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하들이 청나라 사신들에게 우리 나라 지도를 보여주는 일에 대해 논의하다
대신과 여러 신하들이 품정(稟定)할 일이 있어 청대(請對)하여 입시(入侍)하였다. 영의정 이유가 말하기를,
"부칙사를 접견하였을 때 지도를 보기 원했으나, 이미 경솔하게 보여줄 수가 없고, 또 원래 지도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으므로 단지 황폐하고 외떨어진 곳이어서 일찍이 그려 둔 적이 없다는 뜻으로 답했습니다. 또 산 남쪽 줄기는 어디서 그치냐고 묻기 때문에 ‘남해에 이르러 끝난다.’고 답하였습니다. 이에 저가 이에 가지고 온 동국지도(東國地圖)를 내보이고, 인하여 우리 나라의 도본(圖本)을 요구하였는데, 역관들이 비록 방색(防塞)했으나 형세가 보여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마땅히 말하기를, ‘전일에 요구한 백두산 지도는 일찍이 모사(模寫)해 낸 일이 없으므로 없다고 대답하였으나, 지금 듣건대 동국의 전지도(全地圖)를 보고자 한다 하므로 가지고 왔다.’라고 하면 전후가 어긋날 염려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비국(備局)의 지도는 너무 자세하므로, 내보일 수가 없고, 근래에 얻은 1건의 지도는 상세하지도 않고 간략하지도 않지만 백두산의 물줄기는 틀린 것이 많으니, 마땅히 이 지도를 내보이게 해야 합니다. 목차(穆差)의 도형(圖形) 1건은 박권이 일찍이 올려 보낸 것이 있으니, 이제 내보일 때 이 지도까지 보이면서 말하기를, ‘백두산의 형세를 짐작해서 그려냈기 때문에 물줄기가 이처럼 분명하지 못하나, 이 도본과 비교해 보면 그 틀린 곳을 알 수 있다.’고 하여 도감(都監)으로 하여금 이렇게 말을 만들어 언급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하고, 공조 판서 김진규(金鎭圭)는 아뢰기를,
"처음에는 황제의 뜻이 있었다고 일컫다가 지금은 갑자기 병을 핑계대어 상칙사로 하여금 대신 말하게 하니, 간사하고도 음흉함이 심합니다. 저들의 뜻은 우리 나라의 팔도 지형을 탐지하고자 하는 것인데, 지금 만약 한 번 이런 길을 열어 놓으면, 후일에는 이보다 더 큰 것이 있게 될 것이니, 장차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하고, 좌의정 이이명은 말하기를,
"사체(事體)는 그렇습니다만, 이는 대단한 일이 아닌데, 반드시 고집해 다투고자 하면 한갓 치욕만 끼치게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그 말을 옳게 여겨 명하기를,
"말을 잘 만들어 언급한 후에 내보이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54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06면
- 【분류】외교-야(野) / 과학-지학(地學) / 정론-정론(政論)
○大臣、諸臣, 有稟定事, 請對入侍。 領議政李濡曰: "副勑接見時, 願見地圖, 而旣不可輕示, 又不可謂元無地圖, 只以荒絶之地, 曾無模置之意, 答之。 又問以山南脚, 止於何處, 故答以至南海而窮矣。 今彼乃出示其持來東國地圖, 仍求我國圖本, 譯輩雖防塞, 而勢不可不許示。 今宜謂之以前日所求白山圖, 曾無模出之事, 故以無爲答, 今聞欲見東國全地圖, 故持來云爾, 則可無前後逕庭之慮。 但備局地圖太詳, 不可出示。 近得一件圖, 不詳不略, 而白山水派則多誤矣, 宜令出示此圖, 而穆差圖形一件, 朴權曾有上送者矣, 今於出示時, 兼示此圖曰: ‘白山形勢, 斟酌畫出, 故水派之不分明如此, 以此圖本較之, 則可知其誤處。’ 使都監, 以此措辭言及宜矣。" 工曹判書金鎭圭曰: "初稱以有帝旨, 今忽稱病, 而使上勑替言, 其回譎甚矣。 彼意欲探知我國八路地形。 今若一開此路, 則日後有大於此者, 將何以處之?" 左議政李頤命曰: "事體則然, 而此非大段。 必欲爭執, 徒貽辱矣。" 上然其言, 命善爲指辭言及後出示。
- 【태백산사고본】 62책 54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06면
- 【분류】외교-야(野) / 과학-지학(地學)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