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참의 이징명이 해서의 다섯 성의 형세를 그려 바치고 처분을 기다리는 상소를 올리다
이조 참의(吏曹參議) 이징명(李徵明)이 상소(上疏)하기를,
"해서(海西) 한 도는 나라의 서문(西門)이므로, 수어(守禦)하는 제구와 관방(關防)하는 곳이 제로(諸路)에 비하여 가장 세밀하니, 열 한 진(鎭)을 가설(加設)하고 다섯 산성(山城)을 바둑처럼 벌인 것은 뜻한 바가 진실로 있었던 것입니다. 해주(海州)에 있는 수양(首陽)과 은률(殷栗)에 있는 구월(九月)과 그 밖의 서흥(瑞興)의 대현(大峴)과 재령(載寧)의 장수(長壽)와 황주(黃州)의 정방(正方)이 모두 천험(天險)을 방어하는 곳인데, 이른바 장수 산성(長壽山城)은 네 성 가운데에 우뚝 속아 모두 입술과 이 및 볼뼈와 턱뼈처럼 서로 의지하므로 이것은 참으로 하늘이 만들고 땅이 베풀어서 우리 동방에 끼친 것입니다. 더구나 정방은 양서(兩西)의 목구멍 같은 요해처(要害處)를 차지하였고, 대현은 북관(北關)에서 달려 모이는 요충이므로, 그 제압하는 곳으로서는 본디 여러 성이 견줄 바가 아닙니다. 수양의 해문(海門)은 삼남(三南)에 통하고 구월의 선로(船路)는 관서(關西)에 달하니, 그 국가의 금성탕지(金城湯池)가 됨이 어찌 위 무제(魏武帝)의 산하(山河)나 여개(余玠)의 청간(靑㵎)만 할 뿐이겠습니까? 다섯 성의 속현(屬縣)이 사변을 당하였을 때에 각각 그 백성을 거느려 반드시 돌아갈 곳으로 삼는다면, 위로는 구적(寇賊)을 막을 수 있고 아래로는 군민(軍民)을 보안(保安)할 수 있어서 성조(聖朝)의 끝없는 안정에 끝내 힘입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신이 전에 화공(畵工)을 시켜 다섯 성의 형세를 그려 내게 하여 한 책자를 만들고 그 도리(道里)의 원근(遠近)과 속현의 다과(多寡)와 고사(庫舍)·관해(官廨)·군자(軍資)·기계(器械)·치첩(雉堞)·정천(井泉)·승민(僧民)·부장(部將)의 수를 각성(各城) 아래에 낱낱이 벌여 적어서 살펴보기 편하게 하였으므로, 이것을 아울러 바치니, 헤아려 살펴서 빨리 처분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품처(稟處)하게 하였다. 비변사(備邊司)에서 본도(本道)의 감사(監司)·수신(帥臣)으로 하여금 살펴서 계문(啓聞)하게 하기를 청하니,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0권 69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440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관리(管理) / 구휼(救恤)
○丁未/吏曹參議李徵明上疏曰:
海西一路, 國之西門, 守禦之具, 關防之所, 視諸路最爲纖密, 十一鎭之加設, 五山城之碁布, 意固有在。 在海州者曰首陽, 在殷栗者曰九月, 其餘瑞興之大峴, 載寧之長壽, 黃州之正方, 無非天險備禦之所, 而所謂長壽山城, 截然特峙於四城之中, 共爲脣齒, 輔車相依, 則此實天造地設, 以遺我東, 而況正方, 據兩西咽喉之地, 大峴當北關走集之衝, 其爲控扼之所, 固非諸城之比, 而首陽之海門, 通於三南, 九月之船路, 達於關西, 則其爲國家之金湯, 豈特魏 武之山河, 余玠之靑澗而已哉? 如使五城屬縣, 當有事之際, 各率其民, 必以爲歸, 則上可以沮遏寇賊, 下可以保安兵民, 而聖朝無疆之休, 終必有賴矣。 臣曾令畫工, 摸出五城形勢, 作一冊子, 而其道里之遠近, 屬縣之多寡, 庫舍、官廨、軍資、器械、雉堞、井泉、僧民、部將之數, 一一開錄于各城之下, 以便考閱, 幷此投進, 幸加財察, 速賜處分。
上令廟堂稟處。 備邊司請令本道監司、帥臣, 審察啓聞, 允之。
- 【태백산사고본】 32책 30권 69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440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관리(管理)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