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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49권, 숙종 36년 윤7월 8일 신축 2번째기사 1710년 청 강희(康熙) 49년

영의정 이여가 차자를 올려 옥당 관원과 정호를 처치한 일을 논하다

영의정(領議政) 이여(李畬)가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국가(國家)가 불행하게도 조정 의논(議論)이 둘로 나뉘어져 병원(病源)이 이미 고질(痼疾)이 되었는데, 분리되고 괴격(乖隔)하는 것이 날로 심해져서 반드시 나라가 망하기에 이른 후에야 그만두려고 하니, 진실로 간사하여 속이거나 하늘의 상도(常道)를 거스르는 자가 아니면, 그 누가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까? 돌아보건대 말하고 의논하는 사이에 각각 자기의 견해를 주장하여 흑백(黑白)을 서로 지적하는 것은 대개 과격(過激)하고 괴쟁(乖爭)291) 함을 면하지 못하니, 인군(人君)은 오로지 일에 임하여 지극히 공정(公正)한 마음으로써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아울러 살펴서 평탄하여 차이가 없게 하고, 내 마음으로써 천리(天理)를 생각하여 이를 기준으로 삼아, 그 허물을 재제(裁制)하고 중도(中道)를 얻는다면, 황극(皇極)의 탕평(蕩平)한 시대로 변화되는 것이 거의 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성상께서는 매번 사람을 쓰고 버리거나 논의(論議)를 따르고 어기는 즈음에 공평 무사(公平無私)한 마음으로 다스리지 못하시고, 한 일의 기격(磯激)으로 인하여 일마다 노(怒)하시는 데 이르고,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하여 혹 사람마다 의심을 두는 데 이르니, 상하(上下)의 마음이 막히고 음양(陰陽)의 순조롭고 참혹함이 일정하지 아니하여, 인심(人心)이 흩어지고 국사(國事)가 해이해지고 있습니다. 그윽이 생각하건대, 성상께서는 본원(本源)의 바탕이 아직 바르지 못한 바가 있고, 천리(天理)의 공정함이 혹 밝지 못하신 바가 있습니다. 저 죄를 받은 여러 신하들은 그 말의 그릇됨이 어찌 책망할 만한 것이 없겠습니까마는, 너무 깊이 의심하시고 너무 조급하게 노하셔서, 견벌(譴罰)이 날로 늘어가며 처분하시는 바가 이치에서 벗어나니, 무릇 듣는 이들이 모두 성세(聖世)의 지나친 거조(擧措)로 돌리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신이 깊이 개탄하는 것은 여러 신하들의 죄를 받은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실로 성상께서 마음을 다스려 사물(事物)에 응종(應從)하는 방도가 지극하지 못하신 데에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경이 차자에서 말한 과격(過激)이란 것을 나는 진실로 깨닫지 못하겠다. 아! 옥당(玉堂)의 차자(箚子)와 정호(鄭澔)의 일은 노(怒)할 만하여 노하였는데, 경은 어찌하여 과격하다고 말하는가? 임금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당파에 몸을 바치며 쩔쩔매던 것이 죄다 드러났으니, 사예(四裔)에 내친 법은 또한 말감(末減)한 것이라고 말할 만한데, 경이 구해(救解)하는 것은 또한 무엇 때문인가? 내가 비록 성품(性品)이 나약하다 하나, 결코 이 무리들이 하는 바에 일임(一任)하여 난망(亂亡)을 자초[自取]할 수는 없다. 아! 당습(黨習)이 비록 날로 고질(痼疾)이 되어 방자하여 기탄(忌憚)하는 바가 없다고 말하나, 어찌 정호의 무리와 같은 자가 있겠는가? 나는 반드시 엄중하게 징치(懲治)하고자 하는데, 경은 반드시 숭장(崇長)하고자 하여 오늘날 국사(國事)가 다시 다스릴 만한 것이 없으니, 개탄[慨惋]함을 깨닫지 못하겠다."

하였다. 이에 이여가 금오(金吾)의 문 밖에서 명을 기다렸는데, 정원(政院)에서 이를 계문(啓聞)하자, 임금이 사관(史官)을 보내어 기다리지 말라는 뜻을 유시(諭示)하니, 이여가 마침내 도성(都城) 밖으로 나갔다.


  • 【태백산사고본】 56책 4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36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註 291]
    괴쟁(乖爭) : 서로 어긋나 다툼.

○領議政李畬上箚曰:

國家不幸, 朝議携貳, 病源已痼, 分離乖隔, 日甚一日, 必至亡國而後已。 苟非奸邪欺負, 反易秉彝之天者, 孰不痛心於此哉? 顧其言議之間, 各主己見, 黑白互指, 類不免於過激乖爭, 人君惟當臨以至公至正, 兼聽竝觀, 坦然無間, 惟以吾心之天理, 爲準裁其過而取其中, 則皇極蕩平之化, 庶乎無遠矣。 今聖上, 每於取舍從違之際, 不能虛心御物, 因一事磯激, 而或至事事而成怒, 因一人謬錯, 而或至人人而致疑, 上下之情志阻隔, 陰陽之舒慘無常, 人心解散, 國事泮渙。 竊恐聖上本源之地, 有未盡正, 而天理之公, 或有所未明也。 彼被罪數臣者, 其言之謬率, 豈無可責, 而疑之太深, 怒之太急, 譴罰日增, 處分非常, 凡諸聽聞, 莫不歸之於聖世之過擧。 愚臣之所深嘅而竊歎者, 不在諸臣之被罪, 而實在聖上治心應物之方, 有所未至也。

上答曰: "卿箚所謂激者, 予實未曉也。 噫! 玉堂之箚, 鄭澔之事, 可怒而怒者也, 卿何謂激也? 忘君死黨, 手脚盡露, 逬裔之典, 亦云末減, 卿之救解, 抑何也? 予雖性弱, 決不可一任此輩之所爲, 而自取亂亡也? 噫! 黨習雖曰日痼, 縱恣無忌憚, 安有如輩者也? 予則必欲痛懲, 而卿則必欲崇長, 今日國事, 無復可爲, 不覺慨惋也。" 於是, 胥命於金吾門外, 政院以聞, 上遣史官, 諭以勿待命之意。 遂出城外。


  • 【태백산사고본】 56책 4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36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