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에 나아가 《성학집요(聖學輯要)》를 강독하다
주강에 나아갔다. 《성학집요(聖學輯要)》를 강독(講讀)하다가 이기(理氣)의 설(說)에 이르렀는데, 시강관(侍講官) 민진형(閔震炯)이 이황(李滉)의 설을 옳다고 하면서 이이(李珥)를 심하게 배척하자, 검토관(檢討官) 조태채(趙泰采)가 말하기를,
"이황의 말을 관찰하면 그 말이 옳은 듯하고, 이이의 말을 관찰하면 그 말이 옳은 듯하니, 이 시비(是非)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도학(道學)이 이황과 이이 같은 이여야 할 수 있습니다. 후학이 어찌 감히 망령되게 논하겠습니까?"
하였는데, 임금이 모두 답을 내리지 않았다. 조태채는 학술(學術)이 없으니 그가 시비를 분석할 수 없는 것은 진실로 괴이하게 여길 것이 없지만, 임금도 일찍이 오묘한 이치를 강구(講究)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듣고 가부(可否)를 정하는 바가 없었으므로, 식견이 있는 자가 탄식하였다. 조태채가 말하기를,
"민진장과 이의만이 상소를 보았는데, 그 가운데 진휼청의 일은 모두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다만 대간의 상소에 그 성씨(姓氏)를 거론하는 데 이르렀으니, 혹시 이는 중간에서 이익을 탐내어 그렇게 한 듯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조사하여 처리할 만합니다."
하니, 임금이 조사하여 추문하도록 명하였다. 조태채가 또 말하기를,
"이의만의 상소에서 말이 수령(守令)에게 언급되었는데, 그 사람을 분명하게 지목하지 않았으니,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 말을 옳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1권 56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47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금융-식리(殖利) / 인사-관리(管理) / 사상-유학(儒學)
○戊辰/御晝講。 講《聖學輯要》, 至理氣之說, 侍講官閔震炯, 以李滉說爲是, 深斥李珥, 檢討官趙泰采曰: "觀滉言, 其言似是, 觀珥言, 又其言似是, 能分別此是非者, 必道學如滉、珥者可也。 後學何敢妄論?" 上竝不答。 泰采無學術, 其不得分析是非, 固無足怪, 而上亦不曾講究精義, 故泛聽而無所可否, 識者嘆之。 泰采言: "見閔鎭長疏, 李宜晩疏中賑廳事, 皆無事實, 而但臺疏至擧其姓, 或是中間牟利而然。 宜可査處。" 上命査問。 泰采又言: "宜晩疏, 語及守令, 而不爲明指其人, 亦未可曉也。" 上是其言。
- 【태백산사고본】 33책 31권 56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47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금융-식리(殖利) / 인사-관리(管理)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