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실록 32권, 숙종 24년 11월 1일 임신 2번째기사
1698년 청 강희(康熙) 37년
집의 이정겸이 윤증을 배척한 정호를 파직할 것을 청하다
집의(執義) 이정겸(李廷謙)이 논핵하기를,
"좨주(祭酒) 윤증(尹拯)은 도를 지키는 산림(山林)으로서 세상의 대유(大儒)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간 정호(鄭澔)가 성균관 유생들을 격노시켜 예봉(銳鋒)을 돌려 마구 공격하고 공공연히 거리낌없이 지척(詆斥)하기에 여력(餘力)을 두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스승을 배반했다고 지목한 것인데, 그 근본은 추구하지 않고 다만 그 지말(枝末) 만을 들어 마치 사생(師生) 간에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어버린 것이 있는 듯하여 그를 옳지 못하다는 죄과로 몰아가려고 합니다. 선대에 예우를 받던 신하들이 서로 이어 세상을 떠나고 오직 이 한 노성(老成) 만이 우뚝하게 홀로 남아 있으니, 성상(聖上)께서 반드시 그를 초치(招致)하려고 하는 것은 듣는 이들에게 빛을 주는데 지금 이에 그를 삼가고 공경하는 예로써 대우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불평하여, 전하께서 치의(緇衣)264) 를 대하는 정성이 처음과 같지 못하게 하니, 청컨대 파직하여 서용(敍用)하지 마소서."
하였으나, 임금이 따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32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51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註 264]치의(緇衣) : 현인이나 어진 사람을 의미함. 본래 치의는 경대부(卿大夫)가 입는 검은 비단으로 만든 사복(私服)을 가리킨다. 정(鄭)나라 환공(桓公)과 무공(武公)이 서로 이어 주(周)나라의 사도(司徒)가 되어 직무를 잘 수행하니 주나라 백성들이 그들을 사랑하여 지은 시가 바로 《시경(詩經)》 정풍(鄭風) 치의편(緇衣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