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 윤지화가 궁가에서 절수하는 폐단과 과옥의 가벼운 처리에 대해 상소하다
정언(正言) 윤지화(尹志和)가 재이(災異)로 인하여 상소(上疏)하였는데, 먼저 궁가(宮家)에서 절수(折受)하는 폐단과 과옥(科獄)을 가볍게 처리한 잘못을 논하였다. 또 아뢰기를,
"작년에 두 대신(大臣)이 청죄(請罪)331) 의 계청(啓請)을 처음 꺼내었더니, 전하께서는 두 신하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깊이 살피셔서 친절하게 유시를 내리셨는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파직(罷職)시켜며 내쫓으시고 또 부처(付處)로 처리하였습니다. 강세귀(姜世龜)를 용서한 것은 특지(特旨)에서 나왔으나, 이미 내린 명령을 얼마 되지 않아서 반한(反汗)하였으니, 이는 전하의 뜻이 서지 않은 병폐에 불과합니다. 전하의 뜻이 한 번 서게 되면, 어찌 이러한 몇 가지 일을 몰래 의논하는 자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두세 신하가 몸을 바치다 물러난 것을 녹(祿)과 지위를 탐내며 연연해 하는 자와 비교하면, 그 우열(優劣)과 현부(賢否)를 환히 볼 수 있으니, 마땅히 전하께서는 기필코 불러오도록 해야 할 것인데, 혹은 뒤따라 체직(遞職)시키거나 파직(罷職)시키고 혹은 책망하심이 너무 지나치시니, 개연함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아! 작년 이래로 조정의 의논이 엎치락뒤치락 어긋나, 양사(兩司)의 공의(公議)의 자리에 번갈아 서로 출입(出入)한 자는 다만 6, 7인 뿐이었고, 한 번 바뀌고 한 번 대신함에 적당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일의 단서가 새로 생겨서 보고 듣는 것이 조금 번거로와지면, 무릇 주의(注擬)하는 데 있어 물색(物色)332) 이 더욱 치우치게 되었고, 정사(政事)의 체모(體貌)상 부득이하여 다른 사람의 말을 막아야만 할 경우가 되면, 문득 평소에 점(點)찍기를 아끼던 한두 사람으로써 비의(備擬)333) 하여 책임이나 면하려고 하고, 혹시라도 다른 의견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서로 버티게 되면 곧바로 배척과 축출을 가하여 마침내 폐고(廢錮)시켰던 것입니다. 대각(臺閣)이라는, 일을 논하는 자리를 곧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바탕으로 삼으니, 오직 전하께서 조장하고 억누르며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사이에서 한쪽 편에 떨어짐을 면치 못하는 것이 애석합니다. 전하께서는 혹시라도 이를 한때의 진정(鎭定)시키는 일로 여기시지마는, 이는 불로써 펄펄 끓는 물을 그치게 하고 밝은 귀를 막고서 잘 듣기를 구하는 것에 가깝지 아니하겠습니까?"
하고, 끝으로 환곡(還穀)334) 의 미납을 독촉하는 폐단을 말하였다. 답하기를,
"대신(大臣)이 일을 그르침이 이미 커서 화변(禍變)이 몹시 참혹하였으니, 정상이 있고 없고를 물론하고 마땅히 견책과 벌을 받아야 할 것인데, 자신이 언관(言官)의 자리에 있으면서 구원하기에 급급하였으니, 어찌하여 의리(義理)의 막힘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강세귀(姜世龜)의 당초 석방은 죄가 없다고 한 것이 아니지마는, 대각(臺閣)의 의논에서 주장하는 바가 이미 바르니, 어찌 발표한 명령을 반환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한 번 바뀌고 한 번 대신함에 적당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말은, 그것이 공평(公平)한 데에서 나왔는지를 모르겠다. 환곡의 미납에 대한 일은 해조(該曹)로 하여금 품처(稟處)하도록 하겠다."
하였다. 이후로 양사(兩司)의 여러 신하들이 윤지화(尹志和)에게서 배척당하였다는 이유로 서로 잇달아 인피(引避)하고, 윤지화도 또한 인피(引避)하였다. 부제학(副提學) 김진규(金鎭圭)가 처치하여, 여러 날 동안 인피(引避)했다 하여 여러 대간(臺諫)을 체직(遞職)시키고, 또한 뜻을 써서 남의 마음을 헤아리되, 근거없는 말로 현혹시켰다 하여 윤지화를 파직시키도록 논박하니,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37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692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재정-상공(上供) / 과학-천기(天氣)
- [註 331]청죄(請罪) : 팔의(八議)에 속하는 자의 범죄(犯罪)에 대하여는 사전(事前)에 계청(啓請)하여 윤허(允許)를 받은 뒤라야 추문 처리(推問處理)할 수 있으므로, 그 범죄에 대하여 봉서(封書)로 범죄의 사실과 그가 팔의에 해당하는 자라는 것을 기록하여 내신(內申)하는 것을 말함. 팔의(八議)란 평의(評議)에 의해 형벌을 감면하는 8가지 조건으로, 의친(議親)·의고(議故)·의공(議功)·의현(議賢)·의능(議能)·의근(議勤)·의귀(議貴)·의빈(議賓)임.
- [註 332]
물색(物色) : 어떤 일에 쓸 만한 사람이나 물건을 듣고 보아 고름.- [註 333]
비의(備擬) : 3인의 후보자를 갖추어 추천함.- [註 334]
환곡(還穀) : 정부의 양곡(糧穀)을 춘궁기(春窮期)에 백성에게 대여(貸與)하고, 추수(秋收)후에 일정 이자를 붙여서 회수하는 것.○正言尹志和, 因災異上疏, 首論宮家折受之弊, 科獄輕勘之非, 又曰:
昨年兩大臣請罪之啓始發, 而殿下深燭兩臣心事, 丁寧賜諭, 曾未幾何, 旣罷旣黜, 又置之付處。 姜世龜之原赦, 出於特旨, 而旣下之命, 未幾反汗, 是不過殿下志不立之病。 殿下之志一立, 則豈有此數事之可以竊議者哉? 數三臣僚之奉身退去, 其視貪戀祿位者, 其優劣賢否, 較然可見, 則宜殿下必期召致, 而或從而遞罷, 或尤責太過, 可勝慨然哉? 嗚呼! 自昨年以後, 朝議輾轉乖離, 兩司公議之地, 迭相出入者, 只六七人而已, 一遞一代, 不出其人。 若或事端新生, 耳目稍煩, 則凡於注擬, 物色尤偏, 至若政體所在, 不得已欲遮人言, 則輒以平日靳點之一二人, 塞責備擬, 或有異論, 稍自角立, 輒加斥逐, 遂置廢錮。 臺閣論事之地, 便爲擠軋異己之資, 而獨惜乎殿下於扶抑左右之間, 不免落在一偏。 殿下或以是爲一時鎭定之擧, 而此不幾於以火止湯, 塞聰求聽者耶?
末言逋糴督責之弊, 答曰: "大臣之誤事旣大, 禍變孔慘, 則毋論有情無情, 宜被譴罰, 而身居言地, 汲汲救解, 是何義理之晦塞, 一至於此耶? 姜世龜之當初放釋, 非曰無罪, 臺閣之論, 所執旣正, 則安得不反汗乎? 至於一遞一代, 不出其人等語, 未知其出於公平也。 逋糴事, 令該曹稟處。" 是後兩司諸臣, 以見斥於志和, 相繼引避, 志和亦引避。 副提學金鎭圭處置, 以曠日引避遞諸臺, 又以用意揣摩, 游辭熒惑, 駁罷志和, 允之。
- 【태백산사고본】 43책 37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692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재정-상공(上供) / 과학-천기(天氣)
- [註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