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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20권, 숙종 15년 3월 18일 을유 1번째기사 1689년 청 강희(康熙) 28년

문성공 이이·문간공 성혼을 문묘 종향에서 출향하다

문성공(文成公) 이이(李珥)·문간공(文簡公) 성혼(成渾)을 문묘 종향(文廟從享)에서 출향(黜享)하였다. 삼가 살피건대 양신(兩臣)을 종향(從享)하자는 의논은 인조조(仁祖朝)로부터 일어나서 세 성조(聖朝)를 거치며 50년이 되었는데, 세 성조께서도 끝내 윤허하지 않으셨다. 장(章)·소(疏)가 공거(公車)114) 에 쌓이고, 의논(議論)이 유림(儒林)에 편만(遍滿)하였으나, 선비의 귀추(歸趨)가 한결같지 않고 국론(國論)이 정하여지지 않아 저무(詆誣)115) 하고 만모(慢侮)하는 말과 투기(妬忌)하고 이간(離間)하는 계책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어, 인심(人心)은 괴멸되고 세교(世敎)는 패만하여 진실로 근심할 만하였다. 다만 그 극(極)을 궁구(窮究)해서 말한다면 종향(從享)하는 것은 유도(儒道)를 표장(表章)하여 문치(文治)를 증식(增飾)하는 바이니, 이는 인군(人君)에게 있어서는 진실로 성대한 절차이며,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진실로 도덕(道德)에 가손(加損)할 것이 없다. 임금의 마음이 처음에 깊이 알고 독실(篤實)하게 믿지 못하여 단지 한때의 숭상(崇尙)하는 것을 따라서 좇았다면, 허례(虛禮)만을 당조(當朝)의 유현(儒賢) 등에게 더 주었던 것이니, 그 사람에게는 영화(榮華)가 아니고 임금에게는 참된 덕(德)이 아니다.

성상이 신유년116) 에 많은 선비들의 진청(陳請)을 쾌히 따라서 마침내 역대(歷代)의 조정에서 빠뜨리고 행하지 못한 전장(典章)을 거행하였으니, 진실로 온 세상의 보고 듣는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교(儒敎)를 숭상하고 도덕(道德)을 존중하는 이름만을 취한 것이고, 그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성심으로 복종하는 참으로 그를 존경할 수 있음을 알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성묘(聖廟)에 제향(躋享)한 지 10년이 안 되어 조신(朝臣)이 한 번 물러간 것으로 인하여서 마침내 조두(俎豆)를 거두었으니, 뜻에 따라 출척(黜陟)함이 조신(朝臣)에게 하는 것과 같음이 있었고, 시비(是非)는 이현령(李玄齡)과 안전(安𤩴)의 말에서 움직이었다. 그러니 대개 임금은 본시 그 사람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고서 때에 따라서 처분하였음은 짐작하여 헤아림이 없어서 그러하였다. 뒷날에 비록 복향(復享)하더라도 또한 사류(士類)의 진언(進言)으로 인하여 덮어 놓고 응하는데 지나지 않으니, 또한 어찌 족히 유교(儒敎)를 숭상하고 도덕(道德)을 존중하는 아름다움이 되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22책 20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163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변란-정변(政變)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註 114]
    공거(公車) : 응시(應試)·응제(應製)·소장(疏章) 등의 공식 문자(公式文字)를 말함.
  • [註 115]
    저무(詆誣) : 꾸짖고 무함함.
  • [註 116]
    신유년 : 1681 숙종 7년.

○乙酉/黜文成公 李珥文簡公 成渾於文廟從享。 謹按兩臣從享之論, 起自仁祖朝, 歷三聖垂五十年, 而三聖終不許之章疏積於公車, 議論遍於儒林, 士趨不一, 國論不定, 詆誣慢侮之言, 媢嫉惎間之計, 無所不至, 人心之壞, 世敎之敗, 固爲可憂。 但究其極而言之, 從享者, 所以表章儒道, 增飾文治, 此在人君, 固爲盛節, 而在其人, 實無所加損於道德也。 上心初未能深知篤信, 只以一時趨尙, 從以循之, 則與加虛禮於當朝儒賢等耳。 於其人非榮也, 於君上非實德也。 上於辛酉, 夬從多士之陳請, 遂擧累朝之闕典, 誠聳一世之觀聽矣。 然是特取崇儒重道之名, 而若其心悅誠服, 眞知其可尊, 則猶未焉。 故躋聖廟未及十年, 因朝臣之一退, 而遂輟俎豆, 有若隨意黜陟朝臣之爲者, 是非動於玄齡𤩴等之說也。 蓋上本不知其人之如何, 而隨時處分, 無所裁度而然耳。 後雖復享, 亦不過因士類之進而漫應之耳, 亦何足爲崇儒重道之美也哉?


  • 【태백산사고본】 22책 20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163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변란-정변(政變)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