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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54권, 숙종 39년 10월 28일 임인 1번째기사 1713년 청 강희(康熙) 52년

성덕의 일·양역 변통의 일 등에 대한 금천 유학 이만엽의 상소문

금천(衿川)의 유학(幼學) 이만엽(李萬葉)이 응지(應旨)하여 수천 마디의 말로 상소(上疏)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전하께서는 실심(實心)으로 실사(實事)를 시행하시지 못하고, 인순(因循)에 익숙해지셔서 고식(姑息)을 편히 여겨 일심으로 엄외(嚴畏)하여 일에 따라 분발하지 못하십니다. 대저 인순(因循)하고 고식적인 것을 속(俗)이라 말하는데, 속이란 한 글자는 무한한 병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주(人主)가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근심하여 집안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며 정사(政事)·상벌(賞罰)로 고무(鼓舞)하고 진작(振作)시키는 큰 권병(權柄)이 한 가지 일이라도 실처(實處)에 당착(撞着)함이 없으면 한 가지 일이라도 문구(文具)에 돌아가지 않음이 없고, 병들지 않은 곳이 없고, 무너지지 않은 일이 없어 한 조각의 물거품 같은 세계를 양성(釀成)하게 되니, 두렵지 않겠습니까. 무엇을 실심(實心)이라 하는가 하면, 곧 이른바 항상 재변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 변하지 않는 것이 이것입니다. 무엇을 실사(實事)라 하느냐 하면, 이 실심으로써 인주의 직분상 마땅히 먼저 실행해야 할 바에 나아가 가장 급히 힘쓸 것을 성심으로 구해 힘껏 행하되, 세속의 격식을 제거하고 상벌을 조종하여 때로 뜻밖의 비상한 일을 행하여 한 시대의 혼타(昏惰)함을 경계하는 것이 이것입니다. 무엇을 인주의 직분(職分)이라 하느냐 하면, 하늘을 대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이것입니다. 그러나 폐단을 구제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은, 양역(良役)이 재변을 부르는 근원이 되고 흉황(凶荒)이 목전(目前)의 급함이 되니, 감사(監司)와 수령(守令)을 신중히 가리는 것이 두 가지의 요체(要諦)가 되고, 절검(節儉)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두 가지의 근본이 됩니다, ‘세속의 버릇을 버리고 실상에 힘쓴다[去俗務實]’는 네 글자는 상하를 통하여 그 사이에 행한 후에야 거의 천재(天災)를 소멸시키고 인화(人和)를 감동시켜 나라가 조금 편안하게 될 것입니다."

하고, 그 아래에 양역(良役)을 변통하는 일에 대해 논하기를,

"호포(戶布)·구전(口錢)·결포(結布) 세 가지는 그 하나만 시행하여도 모두 그 편중(偏重)함을 구할 수 있으니, 청컨대 공경(公卿)·대신(大臣)을 모아 급히 강구하고, 적당한 사람을 가려 맡겨 책성(責成)을 위임하소서."

하고, 또 말하기를,

"금년의 기황(飢荒)은 양호(兩湖)의 연해(沿海)가 더욱 심하니, 청컨대 특별히 대신(大臣)과 장신(將臣)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어 양호(兩湖) 경계에 개부(開府)555) 하여 모든 진황(賑荒)과 안민(安民)하는 정사에 관계되는 것을 일체 편의에 따라 처리하게 하여 무마해 안집(安集)시키게 하소서."

하고, 끝에서 말하기를,

"감사(監司)를 신중히 가리고 성적(成績)을 상고하는 법을 제정하여 출척(黜陟)하소서."

하고, 또 사람을 천거하는 방도(方道)를 말하기를,

"구하는 자가 규례(規例)에 불과하기 때문에 천거하는 자도 또한 규례에 불과하며, 천거하고 임용하는 것이 또한 그렇습니다. 청컨대 실심(實心)으로 구하고 규례 이외에 그 능부(能否)를 구별하여 그 천주(薦主)를 상벌(賞罰)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내가 가상(嘉尙)하게 여기니, 유의(留意)하지 않겠는가. 다만 진달한 바의 말이 어떤 것은 허명(虛名)을 일삼고, 어떤 것은 요점(要點)에 맞지 않으며, 어떤 것은 가리지 않은 것이 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54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52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역(軍役) / 신분-중인(中人) / 구휼(救恤) / 인사-선발(選拔)

  • [註 555]
    개부(開府) : 관부(官府)를 설치하고 관리를 둠.

○壬寅/衿川幼學李萬葉, 上應旨疏累千百言。 略曰:

殿下不能以實心做實事, 狃於因循, 安於姑息, 不能一心嚴畏, 隨事奮發。 夫因循姑息之謂俗, 俗之一字, 藏得無限病痛。 人主之敬天憂民, 御家治國, 政事、賞罰, 皷舞振作之大權大柄, 無一事撞着實處, 無一事不歸文具, 無處不病, 無事不壞, 釀成一片虛泡世界, 可不懼哉? 何謂實心? 卽所謂常存畏災之心, 久而持之不變是也; 何謂實事? 卽以此實心, 就人主職分所當先, 而最急務者, 誠求而力行, 擺脫俗套, 操縱賞罰, 時行度外非常之事, 以警一世之昏惰是也。 何謂人主之職分, 代天理民是也。 然而救弊理民之術, 良役爲致災之源, 凶荒爲目前之急。 愼擇監司、守令, 爲二者之要, 節儉愛人, 爲二者之本, 而去俗務實四字, 則徹上徹下, 行乎其間, 然後庶可以消天災感人和, 而國得以少安矣。

其下論良役變通事而曰:

戶布、口錢、結布三者, 行其一, 皆足以救其偏重, 請聚公卿大臣, 急講而速究之, 擇人而任, 委以責成。

又言:

今年飢荒, 兩湖沿海爲尤甚, 請特遣大臣、將臣中一人, 開府兩湖之界, 凡係賑荒安民之政, 一切以便宜從事, 撫摩安集。

末言愼擇監司, 立考績之法而黜陟之, 又言薦人之道曰:

求之者不過規例, 故薦之者亦不過規例, 而薦之用之也亦然。 請以實心救之, 規例之外, 辨其能否, 賞罰其薦主。

答曰: "予用嘉尙, 可不留心? 而第所陳之言, 或事虛名, 或不中窾, 或有不擇者矣。"


  • 【태백산사고본】 62책 54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52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역(軍役) / 신분-중인(中人) / 구휼(救恤) / 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