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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53권, 숙종 39년 4월 11일 무오 1번째기사 1713년 청 강희(康熙) 52년

여러 신하들을 인견하고 어용 화본을 그리게 하다

도감 제조(都監提調) 이이명(李頤命) 등 여러 신하들을 인견(引見)하니, 어용(御容) 화본(畫本)을 출초(出草)하는 일을 위해서였다. 임금이 익선관(翼善冠)·곤룡포(袞龍袍) 차림으로 나와 있는데, 먼저 일전에 기초(起草)한 이본(二本)을 어좌(御座)에 걸었다. 여러 신하들이 들어가 초본(草本)을 본 뒤에 화공(畫工) 진재해(秦再奚)도 따라 들어가 그림 그리는 도구를 앞에 펼쳐 놓고 유지(油紙)를 가지고 초본(草本)을 개출(改出)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품지(稟旨)하여 진재해와 함께 모두 앞으로 가까이 가서 바라보며 각각 의견으로써 진재해를 일깨워 주었는데, 김진규(金鎭圭)가 더욱 특별히 주의(注意)하였다. 조태구(趙泰耉)가 의자(椅子)에서 내려가 평상(平床)에 앉아서 바라보기에 편리하도록 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이명(李頤命)이 2본(二本)을 정사(精寫)하여 한 벌은 대내(大內)에 봉안(奉安)하고 한 벌은 강화(江華) 장녕전(長寧殿)에 봉안하되, 장녕전에 봉안된 구본(舊本)은 그 즉시로 세초(洗草)247) 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의 의사도 또한 그러하다."

하였다. 【뒤에 임금이 한 벌은 대내(大內) 선원전(璿源殿)에 보관하라고 분부하였다.】 임금이 내시(內侍)에게 내장(內藏)되어 있는 을해년248)조세걸(曺世傑)이 그린 본(本)을 가져다가 여러 신하들에게 보여 줄 것을 명하였다. 모두들 그것이 미진(未盡)하다고 말하니, 임금이 도로 그대로 가져다 넣어두라고 명하였다. 이이명(李頤命) 등이 다른 화사(畫士)와 방외(方外)의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을 불러 재능을 시험하여 그림 그리는 일에 참여토록 할 것을 청하고, 또 무진년249) 조지운(趙之耘)의 전례에 따라 전(前) 현감(縣監) 정유승(鄭維升)을 감조관(監造官)에 차임하여 바로 녹봉(祿俸)을 주어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함께 의논하도록 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허락하였다. 진재해가 초본(草本)을 완성한 뒤에 여러 신하들이 모두 ‘전본(前本)에 비해서 훨씬 낫다.’고 말하였다. 이이명이 이 본(本)에 의거해서 초본(綃本)에 옮겨 그려 채색을 할 때에 임금이 다시 임시(臨視)할 것을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53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493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예술-미술(美術)

  • [註 247]
    세초(洗草) : 존치(存置)할 가치가 없는 문서(文書)를 없애버림. 초(草)했던 원고(原稿)나 폐기 문서를 물에 빨아 먹물을 빼고 도로 제지(製紙)하는 데 이용하였으므로 세초(洗草)란 말이 생겼음.
  • [註 248]
    을해년 : 1695 숙종 21년.
  • [註 249]
    무진년 : 1688 숙종 14년.

○戊午/引見都監提調李頣命等諸臣。 爲御容畫本出草事也。 上以翼善冠、袞龍袍出御, 先以日前所草二本, 掛于御座。 諸臣入瞻草本後, 畫工秦再奚亦隨入, 展畫機于前, 將油紙改出草本。 諸臣稟旨, 與再奚皆近前瞻望, 各以意見, 提醒再奚, 而金鎭圭尤加意。 趙泰耉請降椅坐平床, 以便瞻望, 上從之。 頣命請精寫二本, 一則奉安大內, 一則奉安於江華 長寧殿, 長寧殿所安舊本, 隨卽洗草, 上曰: "予意亦然。" 【後上以一本則藏大內璿源殿爲敎。】 上命內侍, 取出內藏乙亥年曹世傑所寫本, 以示諸臣。 皆言其未盡, 上命還入之。 頣命等請招他畫士及方外知名人試才, 入參畫事, 又請依戊辰趙之耘例, 以前縣監鄭維升差監造官, 卽令付祿, 同議畫事, 上許之。 再奚成草本後, 諸臣皆言視前本頗勝。 頣命請依此本, 移上綃本而設彩時, 自上更爲臨視, 從之。


  • 【태백산사고본】 61책 53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493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예술-미술(美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