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궁의 승휘전을 수리할 때 나온 인골들을 위해 제문을 짓고 제사를 내리게 하다
하교(下敎)하기를,
"지금 경덕궁(慶德宮)의 승휘전(承暉殿)의 담장을 수리하여 고칠 때에 사람의 앙상한 뼈가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러웠으니, 틀림없이 이곳은 먼 옛날에 매장(埋葬)하던 땅이었을 것이다. 듣고난 뒤부터 가엾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깨닫지 못하겠다. 뼈는 비록 썩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백성들의 임금이 되어 그것을 돌아보고 불쌍히 여기는 전례(典禮)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이에 친히 제문(祭文)을 지어서 내리니 해조(該曹)로 하여금 각각 특별히 거두어다 묻도록 하고, 이어서 제사(祭祀)를 내려 나의 뜻을 표(表)하도록 하라."
하였는데, 그 제문(祭文)에 이르기를,
"승휘전(承暉殿)을 영조(營造)한 지 이미 오래 되어 무너지고 허물어졌으므로, 좋은 날을 가려서 이에 이를 수리하고 옛날 그대로 땅을 확장하는데, 승휘전의 북쪽에서 토목(土木) 역사를 한창 펼치다가 송장의 앙상한 뼈를 차마 볼 수가 없었도다. 아! 그대들 외로운 영혼은 여기서 몇 해를 보냈는가? 주인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으니 굶주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내가 백성들의 군왕이 되어, 가엾은 마음 어찌 가눌 수 있겠는가? 이에 유사(有司)에 명하여 거두어다 묻게 한다. 보잘것없는 제물(祭物)을 내려 나의 뜻을 표하니, 감응(感應)은 어긋나지 않거든 흠향하기를 바라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25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277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사급(賜給)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어문학-문학(文學)
○丁卯/敎曰: "今慶德宮 承暉殿墻垣修改時, 有人枯骨, 不啻狼藉, 必是舊遠埋葬之地, 聞來不覺惻然, 骨雖朽矣。 予爲民主, 其無顧恤之典乎? 玆用自製祭文以下, 其令該曺, 各別斂瘞, 仍爲賜祭, 以表予意, 其祭文曰, 營殿旣久, 而圮而毁。 穀朝是差, 載修載理。 仍舊恢拓, 承暉之北。 土役方張, 忍見枯骨。 嗟! 爾孑魂, 幾閱年時? 無主無依, 不其餒而。 我爲民主, 惻然何其? 爰命有司, 斂之瘞之。 賜以薄具, 用表予意。 感應不爽, 庶幾歆止。"
- 【태백산사고본】 27책 25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277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사급(賜給)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