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숙종실록38권, 숙종 29년 8월 7일 경진 1번째기사 1703년 청 강희(康熙) 42년

주강에서 명빈의 예장을 잘못치른 관원의 구제를 청한 이만성을 질책하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시독관(侍讀官) 이만성(李晩成)이 아뢰기를,

"얼마 전 명빈(榠嬪) 초상 때에 판재(板材)에 관한 일로 해당 관원을 잡아오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판재의 값은 폭등하고 호조에서 내준 돈은 3십 금에 자니지 않았으니, 적은 돈으로 좋은 물건을 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또 듣건대, 명빈(榠嬪)의 일가 박동지(朴同知)란 사람이 중간에서 농간을 하여 은동곳[銀尖子]499) 으로 나무의 무늬를 찔러보기까지 하였는데 동곳이 들어가다 도로 튕겨 나왔다 합니다. 목질이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어찌 동곳이 들어가지 않을 이치가 있겠습니까? 이로써 말하더라도 또한 해당 관원의 죄는 아닌 듯합니다. 예장(禮葬)에는 으레 주관하는 사람이 있으니, 외인(外人)이 간여할 바가 아닙니다. 그런데 박씨 성 가진 사람이 이를 빙자하여 폐단을 만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시전(市廛)에서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하니 매우 놀랍고 한탄할 일입니다. 청컨대 조사하여 죄를 다스리도록 명하소서."

하니, 임금이 진노하여 말하기를,

"예장(禮葬)의 사체(事體)가 얼마나 중대한데 감히 해당 관원을 구해(救解)하는 말을 하느냐? 연중(筵中)은 비록 엄하지 않다 하지만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느냐? 이럴 수가 있느냐?"

하였다. 이만성이 다시 아뢰기를,

"신의 말은 들은 대로 직간(直諫)하여 폐습을 없애려 한 것뿐입니다. 어찌 조금이라도 딴 뜻이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안상(案床)을 치면서 말하기를,

"그 관원은 그러면 아무렇게나 충당해 들여 보내도 된단 말이냐? 그대의 말이 그 관원을 구해함이 아니고 무엇이냐?"

하였다. 시독관 이관명(李觀命)이 아뢰기를,

"전하께서는 희로(喜怒)가 폭발하셔서 여러 신하들이 누차 이를 진계(陳戒)하였지만 또 이러십니다. 이만성의 말은 딴 뜻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언어와 안색이 대단히 노하셔서 그를 꺾으심이 너무 지나치시니, 참으로 평일에 바라던 바가 아닙니다."

하고, 승지 김만채(金萬採)는 아뢰기를,

"예장은 비록 중대하지만 스스로 주관자가 있으니 다른 사람이 간여할 바가 아닙니다. 조사하여 죄를 다스리자는 청은 실로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감추지 않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전하께서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천천히 생각해 보시면 어찌 가상(嘉尙)한 말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초상시에 간검(看檢)한 것이 무슨 큰 죄인가? 진실로 사대부 집의 예장(禮葬)이 었다면 비록 빙자하여 작폐한 자가 있다 하더라도 누가 말 한마디 하려 들었겠느냐? 예장은 한 가지지만 형세는 같지 않으니, 조사하여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과연 공정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냐? 그대들의 하는 짓을 내가 환하게 알고 있다."

하였다. 이관명이 아뢰기를,

"이 일은 신도 들어 알고 있었는데, 다만 동료들이 먼저 발설한 것뿐입니다. 생각밖의 하교가 이와 같으시니, 전하의 포용하는 아량에 흠이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지경연(知經筵) 이유(李濡)는 두려워 몸을 움츠린 채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다만 ‘그 관원이 어찌 죄가 없겠습니까?’라고만 말하였다. 김만채가 뭔가 말하려 하자, 임금이 큰 소리로 말하기를,

"승지가 어찌 감히 잡담(雜談)을 하느냐?"

하였다. 드디어 물러나는데, 미처 합문(閤門)을 나서기도 전에 안상을 치우는 소리가 전내(殿內)를 울렸다. 이만성은 물러나 상소하여 견책을 청하고, 마치지 못한 말을 다시 하였는데, 이르기를,

"오늘 신이 아뢴 바는 아주 작은 일인데, 전하께서는 조금도 용서함이 없이 천둥같은 위엄으로 위압하셨으니, 설사 궁액(宮掖)에 관한 일로써 성덕(聖德)에 누를 끼치는 일이 있더라도 모두 전하를 위하여 말을 하려고 하지 아니한다면, 일후에는 호서(狐鼠)500) 의 무리들이 반드시 더욱 기탄없이 빙자하여 작폐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어찌 크게 한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사직하지 말고 일을 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3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3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물가-물가(物價) / 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註 499]
    은동곳[銀尖子] : 상투를 짠 뒤에 풀어지지 아니하도록 꽂은 은으로 만든 물건.
  • [註 500]
    호서(狐鼠) : 성(城)안에 사는 여우와 사당(祠堂) 안에 사는 쥐. 곧 임금 곁에 있는 소인(小人)을 비유한 말.

○庚辰/御晝講。 侍讀官李晩成曰: "頃以䄙嬪初喪板材事, 命拿該官。 第近來板材踊貴, 戶曹給價, 不過三十金。 以廉價而得好品, 誠亦難矣。 且聞䄙嬪之族朴同知稱名人, 從中操弄, 至以銀尖子, 剌其木理, 尖入輒退却。 木品雖堅剛, 豈有尖子不入之理乎? 以此言之, 亦非該官之罪也。 禮葬, 例有主管之人, 非外人所可干, 而姓人憑藉作弊, 不一其端, 市廛不堪其苦, 殊甚駭惋。 請命査治。" 上震怒曰: "禮葬事體, 何等重大, 而敢爲救解該官之言? 筵中雖曰不嚴, 何敢若是? 何敢若是?" 晩成曰: "臣之所言, 不過隨聞直諫, 欲除弊習而已。 寧有一毫他意乎?" 上拍案曰: "該官必苟充進排而後可乎? 爾言非救解該官而何?" 侍讀官李觀命曰: "殿下喜怒暴發, 群下屢以此陳戒, 而輒復如此。 晩成之言, 非有他意, 而聲色震厲, 摧折太過, 實非平日所望也。" 承旨金萬埰曰: "禮葬雖重, 自有主管者, 非他人所可與。 査治之請, 實附有懷無隱之義。 殿下若平心舒究, 則豈不嘉尙乎?" 上曰: "初喪時看檢, 胡大罪耶? 苟是土夫家禮葬, 則雖有憑依作弊者, 誰肯一言? 禮葬, 一也, 而形勢不同, 査治之說, 果出公心乎? 爾輩所爲, 予所洞知也。" 觀命曰: "此事臣亦聞知, 特同僚先發之耳。 情外之敎至此, 不亦有歉於包容之量乎?" 知經筵李濡, 畏縮不敢言, 但曰: "該官亦豈無罪乎?" 萬埰又欲有言, 上大聲曰: "承旨何敢雜談?" 遂退出, 未出閤門, 堆案之聲, 震於殿內。 晩成退而上疏請譴, 更申未畢之說, 有曰:

今臣所陳, 何等瑣屑, 而殿下不少假借, 震以雷威, 設有事關宮掖, 貽累聖德者, 莫肯爲殿下言之, 臣恐日後狐鼠之輩, 必將憑依作弊, 益無所憚, 豈不大可寒心哉?

答曰: "勿辭察職。"


  • 【태백산사고본】 45책 3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3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물가-물가(物價) / 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