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민씨를 폐하여 서인으로 삼다
왕비(王妃) 민씨(閔氏)를 폐하여 서인(庶人)으로 삼았다. 임금이 비망기(備忘記)를 내리기를,
"내가 양조(兩朝)291) 의 폐비(廢妃)할 때의 고사(故事)를 보건대, 윤씨(尹氏)가 잘못한 바는 단지 투기(妬忌)에 있었는데, 죄상이 이미 드러나자 성묘(成廟)께서 종사(宗社)를 위해 깊이 근심하고 먼 앞날을 생각하시어 단연코 폐출(廢黜)하셨다. 더욱이 오늘날 민씨는 허물을 지고 범한 것이 윤씨보다 더하고, 윤씨에게 없었던 행동까지 겸하였으며, 선왕(先王)·선비(先妃)의 하교를 지어 내어 종사에 죄를 얻었다. 예관(禮官)으로 하여금 폐하여 서인(庶人)을 삼아 사제(私第)로 돌려보내니, 종묘에 고하고 교서(敎書)를 반포하며 그 부모의 봉작(封爵)을 빼앗는 등의 일은 한결같이 구례(舊例)에 의하여 즉시 속히 거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삼가 살펴보건대, 중궁(中宮)은 왕후의 자리에 오른 지 거의 10년이 되었는데, 안으로는 후궁(後宮)의 투기와 이간이 있었고, 밖으로는 간신(奸臣)의 부추김이 있어서, 위험이 핍박하는 변(變)에 빠져 폐출(廢黜)의 액운(厄運)을 당하였다. 임금이 바야흐로 총애에 치우치고 분노에 과격하여, 무릇 잘못을 크게 드러내어 그 죄를 만드는 것에 이르지 아니하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동정과 언어에 일찍이 한 가지 일도 지적해 낼 만한 잘못이 없었으니, 이에 신민(臣民)이 비로소 곤의(壼儀)292) 의 결함이 없음을 더욱 알았다. 아아! 이와 같지 아니하였다면 어찌 능히 뒤에 명철(明哲)한 임금이 회오(悔悟)하여 그 과실을 재빨리 고친 것이 일식·월식이 지난 뒤 해와 달이 다시 광명을 찾는 것과 같을 수 있었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23책 2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185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인사-관리(管理) / 역사-전사(前史)
○丁酉/廢王妃閔氏爲庶人時, 上下備忘記曰:
予觀兩朝廢妃時故事, 尹氏所失, 只在妬忌, 而罪狀旣著, 則成廟爲宗社深憂遠慮, 斷然廢黜, 況今日閔氏負犯, 浮於尹氏, 而兼之以尹氏所無之行, 做出先王先后之敎, 得罪於宗社者乎? 其令禮官, 廢爲庶人, 歸之私第, 告廟頒敎, 奪其父母封爵等事, 一依舊例, 卽速擧行。
謹按中宮正位坤極, 將十年矣。 內有後庭之惎間, 外有奸臣之慫慂, 蹈危偪之變而罹廢黜之厄。 上方偏於寵暱, 激於忿怒, 凡所以宣揚過失, 以成其罪者, 無所不至。 然動靜云爲之間, 曾未有一事可疵摘者, 於是臣民始益知壼儀之無缺焉。 嗚呼! 不如是, 則安能致明主之悔悟, 遄改其過, 如日月之更哉?
- 【태백산사고본】 23책 2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185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인사-관리(管理)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