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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24권, 숙종 18년 4월 16일 을미 1번째기사 1692년 청 강희(康熙) 31년

주강에 나아가다. 시독관 홍돈 등이 후원의 영화당을 중수하는 일에 대해 아뢰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시독관(侍讀官) 홍돈(洪塾) 등이 아뢰기를,

"신이 듣건대 후원(後苑)의 영화당(暎花堂)을 중수(重修)하라고 명하셨다는데, 이는 앞날에 시사(試士)할 때 임어(臨御)하시는 곳으로 삼으려는 것에 불과합니다마는, 영화당 모퉁이에 또한 장차 두 채의 당(堂)을 세우게 된다고 했습니다. 신(臣)이 알 수 없기는 합니다마는, 성명(聖明)께서 한두 칸의 대사(臺舍)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으로 여기어 하시려는 것입니까? 옛적에 한(漢)나라 문제(文帝)중인(中人)084) 의 살림살이를 헤아려 보고서 노대(露臺)085) 의 역사를 정지했었습니다. 대저 큰 천하(天下)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백금(百金)의 소비를 아꼈다면, 우리 나라로서 마땅히 아껴야 할 바가 어찌 다만 십금(十金)뿐이겠습니까? 하물며 천리(天理)는 확대하기는 어렵지만 소멸되기는 쉽고 욕심은 확대되기는 쉽지만 소멸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신의 생각에, 성상께서 한 번 마음을 놓으신다면 천리는 날로 소멸되고 물욕(物欲)은 날로 확대되어, 대사(臺榭)086) ·유관(遊觀)087) 의 즐거움이 점점 진전(進展)되어 막을 수 없게 될까 염려되니, 이미 이룬 것은 말할 것 없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은 이제라도 그만두심이 옳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영화당(暎花堂)과 동춘당(同春堂)은 무너진 데와 허물어진 데를 보수(補修)하게 했을 뿐이다. 비록 영조(營造)하게 한 일이 없기는 하지만, 유신(儒臣)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숨기지 않은 것이므로 내가 가상하게 여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2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26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 [註 084]
    중인(中人) : 중산층.
  • [註 085]
    노대(露臺) : 천자(天子)가 기상(氣象)을 관찰하는 대. 한(漢)나라 문제(文帝)가 이를 세우려고 공장(工匠)에게 묻자, 백금(百金)이 들겠다고 하므로, 정지했었음.
  • [註 086]
    대사(臺榭) : 망루(望樓).
  • [註 087]
    유관(遊觀) : 놀기 위하여 세운 망루.

○乙未/御晝講。 侍讀官洪墪等進曰: "臣聞後苑暎花堂, 有重修之命。 此不過欲爲他日試士時臨御之所, 而堂之隅, 又將起二堂云。 臣未知聖明, 其以一二間臺舍, 所費不多而爲之耶? 昔 文帝, 計中人之産, 罷露臺之役。 夫以天下之大, 惜百金之費, 則我國之所宜惜, 奚特十金而已? 而況理者難長而易消, 欲者易長而難消? 臣恐聖心一放, 則理日消而欲日長, 臺榭遊觀之樂, 漸進而不可禦, 其已成者已, 其未成者猶可及止也。" 上曰: "暎花同春, 修毁補弊而已。 雖無營造之事, 儒臣之有懷無隱, 子用嘉之。"


  • 【태백산사고본】 26책 2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26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