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참판 이광적이 임부의 소에 있는 모해동궁에 관하여 조사하기를 청하다
공조 참판(工曹參判) 이광적(李光迪)이 상소하기를,
"임부(林溥)의 상소를 얻어 보니, ‘신사년197) 윤성(尹姓)의 사람198) 의 초사(招辭)에 모해(謀害) 등의 말이 있었는데, 국청(鞫廳)에서 〈모해동궁(謀害東宮)〉 네 글자를 빼어버리고 가리어 숨기면서 아뢰지 않았다.’ 하였습니다. 신이 비록 늙었으나 어찌 감히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우러러 아뢰지 않겠습니까? 죄인(罪人)의 초사(招辭)를 받을 때에 문사 낭청(問事郞廳)199) 이 추안상(推案床) 좌우(左右)에 마주보고 서서 한결같이 죄인이 구두로 전달한 말을 따라 쓰고, 쓰기를 이미 마치면 문사랑이 큰 소리로 한 번 읽어서 죄인으로 하여금 들어서 알게 하여 한마디라도 착오(着誤)가 없이 한 연후에 죄인이 이름을 쓰면 그 추안(推案)을 문사랑이 위관(委官)200) 에게 가져다 바치고, 승지(承旨)는 추안을 가져다 계달(啓達)하는데, 국청(鞫廳)에 참석하여 앉은 사람은 위관(委官)·의금부(義禁府)의 당상관·낭관(郞官)·양사(兩司)·승지(承旨)·문사 낭청(問事郞廳)이 있습니다. 죄인의 공초(供招)한 말을 쓰는 자는 문사랑이고 듣는 자는 참석하여 앉은 여러 사람이니, 진실로 한마디나 반마디 말이라도 빼어버린 것이 있으면 눈으로 본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귀로 들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비록 대수롭지 않은 말이라도 진실로 감히 빼어버리지 못할 것인데, 더구나 위를 범한 무도(無道)한 말을 하여 일이 《춘추(春秋)》에서 반드시 토주(討誅)하는 데 관계된다면 국청(鞫廳)의 여러 신하들로서 어떤 사람인들 주살(誅殺)하려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사람마다 주살하려고 하는데 어찌 가리어 숨기는 자가 있겠습니까? 이는 그 인리(人理)의 반드시 없는 바인데, 일이 지나고 해가 오래된 뒤에 사람들이 흉악한 말을 날조(揑造)하여 조정(朝廷)에다 화(禍)를 떠넘겨 진신(搢紳)을 참살(斬殺)하려는 계획은 상변(上變)하는 글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옛부터 간사한 사람이 사류(士類)를 일망 타진(一網打盡)하는 것은 말을 만들어 이간하는 데에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었으니, 그 간사한 꾀를 행하여 사람이나 국가에 화를 입히는 자를 환하게 징거(徵據)할 수 있습니다. 전하(殿下)께서도 또한 일찍이 지난 역사(歷史)를 쭉 보시고 반드시 책을 덮고는 탄식을 하시면서 지난일을 징계하며 뒷 근심이 있을 것을 삼가게 하는 경계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 임부(林溥) 등이 국청(鞫廳)의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서 둘 다 온전한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국청에서 과연 초사(招辭)를 빼어버렸다면 마땅히 가리어 숨겨준 죄가 있을 것이고, 임부 등이 위험스런 말을 날조하여 남을 부도(不道)로 무함(誣陷)하였다면 또한 마땅히 무고(誣告)의 형률(刑律)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라에 상형(常刑)이 있는 것은 율문(律文)에 밝게 기재되어 있으니, 원고(原告)와 피고(被告)를 안핵(按覈)하는 일을 결단코 그만둘 수 없습니다. 엎드려 빌건대, 성명(聖明)께서는 엄하게 사실을 조사하여 허실(虛實)을 분별하시어 왕법(王法)을 바로잡으소서."
하니, 답하기를,
"흉험 망측(凶險罔測)한 말을 어찌 족히 입에 담겠는가? 지체 말고 직무(職務)를 살피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0책 43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19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사법-재판(裁判) / 인사-임면(任免)
- [註 197]신사년 : 1701 숙종 27년.
- [註 198]
윤성(尹姓)의 사람 : 윤순명(尹順命).- [註 199]
문사 낭청(問事郞廳) : 죄인의 취조서를 작성하여 읽어 주는 일을 맡아 보던 임시 벼슬.- [註 200]
위관(委官) : 죄인을 추국(推鞫)할 때 의정 대신(議政大臣) 가운데서 임시로 뽑아서 임명하던 재판관.○工曹參判李光迪上疏曰:
得見林溥之疏, 辛巳尹姓人之招, 有謀害等說, 而鞫廳拔去四字, 掩匿不達。 臣雖老耄, 安敢不以目見者仰陳? 罪人捧招時, 問事郞廳, 對立於推案床左右, 一從罪人口達之言而書之, 書旣畢, 而問事郞, 高聲一讀, 使罪人聞知, 無一言差誤, 然後罪人着名, 則以其推案, 問事郞持進于委官, 承旨持推案啓達, 而鞫廳參坐之人, 有委官焉, 有禁府堂郞焉, 有兩司焉, 有承旨焉, 有問事郞廳焉。 罪人供辭, 筆之者, 問事郞也, 聽之者, 參坐諸人也, 苟有片言半辭之拔去, 則有目之所覩, 有耳之所聞。 雖等閒說話, 固不敢拔去, 況犯上不道之言, 事關《春秋》之必討, 則鞫廳諸臣, 孰無人得以誅之之心乎? 人可得以誅之, 而寧有掩匿者乎? 此其人理之所必無, 而事過年久之後, 人之捏造凶言, 欲爲嫁禍朝廷, 魚肉搢紳之計, 無異上變之書。 自古宵人網打士類者, 罔不由於造言惎間, 售其奸計, 禍人國家者, 昭昭可徵。 殿下亦嘗歷觀前史, 必有掩卷興歎, 而有懲前毖後之戒矣。 今此林溥等, 與鞫廳諸臣, 不容竝生而兩全。 鞫廳果爲拔去招辭, 則當有掩匿之罪, 林溥等捏造危言, 誣人不道, 則亦當有誣告之律。 邦有常刑, 律文昭載, 兩造按覈, 斷不可已。 伏乞聖明, 嚴加按覈, 辨別虛實, 以正王法。
答曰: "凶險罔測之說, 何足掛齒? 從速察職。"
- 【태백산사고본】 50책 43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19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사법-재판(裁判) / 인사-임면(任免)
- [註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