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에 나아가다. 도총부의 이건 관상감의 개축 등을 중지하게 하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참찬관(參贊官) 김진규(金鎭圭)가 아뢰기를,
"근래에 도총부(都摠府)를 이건(移建)하고 관상감(觀象監)을 개축(改築)하는 역사가 있고, 또 들으니, 후궁(後宮)의 사제(私第)도 또한 고쳐 짓는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뭄이 든 지 오래여서 기전(畿甸)의 밀보리 〈작황은〉 이미 희망이 없게 되었고, 앞으로 파종(播種)도 또한 시기를 잃었으니, 백성의 일이 참으로 절박하고 딱합니다. 여러 곳의 역사(役事)가 비록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것과는 다르지마는, 그 경비를 소모하는 것은 또한 그다지 적지 않을 듯하오니, 모두 정지하도록 하는 것이 참으로 백성들을 돌보고 경비를 아끼는 뜻에 들어 맞습니다."
하고, 지사(知事) 이여(李畬)는 아뢰기를,
"듣건대, 후궁(後宮)의 사제(私第) 역사에 사복시(司僕寺)의 말 30필로 토석(土石)을 운반해 들이기 위해 대기하여 놓은 지가 이미 3개월이 되었고, 매일 세 차례씩 운반해 들인다 하니, 바리 수로 계산하면 거의 1만 바리가 넘습니다. 비록 그 공역(工役)의 크고 작음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토석을 들이는 것이 어찌 그다지도 많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모두 우선 정지케 하라."
하였다. 김진규가 아뢰기를,
"외방(外方)에서 백성들을 부리는 일도 공역의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모두 정지하라는 뜻으로 신칙해야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또한 허락하였다. 이후에 도총부(都摠府)는 마침내 공사를 완공했고, 후궁의 사제(私第)도 또한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에 유신(儒臣)이 강연(講筵)에서 진달하여 도총부의 주관 당상관(主管堂上官) 및 궁가(宮家)의 차지 임장(次知任掌) 등을 아울러 논죄하기를 청하니, 임금은 단지 모두 추고(推考)하라고 명하였다. 김진규가 아뢰기를,
"감시(監試)의 복시(覆試) 전에 형조 판서 민진후(閔鎭厚)가 신에게 글을 보내 말하기를, ‘고령(高靈)에 족인(族人) 이기휘(李基輝)가 있다. 그의 종제(從弟) 이기태(李基泰)가 향시(鄕試)에 합격하고 올라와 이기휘의 글을 전했는데, 글 가운데 청촉(請囑)한 말이 매우 해괴하다. 사유(師儒)의 직임에 있는 자는 마땅히 처치할 도리가 있을 것이므로 그 글까지 모두 보낸다.’ 하였기 때문에 받아 보니, 그 글 끝에 글줄을 낮추어 쓰기를 ‘부처의(賦覷義)하여야 일찍이 이소(二所)118) 에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는데, 신은 보고 나서 놀라고 의아(疑訝)했으나 그 말이 무슨 말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민진후를 찾아가 물었더니, ‘이는 반드시 두 과장(科場)에서 과제(科製)할 때의 암표(暗標)일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관(四館)119) 에 분부하여 이기태와 이기휘에게 모두 영구히 정거(停擧)하는 벌을 시행했는데, 합소(合所)하여 출방(出榜)함에 미쳐서는 이기태가 양시(兩試)에 다 합격하였습니다. 당초에 경재(卿宰)에게 청탁하여 과명(科名)을 얻으려 한 것도 이미 몹시 통탄스러운데, 벌을 무릅쓰고 시험에 응했으니, 또한 방자함이 심합니다. 신이 그때에 여러 시관(試官)들과 상의하여 진계(陳啓)해 빼 버리려 하였으나, 관관(館官)의 벌로 정거(停擧)에 그친 것이니, 조정에서 스스로 별도의 징치(懲治)하는 거조가 있어야 마땅합니다."
하니, 이여가 아뢰기를,
"신도 또한 시관으로서 함께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두 과장의 문두(文頭)에도 모두 그런 암표(暗標)가 있었습니다. 지금 과옥(科獄)이 바야흐로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또다시 이와 같으므로, 인심과 세도(世道)가 참으로 한심스러우니, 유벌(儒罰)에 그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두 사람은 모두 형조(刑曹)로 하여금 잡아 가두어 과죄(科罪)하라."
하였다. 이여가 아뢰기를,
"신이 감시(監試)의 시관으로 대궐에 나아가 탁방(坼榜)120) 하였는데, 동래(東萊)의 유학(幼學) 홍하적(洪夏績)도 방에 들었으며, 그의 아비 홍인한(洪仁漢)을 예빈시 정(禮賓寺正)이라고 직함을 써 넣었었습니다. 시관 김덕기(金德基)는 일찍이 동래 부사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홍인한을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동래의 장사꾼이었다 합니다. 일이 매우 놀랍고 의아하였으나 사실을 조사하기 전에는 가벼이 먼저 빼버릴 수가 없었으므로 그대로 출방(出榜)하고는, 사관(四館)으로 하여금 그의 호적(戶籍)을 조사하게 했더니, 홍인한은 본래 기보(騎保)121) 로서 후에 예빈시 정이 되었으니, 이는 영직(影職)122) 을 가설한 것인 듯한데, 홍하적은 업무(業武)123) 로 입적(入籍)하여 유학(幼學)으로 과거에 응했습니다. 대개 조가(朝家)의 사목(事目)에 가설(加設)한 관직(官職)의 봉증(封贈)은 정직(正職)과 다름이 없으므로, 단지 사족(士族)에게만 시행을 허가하고, 천류(賤類)로서 응당 군역(軍役)에 종사할 자는 허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홍인한은 기보로써 이 직첩(職帖)을 얻었으니 조정의 법령 이외에서 나온 것이며, 무학(武學)한 사람을 유학(幼學)으로 일컬은 것도 매우 외람됩니다. 그냥 두든 빼어 버리든간에 마땅히 예조(禮曹)로 하여금 핵출(覈出)하여 품처(稟處)케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조사하여 품처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3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678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왕실-경연(經筵) / 인사-선발(選拔) / 사법-탄핵(彈劾) / 재정-역(役)
- [註 118]이소(二所) : 초시(初試)와 회시(會試) 때 응시자를 수용하던 둘째 시험장.
- [註 119]
사관(四館) : 성균관(成均館)·예문관(藝文官)·승문원(承文院)·교서관(校書館)을 통틀어 일컬음.- [註 120]
탁방(坼榜) : 과거(科擧)에 급제한 사람의 성명을 내어 붙임.- [註 121]
기보(騎保) : 기병(騎兵)의 보인(保人).- [註 122]
영직(影職) : 조선조 때 직함(職銜)만 주고 관직(官職)에는 실제 근무하지 않던 제도. 품계(品階)를 주기 위한 것으로서, 군사상의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었음. 검교(檢校)나 첨설직(添設職) 때신에 만든 허직(虛職).- [註 123]
업무(業武) : 무학(武學)을 일삼음.○御晝講。 參贊官金鎭圭曰: "近有都摠府移建觀象監改造之役, 且聞後宮私第, 亦有改構之事, 而卽今久旱, 畿甸牟麥, 已至絶望, 前頭播種, 亦將愆期, 民事誠可切悶。 諸處事役, 雖與勞民動衆有異, 若其耗費, 則亦甚不貲, 竝令停止, 實合恤民惜費之意。" 知事李畬曰: "聞後宮私第之役, 司僕馬三十匹, 爲運入土石, 立待已三朔, 而每日三次運入, 以駄數計之, 殆過萬駄。 雖未知工役巨細之如何, 而土石所入, 何至此多乎?" 上曰: "竝令姑停。" 鎭圭曰: "外方役民之事, 無論工役巨細, 一倂停止之意, 亦宜申飭。" 上亦許之。 是後都摠府終至完役, 後宮私第, 亦不停撤, 故儒臣陳于講筵, 摠府主管堂上及宮家次知任掌等, 請竝論罪, 上只命竝推考。 鎭圭曰: "監試覆試前, 刑曹判書閔鎭厚, 抵書於臣曰: ‘高靈有族人李基輝矣。 其從弟基泰, 得鄕解上來, 傳基輝之書, 而書中所囑, 極其駭然。 在師儒之任者, 宜有處置之道, 竝送其書。’ 故取見, 則書末低行書之曰: ‘賦覰義, 嘗聞當入二所’ 云。 臣看來駭訝, 而未詳其爲何樣語意, 往見鎭厚問之, 則此必是兩場科製暗標云, 故分付四館, 基泰、基輝, 竝施永停之罰, 及至合所出榜之際, 基泰俱中兩試。 當初圖囑卿宰, 欲占科名, 已極絶痛, 冒罰赴試, 亦甚放恣。 臣於其時, 與諸試官相議, 陳啓拔去, 而館官之罰, 止於停擧。 自朝家宜有別樣懲治之擧矣。" 畬曰: "臣亦以試官, 同爲目擊, 則兩場文頭, 皆有其暗標。 卽今科獄方張, 而又復如此, 人心、世道, 誠可寒心。 不可儒罰而止矣。" 上曰: "兩人竝令刑曹囚禁科罪。" 畬曰: "臣以監試試官, 詣闕拆榜, 東萊幼學洪夏績參榜, 而其父仁漢, 以禮賓寺正, 書塡職銜。 試官金德基曾任東萊, 故明知仁漢, 乃是東萊商賈。 事甚駭訝, 而未査實之前, 不可徑先拔去, 故仍以出榜, 令四館考其戶籍, 則仁漢本以騎保, 後爲禮賓正, 似是加設影職, 而夏績以業武入籍, 以幼學赴擧。 蓋朝家事目, 加設職封贈, 與正職無異, 故只許施於士族, 不許於賤類之應爲軍役者, 則仁漢以騎保, 得此職帖, 出於朝令之外, 武學之稱幼學, 又甚冒濫。 仍置與拔去間, 宜令禮曹覈出稟處。" 上曰: "査覈稟處。"
- 【태백산사고본】 42책 3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678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왕실-경연(經筵) / 인사-선발(選拔) / 사법-탄핵(彈劾) / 재정-역(役)
- [註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