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과 관련하여 풍수설에 따라 병폐가 많음을 헌부가 아뢰다
헌부(憲府)에서 아뢰기를,
"예전에는 무덤을 쓰되 봉분(封墳)하지 않았으나, 후세에서 흙을 높이 쌓고 나무를 심고 묻는 제도가 있는 것은, 체백(體魄)을 보안(保安)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풍수설(風水說)이 위(魏)·진(晋) 때에 비롯하여 오늘에 이르러 유폐(流弊)가 더욱 극진하여졌습니다. 궁달(窮達)·화복(禍福)에는 절로 천명(天命)이 있는데 도리어 어찌 장지(葬地)에 관계되겠습니까마는, 뭇사람이 모르고서 망령되게 복을 구하려고 생각하여, 감여(堪輿)077) 를 믿어 심술(心術)을 손상합니다. 요즈음 사대부(士大夫)로서 천장(遷葬)하지 않는 자는 열 사람 가운데서 두세 사람도 없는데, 아랫 백성이 본받으니 재산을 좀먹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불씨(佛氏)보다 심합니다. 투장(偸葬)078) 이 그치지 않아 옥송(獄訟)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오로지 지사(地師)가 허황된 사람에게서 재물을 탐내는 소치(所致)로 말미암으므로, 법을 두어 엄히 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제부터 주산(主山)과 인가 근처에 장사하려고 송사를 일으키는 자가 있으면, 먼저 그 지사를 다스려 한 차례 엄히 형신(刑訊)한 뒤에 청리(聽理)079) 하고, 도리가 바르지 못한 자도 똑같이 죄줄 것이며, 이미 장사한 자는 법에 따라 파서 옮기고, 주상인(主喪人)은 엄히 형신하여 정배(定配)하도록 정식(定式)하여 시행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해조(該曹)로 하여금 품처(品處)하게 하라."
하였다.
이때 사대부가 감여설(堪輿說)을 믿고 현혹되어 상고(喪故)를 당하면, 반드시 이른바 대길(大吉)이라는 땅을 가리느라 널리 지사를 구하여 양식을 가지고 멀리 여행하고, 땅을 얻지 못하면 한달이 넘어도 묻지 않았다. 유력한 자는 혹 백성의 전토(田土)를 빼앗거나 남의 거주를 훼손하며 혹 곤궁하여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반드시 조상의 장지가 좋지 않은 것을 탓하여 천장이 어지러이 많은 데, 유식한 자일지라도 스스로 속된 풍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헌부의 이러한 논계(論啓)가 있었던 것이다. 해조에서 복주(覆奏)하여 금령(禁令)을 두지 말기를 청하였는데, 대개 또한 속상(俗尙)에 견제되어서 그런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0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416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풍속-예속(禮俗)
- [註 077]
○庚申/憲府啓曰: "古者墓而不墳, 後世有封樹窆葬之制, 不過爲保安體魄而已。 風水之說, 俑於魏、晋, 至於今日, 流弊滋極。 窮達禍福, 自有天命, 顧何係於葬地, 而衆人不知, 妄意營求, 崇信堪輿, 蠧壞心術? 近時士大夫, 不遷葬者, 十無二三, 下民效之, 蠧財病民, 甚於佛氏, 偸葬不息, 獄訟繁興, 職由於地師貪賂誑人之致。 不可不設法嚴禁, 請自今有主山及人家近處營葬起訟者, 先治其地師, 嚴刑一次後, 聽理理屈者同罪, 已葬者據法掘移, 主喪人嚴刑定配, 定式施行。" 答曰: "令該曹稟處。" 時, 士大夫信惑堪輿之說, 遇有喪故, 必擇所謂大吉之地, 廣延地師, 贏糧遠涉, 如不得則踰月不葬。 有力者或奪民田毁人居, 或窮厄不得遂願欲, 則必咎祖先葬地之不善, 遷窆紛然, 雖有識者, 亦不能自脫於俗習, 故憲府有此論啓。 該曹覆奏, 請勿設禁, 蓋亦牽掣於俗尙而然矣。
- 【태백산사고본】 32책 30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416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풍속-예속(禮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