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생우황을 들이라고 명하여 많은 소가 도살 당하다. 이에 대한 부교리 홍우서의 상소
이보다 앞서 임금이 생우황(生牛黃)을 대궐 안으로 들이라고 명하였는데, 내국(內局)에서 즉시 구하여 바치지 않으니, 특별히 엄교(嚴敎)를 내려 의관(醫官)을 나치(拿治)하게 하자, 지부(地部)430) 의 당상관(堂上官)과 낭관(郞官)이 궐하(闕下)에 와서 대령하였다. 임금이 널리 찾도록 독려하여 사사로이 도살(屠殺)하는 것을 허락하고, 반드시 얻어낼 것을 기필하기에 이르니, 이로부터 죽인 소가 수백 마리뿐이 아니었다. 부교리(副校理) 홍우서(洪禹瑞)가 이로써 진소(陳疏)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제 선왕(齊宣王)이 소가 죽기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는 양(羊)으로 바꾸게 하였고431) , 송 인종(宋仁宗)은 밤에 구운 양고기를 생각하다가 마련하지 못하게 하여432) 후세에 성덕(盛德)이라 일컬어졌는데, 모두 생물의 목숨을 중히 여겨서입니다, 이번에 생우황(生牛黃)을 대궐안으로 들이라는 명이 있었으니, 무릇 유사(有司)의 신하로서 어찌 감히 털끝만큼인들 만홀(慢忽)하겠습니까마는, 무릇 약용(藥用)에 관계된 것은 대부분 말려 두었으며, 또 우황(牛黃)이 있음을 겉에서는 알지 못하므로 지금에 와서 급히 구해도 진실로 갑자기 얻기가 어렵습니다. 전하는 말을 듣건대 수일 사이에 공사간에 도살한 것이 이미 수백 두(頭)에 이르렀으나 아직 많이 얻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일이 어약(御藥)에 관계되어 말참견을 할 수는 없지마는, 다만 생각하건대 죽인 소가 이미 아주 많고 장차 한량이 없을 것이니, 사세(事勢)가 이지경에 이르면 헤아려 처리하는 도리가 없어서는 안될 듯합니다. 전하께서 만약 참으로 이와 같음을 굽어살피신다면, 반드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 처분이 계실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그대의 말이 옳다. 내가 처음에 생우황을 얻기 어려움이 이 지경에 이를 줄 헤아리지 못하였는데, 며칠동안 들인 바가 아주 적으니 역시 알 만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으나, 그대의 말이 옳다. 즉시 정지하게 하라."
하고, 인하여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어약(御藥)인 생우황을 얻기 어려움으로 인하여 사사로이 도살하는 것을 허락함은 마땅하지 않아 애초에 막으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여 며칠 사이에 공사간에 도살한 것이 수백 마리나 되도록 많았다. 이는 비록 짐승이지만 마음에 측은하니, 현방(懸房)433) 의 도살을 5일을 한정으로 우선 정지하도록 분부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54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09면
- 【분류】재정-상공(上供) / 의약-약학(藥學) / 농업-축산(畜産)
- [註 430]지부(地部) : 호조(戶曹).
- [註 431]
제 선왕(齊宣王)이 소가 죽기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는 양(羊)으로 바꾸게 하였고 : 《맹자(孟子)》 양혜왕편(梁惠王篇)에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종(鍾)에 피를 바르기 위해 소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고 소 대신 양을 쓰도록 한 고사(故事).- [註 432]
송 인종(宋仁宗)은 밤에 구운 양고기를 생각하다가 마련하지 못하게 하여 : 송(宋)나라 인종(仁宗)이 어느 날 밤에 배가 고파서 구운 양고기 생각이 났으나, 참고 준비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이를 선부(膳夫)가 이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양을 잡아둘까 염려했기 때문임.- [註 433]
현방(懸房) : 푸줏간.○先是, 上命生牛黃內入, 內局未卽覓進, 特下嚴敎, 拿治醫官, 地部堂郞, 來待闕下。 親督廣搜, 至許私屠, 期於必得。 自是牛死者, 不啻數百。 副校理洪禹瑞以此陳疏, 略曰:
齊宣見牛觳觫, 而易之以羊, 宋 仁夜思燒羊, 而勿令宣索, 後世稱爲盛德, 皆以重物命也。 玆者有生牛黃內入之命。 凡爲有司之臣, 何敢一毫慢忽, 而凡干藥用, 率皆乾置, 且牛之有黃, 自外莫知, 到今急覓, 實難猝獲。 仄聞數日之間, 公私屠宰, 已至數百頭, 而尙未能多得云。 事關御藥, 非可容喙, 而第念牛之死, 已極浩多, 將無限量, 事勢至此, 似不可無量處之道也。 殿下若果俯燭其如此, 則心有惻隱之心, 而有所處分矣。
答曰: "爾言是矣。 予初未料生牛黃難得之至此。 數日所納零瑣, 則亦可知矣, 而未及思量。 爾言是矣, 卽令停止焉。" 仍傳于政院曰: "因御藥生牛黃之難得, 不宜許其私屠。 初欲防塞而未果, 數日之內, 公私屠宰, 至於數百首之多。 雖是畜物, 心用惻隱, 懸房屠宰, 限五日姑停事, 分付。"
- 【태백산사고본】 62책 54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09면
- 【분류】재정-상공(上供) / 의약-약학(藥學) / 농업-축산(畜産)
- [註 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