 군사-병참(兵站)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註 018]조적(糶糴) : 봄에 나라의 곡식을 백성들에게 꾸어 주는 것을 조(糶)라 하고, 가을에 백성들에게 꾸어 주었던 곡식에 10분의 1 이자를 붙여서 거두어 들이는 것을 적(糴)이라 함.
- [註 019]
개색(改色) : 세곡(稅穀)을 운반하는 도중에 수침(水沈)된 경우 그 수침미(水沈米)를 지방민에게 나누어 주고 다른 곡식으로 대신 바꾸게 하던 것.- [註 020]
간장(諫長) : 대사간(大司諫).○持平黃奎河, 上疏首言良役更張之策, 次言北漢之役鉅財耗, 以爲:
造紙署設倉, 專爲(運)〔軍〕 餉, 而水門翼城, 節次張大, 儼一城子。 夫以一都城, 尙病其闊大, 今三城周遭, 不啻倍之, 設有緩急, 其能守之耶? 姑令停役, 更詢廟堂, 知其可守而後, 築之未晩也。 經理廳之主管守護, 旣外名目, 供給酬應, 都是那取於京外, 而設店築堰, 騷擾許多, 亟罷經理廳, 移楊州牧於山城。 此如不便, 則割維楊之數三界, 分高陽之一二面, 而設邑置守, 則主管有專一之效矣。 軍餉之糶糴遠近, 民人之道路冗費, 不可勝言, 本糶之外, 又輸耗焉, 民無願受, 怨聲載路。 臣亦以爲只許改色, 不取其耗, 以收拾人心爲務。
又曰:
聖明所以待權尙夏者, 至矣。 擢置崇班, 敦召不置, 亦嘗於前席, 面諭其弟, 使之勸出。 誠願益篤誠禮, 期於必致, 以資聖學之顧問, 兼責東宮之輔導。
又言:
金昌翕高蹈之節, 卓絶流俗。 風憲之職, 未幾見遞, 豈不有歉於待士之道耶? 李柬, 濡染師門, 飭躬砥行, 而論斥之言, 遽發論思之地, 臣竊惜之。
答曰: "良役一款, 已諭於諫長疏批矣。 北城甫訖, 大計已定, 大臣主管, 又方區畫, 而訾議至此。 若此不已, 何事可成? 予之敦召贊善, 不啻頻繁, 而莫回遐心, 良由誠淺, 恒切愧恧矣。 爾言縷縷, 可不加意焉?"
- 【태백산사고본】 64책 56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50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역(軍役) / 군사-관방(關防) / 군사-병참(兵站)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註 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