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흥 대원군의 사당에 전알하려고 예관을 대신에게 문의하다
임금이 덕흥 대원군(德興大院君)037) 의 사당에 전알(展謁)하려고 예관(禮官)을 대신에게 문의하도록 명하였다. 좌의정 유상운(柳尙運)이 말하기를,
"선조(宣祖)정축년038) 에 덕흥 대원군의 사당에 친히 거둥하고자 하시니, 옥당(玉堂)에서 예(禮)에 거리낌이 있다고 차자(箚子)를 올려 논란하였습니다. 선정신(先正臣) 이이(李珥)는 말하기를, ‘친히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절에 어긋남이 없고, 인정상으로 보아서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예에는 공조례(公朝禮)가 있고 가인례(家人禮)가 있으니, 조카가 숙부(叔父)에게 제사지내는 예를 적용한다면 무엇이 옳지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세대(世代)가 이미 멀어져 전장(典章)을 고증할 길이 없습니다. 3조(三朝)039) 에서 시행하지 않던 예이니만큼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영의정 남구만(南九萬)은 말하기를,
"옛적에는 신하가 병이 나자 문병하고 신하가 죽으니 조문한 임금이 있었고, 아조(我朝)에서도 대신을 친히 제사지낸 임금이 있었습니다. 하물며 예천(醴泉)이 근원한 바와 영지(靈芝)가 근본한040) 바에 있어서 아무리 대통(大統)에 빼앗겼다 하더라도 사묘(私廟)로 받들어 한 차례 전배(展拜)하는 것은 아마 불가함이 없을 듯하니, 이이(李珥)의 말이 실로 근거할 만합니다."
하며, 아울러 유신(儒臣)들로 하여금 고증하여 아뢰도록 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홍문관에서 아뢰기를,
"선조께서 전알(展謁)하실 때에 선정신 이이(李珥)가 이미 가인례(家人禮)에 근거하여 사정(私情)을 폐지할 수 없음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또 계해년041) 에 개옥(改玉)042) 한 시초에 인조(仁祖)께서 친히 정원 대군(定遠大君)의 사당에 제사하였으니, 이것은 선조(宣祖)께서 이미 행한 전례(典禮)를 준용(遵用)한 것입니다. 양조(兩朝)에서 친히 사묘(私廟)에 제사를 지낸 것은 실로 정리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예(禮)에도 위배됨이 없는 것이나, 지금은 세대가 비교적 요원하여 정분과 예의가 따라서 감소되니, 양조에서 친히 제사지내던 시기와는 차이가 있고, 전사(前史)에 있지 않았던 일이므로, 감히 경솔하게 논의할 수가 없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선정신 이이(李珥)의 논의가 이에 근거할 만하고, 영상(領相)의 헌의(獻議)도 또한 매우 명백하니, 가인례(家人禮)로써 전배(展拜)하는 것이 불가하지 않으며, 세대의 먼 것은 논의할 바가 아니다."
하고, 해조(該曹)로 하여금 택일(擇日)하여 거행하도록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28권 6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36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역사-전사(前史)
- [註 037]덕흥 대원군(德興大院君) : 선조(宣祖)의 아버지.
- [註 038]
정축년 : 1577 선조 10년.- [註 039]
3조(三朝) : 인조(仁祖)·효종(孝宗)·현종(顯宗).- [註 040]
예천(醴泉)이 근원한 바와 영지(靈芝)가 근본한 : 예천(醴泉)은 중국에서 태평한 때에 단물이 솟아난다고 하는 샘. 영지(靈芝)는 고목(古木)에서 나는 버섯의 일종. 이것은 모두 상서(祥瑞)를 나타낸 것임.- [註 041]
계해년 : 1623 인조 즉위년.- [註 042]
개옥(改玉) : 반정(反政)과 같은 뜻.○上欲展謁于德興大院君廟, 命禮官問議于大臣。 左議政柳尙運曰: "宣廟丁丑, 欲親幸德興大院君之廟, 玉堂以有妨於禮, 箚論之。 先正臣李珥以爲: ‘親行祀事, 於禮無違, 於情不免。 有公朝禮、有家人禮, 用姪祭叔父之禮, 有何不可?’ 云, 而今日則世代已遠, 典章無徵。 三朝未行之禮, 不可不愼。" 領議政南九萬曰: "古有問臣疾唁臣喪者, 我朝亦有親祭大臣者。 況醴泉所源、靈芝所根, 雖奪於大統, 奉以私廟, 一者展拜, 恐無不可。 李珥之言, 實爲可據。" 竝請令儒臣考啓, 上允之。 弘文館啓曰: "宣廟展謁時, 先正臣李珥, 旣據家人之禮, 以明私情之不可廢。 且於癸亥改玉之初, 仁廟親祭於定遠大君之廟。 此則遵用宣廟已行之典也。 兩朝之親祭私廟, 實是發于情, 無違于禮, 而卽今世代較遠, 情禮隨殺, 其與兩朝親祭時有間, 前史未有之事, 不敢輕議。" 敎曰: "先正臣李珥之論, 旣有可據, 領相獻議, 亦甚明白。 以家人禮展拜, 未爲不可, 世代之遠, 非所可論。" 令該曹擇日擧行。
- 【태백산사고본】 30책 28권 6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36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역사-전사(前史)
- [註 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