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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44권, 숙종 32년 10월 10일 갑오 2번째기사 1706년 청 강희(康熙) 45년

판돈녕 이이명이 임부의 모함을 억울해 하는 상소를 내다

판돈녕(判敦寧) 이이명(李頤命)이 상소하였다. 대략에 이르기를,

"신(臣)은 공(功)이나 능력이 없는데 갑자기 숭질(崇秩)374) 에 오르고, 죄과(罪過)가 많은데 번번이 전탁(湔濯)375) 을 입었습니다. 더구나 안정하기 어려운 자취를 가지고 많은 비방 가운데 처하며 늘 스스로 거꾸러질까 염려하였는데, 마침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번 멸문(滅門)의 화(禍)는 이미 흉악한 말에 기틀을 두었으므로 끝내 어육(魚肉)처럼 참살되리라는 것을 신도 스스로 면하기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도깨비의 형적은 임금의 위엄 앞에서 도피하지 못하였습니다. 건단(乾斷)376) 이 밝고 환호(渙號)377) 가 정녕하셨으니, 멀리서 듣는 자도 감복하여 울 만한데, 하물며 형벌을 면하고 벼슬을 받은 신이겠습니까? 자고로 억울하고 참혹한 일을 당한 신하가 어찌 한정이 있었겠습니까마는, 혹 죽을 때까지 억울함을 풀지 못하기도 하였으며, 신처럼 스스로 변명하지 않아도 눈앞에서 쾌히 밝혀진 자는 없었으니, 신이 죽도록 애쓰더라도 어찌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흉인(凶人)은 이미 죽었고 처분은 이미 엄하였으니, 어찌 낱낱이 스스로 드러낼 것이 있겠습니까마는, 대개 이들이 신의 집에 원한을 쌓은 것은 특히 경신년378) 의 일 때문입니다. 기사년379) 이래로 저들은 마음대로 독기를 부렸고 이제 또 그 자제(子弟)를 무함하여 죽여서 왕세충(王世充)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 하니380) , 그 또한 심합니다.

접때 신을 반드시 죽을 곳에 두었으나 다행히 성은(聖恩)을 입어 오늘에 이르렀으니, 또한 어찌 하루라도 신을 잊었겠습니까마는, 돌이켜 보건대 신이 갑술년381) 이후부터 조정에 있었던 날은 얼마 되지 않으니, 조정의 정사(政事)로 말미암아 신의 죄라 지목할 만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김춘택(金春澤)이 신의 처족(妻族)이 되기에 그가 바야흐로 죽고 사는 사이를 드나드는 것을 보고는 이것으로 신을 무함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드디어 심복(心腹)이라는 이름을 씌웠던 것입니다. 무릇 전후 좌우에서 주장하고 형세를 돕는다는 따위의 말은 신을 거론하지 아니함이 없었는데, 하문하시는 자리에서 말이 흉악하고 참혹하기는 하였으나 모두 허공에 걸린듯 바람을 잡는듯 아득하여 참으로 확실히 가리켜서 변명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그 이른바 인심이 이합(離合)한다는 말만은 신이 말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지난날 연주(筵奏)하는 사이에서도 듣지 못한 것입니다. 신은 ‘하늘과 조종(祖宗)께서 맡기신 중책과 백관(百官)과 군민(軍民)이 바라는 희망을 돌보지 않을 수 없으니, 만약 춘궁(春宮)의 세 번 상소에 비답하여 쾌히 청하는 바를 윤허해 만백성이 기뻐하고 경축하는 마음을 얻으신다면, 크게 종사(宗社)의 행복이 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그때의 기주(記注)를 지금도 상고할 수 있습니다. 이에 앞서 신오(申浯)라는 자의 상소가 올려지기 전에 ‘재신(宰臣)이 인심이 이합한다는 말을 아뢰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모든 주대(奏對)하는 말은 성명(聖明)께서 친히 들으시는 바이나, 이 무리는 오히려 각각 스스로 어구를 고쳐서 남을 모함하는 밑거리로 삼습니다. 하물며 성명께서 듣지 못하신 것이겠습니까? 임부(林溥)의 상소가 한 번 나오게 되어서는 계책이 죄에 빠뜨리려는 데에서 나왔으니, 사주(使嗾)하고 엄호(掩護)하는 자가 아니라면 누군들 허실(虛實)을 구명하여 어지러운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신이 삼가 보건대, 성상께서는 그 정상을 매우 미워하시나, 옥사(獄事)를 안문(按問)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대신(大臣)이 인입(引入)하여 옥사가 지연될 염려가 있으므로, 참으로 성상께서 대신을 개석(開釋)하시기를 바라고 감히 청하여 입대(入對)하였는데, 말씀드리는 사이에 옥사의 정상에 말이 미치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개 삼가 들으니, 임부의 소에 연명한 자 중에 상소하고 격고(擊鼓)하여 그 소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밝히려는 자가 있다 합니다. 그렇다면 장황한 많은 선비의 이름은 거짓으로 적은 것이 많고 임부를 따라 대궐에 들어온 두어 사람만이 뜻을 같이한 자일 것입니다. 또 임부가 꾸며 적지 않은 것이 아니면 스스로 변명할 수 있는 것이므로 또한 나문(拿問)하기를 청하였으나, 혼자서 남을 나문하기를 청하는 것이 사체(事體)에 크게 어그러진다는 것을 아주 깨닫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신이 경솔하여 일을 헤아리지 못한 죄입니다. 흉악한 사람이 이 때문에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 간사한 자에 견주었으니, 대개 임부와 맥락(脈絡)이 서로 관계되고 음흉한 것이 서로 같습니다. 그러므로 신에게 분노하여 신을 무함하는 것이 더욱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흉악한 사람의 망측한 말을 어찌 입에 담을 수 있으리오? 경(卿)은 사직하지 말고 빨리 올라와 행공(行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44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23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註 374]
    숭질(崇秩) : 높은 벼슬, 1품(一品).
  • [註 375]
    전탁(湔濯) : 씻음. 죄를 씻어 줌.
  • [註 376]
    건단(乾斷) : 임금의 결단.
  • [註 377]
    환호(渙號) : 임금의 명령.
  • [註 378]
    경신년 : 1680 숙종 6년.
  • [註 379]
    기사년 : 1689 숙종 15년.
  • [註 380]
    그 자제(子弟)를 무함하여 죽여서 왕세충(王世充)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 하니 : 당 태종(唐太宗)이 즉위하기 전에 왕세충(王世充)·두건덕(竇建德)을 쳐서 멸하였는데, 뒤에 그의 형제들이 태종을 죽이려 하므로 태종이 그의 아버지인 고조(高祖)에게 말하기를, "그의 형제들이 나를 죽이려는 것은 세충과 건덕을 위하여 원수를 갚는 것이라." 하였다. 즉 김춘택(金春澤) 등을 죽이는 것이 남인(南人)을 위하여 원수를 갚는 것이 된다는 뜻임.
  • [註 381]
    갑술년 : 1694 숙종 20년.

○判敦寧李頣命上疏。 略曰:

臣以無功能而驟躐崇秩, 多辜過而每荷湔濯。 況以難安之蹤, 處積毁之中, 常恐自致顚躓, 終累大恩。 今此湛宗之禍, 已基於凶言, 畢竟魚肉, 臣自知其難免矣。 然而魑魅之形, 莫逃於禹鼎。 乾斷赫然, 渙號丁寧, 逖聽者猶可感泣, 況臣之逋金木之誅, 而受鞶帶之賜者乎? 從古人臣, 受枉罹酷者何限, 而沒世或不能自伸, 未有如臣之不待自辨, 而快蒙昭晣於目前者也。 雖臣糜粉, 何足以上報萬一也? 卽今兇人已斃, 處分已嚴, 何庸一一自暴, 而蓋此輩, 積怨於臣家, 特以庚申事耳。 己巳以來, 彼旣甘心而逞毒, 今又欲構殺其子弟, 爲世充報仇, 其亦甚矣。 向者置臣於必死之地, 幸賴聖恩, 以至今日, 亦何嘗一日而忘臣哉, 而顧臣自甲戌以後, 在朝無幾, 則未有因朝政, 而可指爲臣罪者。 惟金春澤爲臣妻黨, 見其方出入於死生之間, 謂可以此陷臣, 遂加以心腹之名。 凡主張助勢, 前後左右等語, 無不擧臣而置對於淑問之下, 言雖凶慘, 俱是懸空架虛, 茫若捕風, 誠無可以指的而爲辨者。 惟其所謂人心離合之說, 非但臣所不言, 亦未聞於向日筵奏間者。 臣則以爲: "皇天、祖宗付托之重, 百僚、軍民顒若之望, 不可不顧。 若因春宮三疏之批, 夬許所請, 以得萬姓歡忭慶祝之心, 則大爲宗社之幸" 云, 其時記注, 今可攷也。 前此有申浯者投疏未徹, 有曰: "宰臣陳以人心渙散之說。" 凡奏對之語, 聖明所親聞者, 而此輩猶能各自改換句語, 以爲陷人之資。 況聖明之所未聞者乎? 至於疏一出, 計出傾陷, 苟非指嗾而掩護者, 孰不欲根究虛實, 痛絶亂萠? 臣伏見聖上深惡其情狀, 而按獄未幾, 大臣引入, 獄事有延拖之憂, 誠欲聖上, 開釋大臣, 敢請入對, 語次轉及獄情。 蓋伏聞之疏下, 有欲陳疏擊鼓, 以明其不與其疏。 然則張皇多士之名, 卽多妄冒, 獨隨入闕者數人, 爲其同情。 且非不文者所可自辦, 故亦請拿問, 殊不覺獨請拿人之大乖事體也。 此臣輕躁不經事之罪也。 兇人, 乃以擬之於鹿馬之奸, 蓋其與, 脈絡相關。 陰凶相若, 故怒臣而陷臣者, 尤在於此矣。

答曰: "兇人罔測之說, 何足掛齒? 卿其勿辭, 從速上來行公。"


  • 【태백산사고본】 51책 44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23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