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청이 엄밀하도록 하고, 이인엽과 윤세기를 다시 임용하게 하다
판의금(判義禁) 민진후(閔鎭厚)가 청대(請對)하예, 제도(諸道)의 장계(狀啓)에 따라 함경도·경상도·전라도의 재해를 당한 것이 가장 심한 고을의 적곡(糴穀)을 혹 반을 줄여 주거나 대납(代納)하는 것을 허가할 것을 품달(稟達)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제 이덕영(李德英)의 소(疏)를 보니, 밀갑(密匣)이 내려지기 전에 의논하여 아뢴 것이 먼저 전파되엇다는 말이 있었다. 어찌 이처럼 놀라운 일이 있겠는가? 접때 임완(林浣)을 잡아오라는 명이 있었을 때에 스스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반드시 중간에서 누설되어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국문하는 일은 지극히 엄밀(嚴密)한데 결정되기 전에 먼저 죄인이 알고 금오(金吾)에 와서 기다렸으니, 이처럼 전에 없던 격례(格例)를 만들어 내면 뒷날의 폐단이 무궁할 것이다. 대간(臺諫)이 반드시 들은 바가 있어서 상소하였을 것이니, 그대로 버려둘 수 없다."
하였다. 민진후가 말하기를,
"그때 대신이 사고가 있어서 날마다 개좌(開坐)하지 못하였으므로 절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또 국문하는 일을 사대부(士大夫)는 비록 비밀스레 하더라도 하인들은 흔히 듣고 본 것을 전파하는데, 임부의 말소리가 매우 컸으므로 무릇 말하는 것이 있으면 바깥 사람이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이 이미 전파되었으므로 들은 자들이 죄다 금오문(金吾門) 근처에 와서 기다리다가 잡히려고 하였으니, 이것은 인정으로 보아 족히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모두가 지연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고, 또 죄인을 신문할 때에 죄인이 앉은 곳이 동간(東間)과 매우 가까우므로 신장(訊杖)의 소리와 죄인의 말을 모두 듣기 때문에 국청(鞫廳)이 언제나 매우 엄밀하지 못합니다. 이 후로 죄인을 신문할 때 동간의 죄인을 죄다 남간(南間)으로 옮겨 보낸 뒤에 신문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동간이 서로 가까우면 누설되어 알려지는 일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금오는 옛 금오 자리에 그대로 있고 옥도 또한 옛 옥자리에 그대로 있으며 죄인의 말소리는 예전에도 또한 큰 경우가 있었다. 어찌 오늘날처럼 엄하지 않은 일이 있었겠는가?"
하였다. 민진후가 말하기를,
"지돈녕(知敦寧) 이인엽(李寅燁)은 대대로 나라의 은혜를 받아 벼슬을 맡고 직분을 다한 것이 조정의 진신(搢紳) 중에서도 견줄 바가 드문데, 이삼석(李三碩)이 인신(印信)을 넘겨준 일을 이인엽이 알았다면 어찌 감히 전하께 숨겼겠습니까? 이인엽이 본래 들어서 알지 못하였다는 것을 신(臣)이 증명하겠습니다. 대개 그 인신을 넘겨주었다는 말은 전파된 지 오래되었고 신도 또한 늦게 들었습니다. 이인엽과 비국(備局)에 같이 앉아 있을 때 이것을 언급하였더니 이인엽이 크게 놀랐으니, 이것으로 그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마음을 써서 사정(私情)을 따른 일이 있었겠습니까? 이인엽과 같은 사람은 결코 조정에서 떠나도록 버려둘 수 없습니다. 더구나 올해의 농사가 흉년을 면하지 못한데다가 영서(嶺西)는 더욱 혹심합니다. 내년 봄의 진정(賑政)과 해서(海西)의 대동(大同)을 이인엽이 주관하였는데, 앞으로 지연되는 것을 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정청(釐正廳)의 일을 신이 이인엽과 함께 의논해서 하려 하였는데, 전일 유사 당상(有司堂上)으로 차출하기를 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니, 정원(政院)으로 하여금 특별히 분부하여 빨리 들어와 나라의 일에 마음을 다하게 해야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당초 대론(臺論) 가운데에 마음을 써서 사정을 따랐다고 한 것은 참으로 지나쳤으니, 일전의 비지(批旨)에서 내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인엽을 임용한 것이 이미 오래 되었으므로, 그가 나라의 일에 정성을 다하고 있으며 쉽게 얻을 수 있는 인재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충분히 알고 있다. 어찌 이삼석을 위하여 속일 자이겠는가? 정원에서 재촉하여 빨리 들어오게 하도록 하라."
하였다. 또 말하기를,
"전 판윤(判尹) 윤세기(尹世紀)도 뜻밖에 대계(臺啓) 때문에 강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때 대계에 곧지 않다고 말하였는데 이것이 참으로 정상이 없는 일이라면 억지로 곧지 않다고 한 것이 어찌 억울하고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성상께서 각별히 용서하여 들어오게 하면 좋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아뢴 것이 참으로 옳다. 내 뜻도 그렇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44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237면
- 【분류】농업-농작(農作) / 구휼(救恤) / 재정-국용(國用)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인사-관리(管理)
○己未/判義禁閔鎭厚請對, 以諸道狀啓稟達, 咸鏡、慶尙、全羅道被災尤甚邑糴穀, 或許減半, 或許代捧, 上曰: "昨觀李德英疏, 有密匣未下, 議啓先播之語。 豈有如此可駭事乎? 頃者林浣, 有拿命時, 自爲來現, 此必有中間漏通。 鞫事極爲嚴秘, 而未發落前, 先令罪人知之, 來待金吾。 創出如此無前格例, 日後之弊無窮。 臺諫必有所聞而上疏, 不可仍置也。" 鎭厚曰: "其時大臣有故, 不得逐日開坐, 故自致如此。 且鞫事, 士夫雖秘之, 而下人輩多以所聞見傳說, 而林溥語聲甚高, 故凡有所言, 外人皆得聞之。 其言旣播, 故聞者皆欲來待於金吾門近處, 以爲被拿之地, 此在人情, 無足怪者。 然此非他也, 無非淹延之致, 而且罪人訊問時, 罪人坐處, 與東間甚近, 故訊杖之聲及罪人之言, 無不聞之, 故鞫廳每不嚴秘。 此後訊問罪人時, 東間罪人, 盡爲移送於南間, 然後訊問似好矣。" 上曰: "東間相近, 則似有漏通之事, 而金吾以舊金吾仍在, 獄亦以舊獄仍在, 罪人語音, 古亦有高者低者, 豈有如今日之不嚴乎?" 鎭厚曰: "知敦寧李寅燁, 世受國恩, 當官盡職, 朝紳罕比。 李三碩交印之事, 寅燁若知之, 豈敢有隱於殿下乎? 寅燁之元不聞知, 臣請證之。 蓋其交印之說, 播行已久, 而臣亦晩聞。 與寅燁同坐備局時, 以此言及, 則寅燁大驚。 以此可知其實狀也。 寧有用意循私之事乎? 如寅燁者, 決不可任其去朝也。 況今年穡事, 未免凶歉, 嶺西尤酷。 明春賑政及海西大同, 寅燁主之, 而將不免延拖。 釐正廳事, 臣欲與寅燁, 同議爲之。 前日請以差下有司堂上者, 卽爲此也。 宜令政院, 別爲分付, 使之從速入來, 盡心國事也。" 上曰: "當初臺論中, 用意循私云者, 誠爲過當, 日昨批旨, 可見予意。 予之任使寅燁已久, 稔知其盡誠國事, 爲不易得之人也。 豈是爲李三碩而欺罔者也? 自政院催促, 使之趁速入來可也。" 又曰: "前判尹尹世紀, 亦以意外臺啓, 出往江外。 其時臺啓, 以不直爲言, 而此實無情之事, 則勒謂不直, 豈不冤痛乎? 自上各別開釋, 使之入來則好矣。" 上曰: "所達誠是。 予意亦然矣。"
- 【태백산사고본】 51책 44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237면
- 【분류】농업-농작(農作) / 구휼(救恤) / 재정-국용(國用)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